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은 한국에 숙모는 미국에 사신다. 그래서 삼촌은 방학 때가 되면 항상 미국에 오시는데 그 틈을 타 삼촌에게 신발을 부탁했다. 미국의 Altra 라는 브랜드의 신발을 하이커들이 많이 신는데 편하고 좋지만 내구성이 굉장히 약했다. 그래서 이번에 미국에 들어오는 삼촌을 통해 K2 등산화 사이즈도 2 치수 큰걸로 부탁해서 사우스 레이크 타호 우체국에서 받을 수 있었다.
신어보니 조금 딱딱하긴 했지만 처음에는 괜찮다가 걸은지 20km가 넘어가자 발이 미친듯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첫날에도 그러더니 둘째날에도 똑같았다.
PCT 처음 시작할 때도 K2 등산화로 고생했는데 한국 등산화는 이쁜데 실용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이렇게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가장 가까운 마을에 들어가서 신발을 다시 사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마을까지 가려면 이틀은 더 걸어야 해 이틀을 무사히 넘기길 바랬다.
오랜만의 Pass를 지났다.
시에라에서는 4,000m를 넘는 혹은 근접한 고산의 Pass가 많았는데 2,000m 수준의 Pass로 난이도는 많이 낮아졌고 나의 체력은 많이 길러져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
PCT 당시 노스페이스를 걸을 때는 노스 캘리포니아가 어떤지에 대해서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노스 캘리포니아가 끝이나고 나서야
'아 노스 캘리포니아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노스 캘리포니아를 떠올리면 항상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밑에 사진같았다.
'숲 속을 걷는 일'
그리고 노스 캘리포니아에는 쓰러진 나무들이 많았다. 그래서 종종 둘러가야 하거나 기어가야 하거나 혹은 넘어가야 했다.
사진상으로 보면 별 거 아닌거 같은데 나무가 얼마나 큰지 쓰러진 높이가 내허리춤까지 와서 상당히 곤욕이었다. 가끔씩 나무를 잡고 한바퀴 돌면서 넘어갈 때 배낭 무게 때문에 그대로 땅에 처박는 경우도 있었다 ㅋㅋ 기어갈 때는 배낭 때문에 걸려서 낑낑거리기도 했고 ㅋㅋ 돌아가는게 젤 속편한데 오래 걸린다.
국립공원 관리소에서 나무들을 제거해주기도 하지만 워낙 넓고 깊다보니 그 때 그 때 모두 처리할 수가 없었다.
어느새 또 하루가 지났다.
이런 생활을 한지도 벌써 세달이 자나버렸다. 처음에는 호기심과 설레임과 어려움이 있었다면 이제는 익숙함과 편안함과 조금의 지루함도 있었다. 항상 꿈꿔왔던 일이지만 그 꿈에 닿아보니 슬럼프도 있었고 회의감도 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2,000km를 넘게 걸어야했다. 일렀다.
묵묵히 또 하루를 보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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