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물은 귀했고, 물 포인트와 물 포인트 사이의 거리에 맞춰 가지고 다닐 물의 양을 잘 조절해야했다. 보통 10km에 1.5L 정도 마셨고, 사막에서는 물 포인트가 없을때는 20~30km도 안나와서 보통 3~4L는 들고 다녀야했다.
특히 하루를 마무리 하기 전에는 저녁 해먹을 물, 저녁 먹고 마실 물, 다음 날 아침 마실 물, 다음 날 물 포인트까지 마실 물까지 준비해야했다. 그래서 잠자리 근처에 물 포인트가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전날 저녁 먹고 물을 많이 마셔버려 아침에 물 포인트까지 마실 물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물 포인트 도착하니 얕은 물이 고여있어 벌레가 가득하고 악취도 나고 도저히 정수해서 마실 자신이 없어 그냥 지나쳤다. 그러면서 한번 시작된 갈증에 미친듯이 괴로웠다. 태양은 또 얼마나 강렬하게 쪼아대는지... 결국 입 안도, 목도 다 말라 붙어버렸다.
아직 물 포인트까지는 3km가 남았는데 도저히 물 없이는 갈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힘을 내서 걸어도 100m 걷고 뻗고, 100m 걷고 뻗고 몇 번 하지 못하고 주저 앉았다. 목이 마르다 못해 타들어 가는 기분이 들었다. 올라오는 길에 다른 하이커들도 작은 초목 아래 숨어 태양을 피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물통도 비어있었다.
앞쪽에 커다란 바위가 보여 바위 그늘 아래서 일단 쉬려고 조금 더 힘내 걸어 도착하니 은진이도 있었다. 하지만 은진이도 물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바위 그늘 좀 더 안쪽에는 옆에는 남자, 여자 하이커가 있었는데 남매라고 했다. 남자 애는 21살의 Jack, 여자애는 19살의 Racheal, 둘은 남매라고 했다. 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둘이 하고 싶었던 PCT를 하는거라고 했다.
"물은 있어요?"
"전혀요."
"그럼 우리가 물이 있는데 좀 더 가면 워터 캐쉬가 있으니까 거기까지 같이가요."
우리가 물 없다고 하자 물 포인트까지 같아 가자며 자기들 물을 나눠 마시자고 했다. 동생도 한참 동생인데 뭔가 부끄러웠지만 일단 방법이 없었다. 오르막을 오르는 동안 은진이가 조금 힘들어하자
"Move, move, move! we are gonna all die!!!"
하며 엄청 쪼았다. 군대 교관인줄 알았다. 입 안에 땀에 젖은 수건을 살짝 물고 입 안이 건조하지 않게했다. 길게 느껴진 오르막을 그들의 강한 이끎으로 끝내고 내리막을 쭉 내려갔더니 마침내 물 포인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Water Cache의 물통이 다 비어있었다. 절망감이 가득했다. 이 곳까지는 어떻게든 온거지만 여기서 또 10km는 물이 없는데 물없이는 도저히 걸을 수 없었다.
내려오던 길에 멀찍이 떨어진 고셍 보았던 건물이 생각났다. Jack에게 물어보니 그도 건물을 보았다는 말에 가진 물통을 들고 둘이서 출발했다.
도착하고 철창 바리케이트 밖에서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어 결국 바리케이트를 넘어 건물 앞에서 또 소리쳐도 대답이 없길래 혹시나 하고 문을 열었더니 화장실이었고 물이 콸콸 쏟아져나왔다. 기쁜 마음에 물을 채우고 있는데 잭이 급하게 소리치며 나가자고 했다.
"여기 마리화나 키우고 있어. 그들이 우릴 죽일수도 있다고!"
내가 물 받는 사이 다른 건물 문을 열어본 잭은 마리화나를 보았다며 캘리포니아는 마리화나를 피우는 것은 합법이나 재배는 불법이라고 했다. 그들이 마리화나 재배하는 걸 우리가 봤다면 죽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1L 물통 하나만 채워 다시 돌아와 4명이서 나눠 마시니 물은 턱없이 부족했다. 하는 수 없이 네 명이서 작은 나무 그늘 아래 숨어 누워있으니 잠이 들어버렸다.
"붕~"
얼마나 잤을까? 잠결에 소리가 들려 눈을 떠보니 멀리서 차 한대가 먼지를 일으키며 왔다. 차는 우리 앞에 서더니 운전자 아주머니가 내려 트렁크를 열자 수십통의 물통이 나왔다.
'살았구나...'
그렇게 첫번째 갈증의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물을 받고 남매는 떠나고 우리는 좀 더 쉬었다. 걸음이 빠른 그들을 이후로 한번도 볼 수 없었다. 그들이 무사히 완주했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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