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하려고 했던 PCT를 비행기 타기 딱 3일전 계단에서 발을 잘못디뎌 아킬레스건이 완파되는 바람에 5개월간 푹쉬고 2018년으로 미룰수 밖에 없었다. 긴 시간이 지나 한해가 지나고 2018년 4월 드디어 출발할 수 있었다.
준비물
<텐트, 침낭, 코펠, 버너, 물통, 반찬통, 모자, 옷, 속옷, 칫솔, 세면도구, 겨울용품(아이젠, 장갑 등), 아이패드, 카메라, 카메라 배터리 4개, 음식>
일주일에 한번 마을에 들릴거라 음식이야 6개월치 들고 다닐 필요가 없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않았다.
샌디에고로 바로가는 비행기가 없어 샌프란시스코에서 환승해야했는데 미국 입국시에 잘못하면 한국으로 돌려보내질 수 있다고 해서 걱정이 됐다.
"B1,B2 비자로 왜 6개월이나 있나요?"
"PCT하려는데 완주까지 6개월 정도 시간이 필요해서요."
다행히 입국 심사관은 조심하라며 곧장 통과 시켜 주었다.
환승 비행기를 타고 얼마지 않아 샌디에고에 도착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마쳐서 국내간 이동한 샌디에고에서는 따로 입국 심사 없이 바로 출국할 수 있었다.
나름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초강대국 미국은 처음이라 이상하게 긴장이 됐다.
PCT를 하면 첫 시작지점인 멕시코 국경인 캄포(Campo)를 가야하는데
샌디에고에는 유명한 트레일 엔젤 스캇(Scout)과 프로도(Frodo)가 있어 한국에서 그들의 연락처를 미리 알아내어 연락을 주고 받았다. 흔쾌히 자신의 집에 머물러도 좋다고 했고 공항 도착 시간에 맞춰 픽업을 나오겠다고해 그들을 기다렸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기다리고 있자니 자원봉사자(?)가 우릴 데리러왔다. 시즌이 되면 Scout과 Frodo집에 오는 하이커들이 워낙많아 둘만으로는 일손이 부족하다보니 자원봉사자들이 손을 더했다.
집에 도착하니 이미 하이커들로 분주했고, 집안의 모든것은 하이커들을 위해 준비된거 같았다. 마당에는 하이커들 잠자리를 위한 커다란 텐트가 몇동, 집안에는 하이커박스, 주방에는 하이커들 먹으라고 음식, 과연 한국에서 이런일들이 가능할까 생각하며 미국인들에게 감탄을 했다.
2일을 쉬었다. 쉬면서 준비해온 음식들 중에 일주일치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750km 떨어진 Hiker's Heaven으로 보내고(이때는 750km면 한달정도 걸리면 금방 갈거라고 생각했는데 한달은 정말 길더라...) 매트를 못사가서 하나사고, 미국 슈퍼마켓도 구경가서 1L짜리 맥주캔도, 치킨도 사먹어 보고 그랬다. ㅋㅋ
밥시간마다 정원에 다들 모여서 Scout이랑 Frodo랑 같이 밥을 먹었는데 둘은 PCT, CDT, AT 모두 완주한 트리플 크라우너라고 했다. 아마도 자신이 해봤으니 이런일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매일 새로운 사람들도 집이 분주하고, 밥도 준비해야하고, 차도 태워줘야하고 다 사비로 하고, 돈도 돈이지만 그 정성이 정말 대단했다.
시간은 빨리 지났다.
막상 내일 출발하려고하니 설레는 마음도 있었고 이렇게 편한곳에서 지내다가 이제 매일같이 걷기만하고 야생에서 지낼 생각을 하니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잘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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