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름 많이 마신덕에 느즈막히 일어나 오전은 Kearsarge Pass를 넘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이틀만 휴식을 취하려고했는데 다투는 바람에 마을에서 삼일, 복귀해서 야영장에서 하루, 총 4일을 쉬어버렸다. 이렇게 조금씩 캐나다 국경에 닿을 날이 밀릴테지만 인생이라는 것이 원래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 아니겠는가?
다툴 때는 그렇게 밉다가도 화해하고 나면 쳐다만 봐도 고생시키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ㅋㅋ 수 많은 관계 중에서도 남녀 관계는 참 독특하다.
왔던길을 다시 되돌아 가는게 무지하게 싫었지만 길이 아름다워 보는 맛이 있어서 좋았다.
또 다시 Pass를 하나 넘었다. 이제 9개만 넘으면 시에라는 끝(이제 겨우 두개 넘고서 ㅋㅋ)
시에라에는 한가지 특징이 있는데 모기가 미친듯이 많았다. 다행히 한국 모기와는 달리 날개짓이 굼떠 잡는게 어려운건 아니였지만 호수 주변에 가만히 서있으면 초당 기본 5마리는 몸에 달라 붙었다. 그래서 팔을 한번 내리치면 또 5마리 잡는 일도 많았다. 그러니 텐트를 칠때면 고역이었다.
Rae 호수에 도착했다. 테하차피의 너무 고마웠던 Rae 할머니가 생각나서 일부러 호수 옆에 텐트를 쳤는데 모기 때문에 식겁했다 ㅋㅋ 옆에 있는 미국인이랑 대화를 했는데 대화중에 모기가 얼굴에 5마리나 달라 붙었다 ㅋㅋ 우리는 손짓하고 쫓아내느라 바빴을텐데 그는 포기한듯 그냥 물어 뜯기게 뒀다.
급하게 저녁을 챙겨먹고 호수에 물이 들어오는 In-let과 물이 빠지는 Out-let이 있는데 Out-let에서 설거지를 하다가 그만 센 물살에 내 사랑스러운 머그컵이랑 숫가락, 젓가락이 그대로 쓸려 나가버렸다. 이젠 숫가락으로만 라면을 먹어야 하는... ㅋㅋ
복귀하는 날은 힘들지만 막상 또 산중으로 들어오면 산이 최고라는 생각도 많이 든다. 아마도 많은 PCT 하이커들이 느끼는 오묘한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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