이벤트 있는 날들 위주의 글을 쓰지만 사실 별일 없이 무난한 날들도 많았다.
걸으면서 끊임없이 밀려드는 생각들에 은진이는 힘들다고 했지만 난 사색의 시간을 갖는게 좋았다. 하지만 10년 전쯤 인도에 혼자 자전거 여행을 갔었는데 페달을 밟는 매순간순간 밀려드는 생각들에 정말 힘이 들었었다.
여러사람들과 섞여있을 때, 익숙한 환경에 혼자 있을 때는 잘 못느끼지만 낯선 곳에 혼자 있다보면 예상치도 못하게 엄청나게 많은 생각들이 밀려드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아마도 낯선 환경에서의 몸이 반응하는 생존 본능이 아닐까?
그러니 은진이는 얼마나 고역이었을까?
지금은 그 당시 한 생각들을 하나 하나 다 옮겨적을 수 없어서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아 안타깝다. 걸으면서도 휴대폰 메모장에 많이 적긴했지만 그래도 부족하다.
나는 MSR Freelite2 텐트를 썼다.
2인용으로 무게는 1kg 조금 넘어 가벼웠고, 후에 아콩카과 산에 갔을때 프레임이 머리에 닿을 정도로 바람이 미친듯이 불었을때도 잘 버텨준 튼튼한 친구였다. PCT가 끝날 즈음엔 6개월 가량을 매일 치다보니 이너텐트 지퍼가 고장이 나긴 했지만 다시 텐트를 산다면 저걸 꼭 살듯하다.
초반은 지났지만 저때까지도 텐트를 잘 못쳐서 늘 축 처졌다 ㅋㅋ 지금 글을 쓰고 있다보니 잊고 지냈던 캠핑 생활이 그리워지네 ㅋㅋ
400마일, 640km 지점을 지났다.
내가 살면서 수백키로를 걸을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군에서도 최고로 많이 걸었던 것이 70km 정도인데 그 때도 상당히 힘들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는 그래도 남자지만 여자인 은진이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Guthook 앱에서는 오늘 종착지로 잡은 소방서에는 트레일 엔젤이 있다고 했는데 도착해보니 정말 아이스 박스가 있었다.
한가득 기쁜 마음을 안고 아이스박스를 열었는데 텅~ 비어있다 ㅋㅋ 그 이후로 도착하는 하이커들도 와우라고 열어보더니 다들 낚였다 ㅋㅋ
그러고싶지는 않았는데 쓰레기통을 뒤져보니 스프라이트 2L짜리에 먹다남은 음료수가 있어서 마셔봤더니 달달한 설탕물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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