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봉은 알래스카의 데날리로 6,190m의 높이이지만 미 본토내에서 최고봉은 4,420m 높이의 휘트니 산이다.
PCT 정규길은 아니라 하루를 내서 들러야 하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휘트니산의 정상을 보러 다녀왔다. 우리도 하루 시간을 내기로 했다.
스캇이 시에라에 들어오면 초반에 갑자기 가팔라지는 오르막에 몸이 적응하는데는 시간이 좀 걸릴거라고 했었는데 직접 겪어보니 바위 하나하나 간격이 넓고 가파른 오르막을 무거운 배낭을 매고 걸으려니 좀 빡샜다. 그래도 물을 3~4L 들고 다니다가 1L를 채 들고 다니지 않으니 가방이 가벼워졌다.
원래 9시는 되야 출발하다가 마을에 하루 일찍 들어가기 위해 오랜만에 부지런을 떨어 일찍 일어나 텐트를 접고 길을 나섰다.
점심즈음이 되어서 Crabtree Ranger Staion 근처의 텐트 사이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Crabtree Ranger Staion에서 휘트니 산 정상까지는 약 10km 조금 더 떨어져있는데 왕복으로 하면 20km, 배낭을 내려놓고 다녀올테니 대략 6시간 정도면 되지 않을까했다.
휘트니랑 조금 더 가까운 Guitar Lake나 조금 더 위에 텐트를 쳐도 됐지만 짐을 최대한 덜 매고 걷고 싶었고 하루 일찍 마을에 들어가기 위해서 무리를 하기로 했다.
점심을 아주 든든하게 먹은 뒤 필요한 짐만 남겨둔 채 나머지 짐들은 텐트 사이트에 내려놓고 길을 나섰다.
길이 가팔랐지만 배낭이 가벼우니 날라 다니는 기분이었다. 사람들이 뭐든 장비를 초경량으로 짐은 최소화 해서 다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어떤 사람들은 울트라 라이트 배낭으로 1kg가 안나가는 배낭도 사람들은 많이 매고 다녔다.
최고봉을 오르고 나면 앞을로 걷는 걸음은 큰 문제 없이 이겨낼 수 있을거라 믿고 열심히 걸어 앞으로 나갔다.
돌산의 스위치 백을 천천히 올랐다.
자잘한 돌들이 많다보니 걸을때마다 발이 뒤로 밀려 걷기가 힘이 들었다. 그리고 가끔씩 꽤 큰 돌들도 굴러 떨어져 자칫하다가는 돌에 맞고 저 세상으로 갈 수 도 있었다.
앞선 사람들이 떨어뜨리는 돌을 피해가며 땅을 꾹꾹 밟아 걸어 올랐다.
그리하여 정상에 도착해 쉬고 있자니 은진이도 이내 올라왔다.
나는 미리 와서 고함을 한번 질렀고 은진이도 와서 "아~" 소리치는데 앵앵대는 소리를 내서 한참을 놀리다 욕먹었다 ㅋㅋ
휘트니 정상에서 홀딱벗고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고 하던데 우리랑은 맞지 않아 서로 사진을 쪼금 찍고 내려갔다.
거리상으로 왕복 5시간이면 충분할거라 생각했는데 가파르다 보니 편도가 5시간이 걸려버렸다.
해가 점점 지기 시작했는데 그것보다 오른쪽 무릎이 시려오기 시작해 문제였다. 또 지금 아픈건 괜찮지만 이렇게 아프면 낫는데 오래 걸려서 이 깊은 산중은 어떻게든 차를 타는데 까지는 혼자서 힘으로 걸어가야 했다.
오른쪽 다리를 쭉펴고 절뚝이며 다리를 질질 끌며 걸어 캠핑장에 도착했다. 은진이가 끓여준 사골곰탕을 먹고 누워서 무릎을 접어보려니 이빨이 시린것처럼 무릎이 시려서 이를 꽉 깨물어야했다.
아직 3000km는 걸어야 하는데 큰일이었다. 밤새 잠결에 무릎이라도 펼때는 온몸에 반갑지 않은 전율이 흘렀다. 마을에 들어가는 걸 욕심내지 말고 하루 천천히 가는건데 뒤늦은 후회를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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