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났더니 몸살이 났는지 몸이 아파 도저히 일어날 수 없어 새벽에 지훈이를 먼저 보냈다.
사실 새벽일찍 가기 싫어서 아픈척했던걸지도... ㅋㅋ 오늘 조금 무리하면 드디어 시에라 구간이 시작되는 '케네디 메도우'에 들어갈 수 있는데 그냥 깔끔하게 포기했다.
지훈이는 아마 들어갈 듯했다.
구역상으로는 900km 지점의 테하차피가 PCT의 South California의 마지막이고 PCT 하이커들은 1,060km의 Kennedy Meadow를 사막의 끝이라고 했다. 사막이 끝나감에 따라 풍경도 조금씩 산의 느낌이 났다.
PCT 길에는 중간중간 기록을 남길 수 있는 노트가 있는데 9시 45분에 지훈이가 글을 남겨 놓았다.
'아이스크림 먹고싶다.'
시계를 보니 11시 30분 정도로 나랑 2시간 정도 앞서 있는 것 같았다. 일찌감치 포기하고 나만의 걸음을 하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매트를 펼쳤다.
바람이 솔솔 부는데 며칠 전 뜨거운 바람에 용광로 속에 있는 것과는 천지차이였다.
산이 가까워서 그런지 오히려 한기가 돌아 선잠을 자다 다시 출발했다.
오늘도 하루가 다 가고 시원한 강이 흐르는 곳 옆에 텐트를 치고 쉬었다. 큰 강이 흐르는 곳에서 씻고 정수 없이 물을 마시니 정말 사막이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는 남자와 여자 친구로 보이는 3명도 있었는데 밤이 되자 갑자기 분주하길래 나가보니 곰을 봤노라며 텐트를 치고 케네디 메도우에 들어갈거라고 했다. 따라서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는데 귀찮기도 했고 다른 하이커 한명도 그냥 잔다길래 나도 그냥 잠을 청하기로 했다.
잠을 청해야하는데 조금만 부시럭 거려도 곰인가 싶어 깨고 다시 잠 좀 들려고하면 부시럭 거려 깨서 결국 새벽이 되어서야 잠에 들었다.
다음 날, 드디어 케네디 메도우를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가뿐했다.
10km 정도를 걸어 케네디 메도우에 들어가는 도로를 만났다. 이제 진짜 사막의 끝이었다.
마지막 갈림길에서 1km 정도를 걸어서 마을로 들어가려니 귀찮았다. PCT 길은 1000km를 걸어도 마을로 가는 길은 100m도 걷기가 싫었다.
결국 히치를 했는데 분명히 영화에서는 케네디 메도우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막 박수를 쳐줬는데 나는 쳐주지 않길래 이게 인종차별인가 싶었다.
"오빠! 왜 차타고 왔어."
일주일만에 보는 은진이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그랬다. 걸어서 들어와야만 박수를 쳐주는 것이었다 ㅋㅋ 그래도 아무렴 좋았다.
드디어 기나긴 사막이 끝이났다. 이젠 The Best라 불리는 시에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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