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Pacific Crest Trail] 10화. 문명이 주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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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South California

[PCT, Pacific Crest Trail] 10화. 문명이 주는 기쁨

by 빵호빵호 2022.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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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요일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았고, 알 수 없었다. 저녁에 일기를 쓰려고 휴대폰을 확인하면 알 수 있었고, 며칠을 걸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2주가 넘는 시간을 지내다 보니 어느새 이 야생 생활에도 조금 익숙해져 있었다.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되면 항상 지도 분석을 했다. 내일은 어떤 특별한 곳이 있는지, 물은 얼마나 자주, 어디에 있는지 보고 계획을 세우고, 마을 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다. 예전 휴대폰이 없을 때 PCT 한 사람들은 항상 물에 대해 걱정이 많았을텐데 그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거듭 이야기 할 수밖에 없지만 사막의 낮은 정말 더웠다.

오늘은 우리에게는 기적같은 날이었다.

PCT를 하다보면 간혹 도로를 만나게 되는데 도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레스토랑이 있어 햄버거와 맥주도 마실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오전에 죽도록 걸어 점심이 되기 전에 레스토랑에 닿을 수 있었다. 이름은 Paradise Valley Cafe

이미 많은 하이커들이 도착해 맥주 마시면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고 우리도 자리를 잡고 햄버거에 맥주도 시켰다. 당시에 햄버거 하나에 12~13불 했었는데 이렇게 비싼 햄버거는 처음 먹어보는거라 조금 가슴이 콩닥거렸지만 꿀맛이었다.

레스토랑 뒤에는 큰 공터가 있었는데 나무 그늘 아래 낮잠을 청할 수 있었다.

 
미국 레스토랑의 풍경

낮잠을 잔 뒤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다시 출발했다.

해가 머리 바로 위에 있는 12시보다 2시가 오히려 더 더웠다. 예전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는데 땅이 데워지는데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사막은 삭막한 것 같아도 꽤나 풍경이 아름답다 ​

 

그래도 묵묵히 걸어 하루를 버티면 또 해는 산을 넘어갔다.

그렇게 간절히 원하던 PCT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고 며칠 전까지만해도 아팠던 발과 발목이 아프지 않아서 또 감사했다.

이렇게 소소한 기쁨을 안고 또 하루를 보낸다.

아직도 텐트를 치는 것이 익숙하진 않지만 우리의 보금자리가 텐트라는 사실은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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