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Pacific Crest Trail] 8화. 조금씩..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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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South California

[PCT, Pacific Crest Trail] 8화. 조금씩.. 회복

by 빵호빵호 2022.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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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게 Warner Springs에 도착한 날을 포함해 5일이나 쉬어 버렸다. 쉬면서 따뜻한 물과 차가운 물 받아서 번갈아 찜질도 해주고, 아무것도 안하고 쉬기만 했다. 5일째 되는 아침에도 여전히 정강이가 찢어지는 느낌이 났지만 안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 느리다 보니 사실 마음이 많이 쫓겼다. 다시 길 위에 올라가서 아프면 또 도로가 나오는 곳까지는 무조건 걸어야해 걱정도 되었지만 일단 모험을 하기로 했다.

고추장, 대용량 라면스프, 설탕 이딴거를 다들고 다니니 몸이 못 버틴다.  그래도 이 아름다운 것들을 포기할 수는 없다

 

Warner Springs에는 시즌을 맞아 이동식 아웃도어점이 있었다.

쉬는동안 거기서 신발도 새로 사고, 하이킹 폴도 샀다. 신발은 2치수 큰 걸로 샀는데 발이 워낙 잘 붓다보니 사이즈가 넉넉해야하고 하루에 걷는량이 많다보니 편해야했다. 미국인들이 많이 신는 Altra라는 브랜드로 샀다. 하이킹 폴은 가벼운 짐에 별로 걷지 않을 때는 모르지만 짐이 무거울 때는 앞다리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다리에 가는 부담을 많이 줄여주었다.

 
5일간의 긴 휴식 뒤 다시 길을 나선다

신발이 확실히 편하니깐 좋았다. 두 손은 하이킹 폴에게 양보하면서 무거운 DSLR은 이제 목에 메고 렌즈 부분을 허리에 맨 힙색위에 얹고 다녔다. 여전히 무거운 배낭을 메고 내리막 걸으니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가는 듯 했다. 복귀하고 첫 날은 10km를 조금 더 걸으니 몸이 또 아파오기 시작해 결국 멈췄다.

물 포인트 근처에 잠자리를 잡으면 저녁 해먹을 물, 저녁먹고 마실 물, 다음날 아침에 마실 물 등등 여러가지 면에서 편리하고 에너지를 아낄 수 있어서 좋았지만 물 포인트에 딱딱 맞게 걸을 수 없어서 흔한 경우는 아니었다.

물 포인트 근처에 숙소를 마련하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 아직은 완전히 회복하지 못해 느렸지만 다음 날 또 일어나 부지런히 걸어야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신발보다는 무거운 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됐다. 겨울의 워싱턴까지 생각하다보니 동계용품도 다챙겨서 걷고 있는데 1kg에 가까운 망원렌즈, 동계용품, 전동 면도기 등 필요 없는 걸 다음 마을에서 꼭 처리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사막에도 수풀은 있다. 다만 그늘이 없다

Guthook App에서 PCT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오늘 오후에는 산중의 트레일 엔젤 Mike의 집이 있다고 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미국 시골의 자유로움을 맘껏 누릴 수 있다고 해 은진이는 진작에 앞서 걷고 있었고 뒤에서 부지런히 따라 걸었다.

열심히 걷다보니 어느새 Mike's H2O Water라는 허름한 나무판에 적힌 안내판을 볼 수 있었다.

마이크의 집으로!

 

마이크 집에 도착하니 은진이는 벌써 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반가운 목소리로 음료수도 실컷 마셨다면서 따라 오라며 아이스 박스로 가더니 하나를 더 꺼내 마셨다. 나도 따라 2캔을 연속으로 마시고 그늘 아래서 잠시 낮잠을 청했다.

마이크는 LA로 일을 보러 갔고 마이크의 삼촌이 있었고 스캇이라는 친구도 있었는데 스캇은 10년이 넘게 매년 PCT를 하다가 이제는 시즌이 되면 이렇게 트레일 엔젤 집을 들러 하이커들에게 도움을 주는 트레일 엔젤을 자처하고 있다고 했다.

점심은 소세지와 계란을 차려주어 맛나게 먹었고 저녁은 피자를 먹는다고 했는데 5일이나 쉬다 보니 별로 내키지 않아 은진이에게 답이 정해진 물음을 하니 가자고 해 미안했다.

산중 천국 Mike's House
 

 

후에 시간이 지나 그 때 왜 마이크 집에서 좀 더 쉬면서 피자도 먹고 은진이의 기분도 좀 더 풀어주지 못했을까? 했지만 당시(PCT 초반)에는 늘 뒤쳐져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안했던 것 같다.

빡빡한 한국 생활에서 조금 벗어나 자연에서 느긋한 마음도 즐기려고 했지만 어느새 또 그룹 안에 들지못하면 안된다는 마음의 압박을 스스로에게 주었던 것 같기도 하고, 꼭 완주하고 싶다는 마음도 간절했던 것 같다.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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