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라에는 총 13개의 Pass가 있었다.
우리나라 말로 Pass는 고개, 재로 고산의 고개를 13개를 넘으면 시에라 구간이 끝이났다. 앞서 말했듯이 시에라는 남쪽이 고도가 높고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서서히 고도가 낮이지기 때문에 처음에 만나는 4,000m의 Forester Pass가 최고 높고 서서히 낮아졌다.
아침에 일어났지만 여전히 무릎이 시렸다.
'x됐다.'
머리속에는 이 생각만이 가득했다. 다른것보다 음식이 없었다. 아프면 며칠 쉬면 되지만 산 중에서 해먹을 음식이 다 떨어져버려 마냥 쉴수만도 없었기에 골치가 아팠다.
눈을 뜨자마자 바로 옆에 있는 계곡에 찜질을 해주러 갔다. 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1분을 담그고 있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1분을 넣고 1분을 쉬고 한시간을 반복하니 새벽일찍 휘트니 산을 올라 일출을 보고 사람들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밥을 해먹고 다시 길을 나서는 그들을 마음 속 부러움을 안고 쳐다보는 수 밖에 없었다.
점심을 해먹고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보통 PCT 하이커들은 Rock Creek 캠핑장에 텐트를 치고 휘트니를 다녀오는데 독일 어느 하이커는 휘트니 산을 다녀온 사이 누군가가 200만원 정도의 장비를 다 털어가서 포기하니 마니 한다고 했다.
진짜 누구에게나 PCT 하려면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와야하는데 물론 거기까지 생각 안하니깐 훔쳐 가는 거겠지만 아주 혼이 나야한다.
다시 찜질을 시작하고 1시간이 지나자 갑자기 걸을만해졌다. 믿기지 않아 다시 걸어보는데 꽤 괜찮아짐을 느꼈다.
'원래 무릎이 시린게 이렇게 빨리 낫는건가.'
싶었다.
은진이는 그냥 하루 더 쉬자고 했지만 다만 10km라도 더 걸어놓는게 좋겠다 싶어 은진이를 달래 걸음을 시작했다. 기적이었다.
오늘 점심 때까지도 미친듯이 아팠던 무릎이 어떻게 하나도 아프지 않은지 참 신기했다.
그래도 혹시나하는 마음에 걸으면서도 계속 몸의 소리에 집중을 했다. 항상 아프고나서야 겸손해진다.
시에라에서 달라진 점 하나는 후각이 개보다도 몇배나 뛰어난 곰들 때문에 음식을 담아두기 위해 개인이 곰통을 들고 다녀야 한다.
하지만 산중에도 철로 만들어진 커다란 곰박스가 있었다. 지나다가 무심결에 열어 보았더니 단백질 파우더가 한가득 있어 봉지 채로 그대로 챙겨와 냇물에서 꺼내는데 은진이가 날 보며 실 웃었다.
그러더니 자기도 챙겨왔노라며
'역시 내여자야 ㅋㅋ'
누군가는 무거워서 두고 오는데 우리는 챙기는 일은 있어도 두고 오는 일은 없었다.
Forester Pass를 넘는것 시간도 애매했고 몸상태도 무리여서 Forester Pass 거의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근데 풀떼기가 있었지만 바닥은 돌바닥이라 텐트 못이 들어가지 않는걸 큰 돌라 마구 때려 넣어 겨우 텐트 못을 다 박을 수 있었다.
저녁을 먹고서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앉았다 일어났다도 해보았는데 무릎은 정말 괜찮았다.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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