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Pacific Crest Trail] 38화.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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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Sierra

[PCT, Pacific Crest Trail] 38화. 다툼

by 빵호빵호 2023.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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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은 쉬고 우린 복귀를 해야했다.

복귀하는 날에는 거의 냉전이 있었다.

나도 복귀하기 싫어하는 은진이의 얼굴을 보며 데리고 가야하는게 힘들었다. 아침부터 특유의 표정을 보면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표정을 보는 것도 힘들었지만 대꾸를 하지 않는 것도 그랬다.

사실 이 문제뿐만이 아니라 누군가와 24시간을 붙어 있는다는게 쉬운일은 아니었다. ​ 사람의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했다.

은진이도 은진이만의 불만이 있겠지만 나도 불만이 쌓였고, 앞으로 삶을 같이 살아가면서 힘든 일이 수없이 많을텐데 둘이서 이렇게밖에 헤쳐나가지 못한다면 은진이와 같이할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일단 캠핑장을 나서기로 했다.

텐트를 접고 짐을 싸서 산에서 또 일주일을 지낼 배낭을 메고 마크와 작별인사를 하러 갔다.

저 옆에 표정이 상한 여인이 보이는가... ㅋㅋ

마크의 사진을 찍는데 은진이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화가 났다. 나도 오바해서 생각했지만 생각이 자꾸 멀리까지만 갔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생각이 깊어지자 같이 지내야 한다는 사실에 숨이 막혔고 결국

"나는 혼자서 갈테니깐 니가 하고 싶은대로 해라."

 

라는 말이 입밖으로 나왔다. 말다툼을 좀 더 하다가 은진이는 짐을 싸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은진이가 없어지자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이 오히려 더 슬프게 느껴졌다. 나도 복귀하려는 마음을 접고 다음 날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 하루종일 슬프지 않은척 드라마를 보며 있었지만 기분이 계속 좋지 않았다.

잠이 이루지 못하다 겨우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은진이가 텐트 안으로 맥주 냄새를 풍기며 들어왔다. 새벽까지 들지 못했던 잠을 그제서야 편히 잘 수 있었다.

다음 날, 점심이 다 되어 일어나 비숍으로 오기 전 히치 하이킹을 했던 계곡에서 휴가를 가지기로 했다. 맥주 12개를 사서 텐트를 치고 계곡으로 향해 거침없이 마셨다. ​

계곡에서의 하루 휴가 ​

 

나는 늘 우리가 걸음이 느린것 같아 불안했다.

늦게가면 겨울의 워싱턴의 폭설 때문에 포기해야할까봐 두려웠다. 마음이 늘 조급했지만 은진이와 다투고 마음을 상하게 해서 하는 완주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더 챙겨줘야지 하면서도 이후로도 잘 되지 않았다.

얼음장같은 계곡의 맥주란

텐트 앞에 있던 맑은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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