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Muir Paass를 넘어 잠자리를 마련했었다.
아침에 텐트를 접고 짐을 싸고 걸은지 얼마지 않아 거대한 강을 만났다. 내리막에 강한 은진이는 나보다 앞서서 벌써 강을 건넌 상태였다. 은진이가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배낭에 쑤셔 넣고 강에 발을 집어 넣었다.
"아 차거."
역시 고산의 눈이 녹은 물이라 굉장히 차가웠다. 그리고 물살이 생각보다 강하고 허벅지까지 물이 차서 이미 바지는 다 젖은 상태였다. 사실 다른 건 다 괜찮았지만 넘어지는 순간 카메라가 젖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었다.
다행히 무사히 강은 건넜다.
강에 앉아 강 건너는 사람을 구경 삼아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으며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음식 때문에 걱정이었다. 우리가 들렀던 비숍에서 다음 마을인 맘모스 레이크까지는 상당한 거리였다. 음식을 여유있게 챙겨왔음에도 고도가 높은 곳을 걷다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음식을 먹었다.
아직 맘모스레 이크까지 가려면 오늘은 빼고서도 이틀은 더 걸어야 하는데 우리가 가짐 음식은 오늘 하루치였다.
"오빠, 우리 뮤어 랜치 가볼까?"
"흠... 그래."
맘모스 레이크를 가기 전 산 중에 있는 뮤어 랜치는 JMT를 하는 하이커들이 트레일 박스에 음식을 놓고 가기도 하고 관광객들도 방문하기에 운이 좋으면 음식을 보충할 가능성도 있었다.
은진이와 랜치에 들려 콜라도 사먹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힘이 나기 시작했다.
산 넘고 물 넘어 또 걷고 걸어 존 뮤어 윌더니스에 들어왔다.
미국은 자연환경을 크게 국유림(National Forest)으로 구분하고 아레 단계로 황야(Wilderness)로 구분했다. 우리는 시에라 국유림의 존뮤어 황야에 들어선 것이었다. 여기에서 이제 몇 키로 가지 않으면 뮤어 트레일 렌치였다.
이거 웬걸 도착하니 하이커 박스 앞에 PCT 하이커들이 길고양이들 마냥 주룩이 앉아 있었다. 고산의 시에라에서는 트레일 엔젤들의 접근도 쉽지 않고 하이커들이 마을로 들어가는 것도 힘들어 식량을 공급하는 것이 힘든 것은 모두에게나 마찬가지였다.
'아... 100%네.'
트레일 박스에는 역시나 음식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랜치에서는 숙박을 하는 손님 아니면 음식, 음료 전혀 팔지 않는다는 말에 그냥 좌절해야했다. 일단은 근처에 온천이 있다고 해서 피로를 좀 풀려고 했더니 엄청나게 큰 강에 줄을 잡고 가야하는데 까딱하다가는 휩쓸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그것마저도 포기해야했다.
"오빠, 아침에 출발할 때 사람들이 음식을 많이 두고 간다고 하네. 내일 아침에 한번 공략해보자."
"그래. 운이 따라준다면 있겠지?"
내일에 대한 걱정없이 은진이와 나는 우리의 마지막 식량인 라면을 끓여서 맛나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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