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Pacific Crest Trail] 6화. 양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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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South California

[PCT, Pacific Crest Trail] 6화. 양아치

by 빵호빵호 2022.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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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은 걷다가 눈물이 차올라 멈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면서 걸었다. 병신인가...

아킬레스건이 완파되고 수술하고나서 집에 가만히 있다보니 회사는 괜히 그만둬서 지금 뭐하는 짓인가, 내가 옳은 일을 하는게 맞는가 뭐 그런 생각도 들었고, 또 아빠는 그 당시에 실직도 하시고, 집 이사도 했는데 엄마는 맘에 안들어서 공사하는 아저씨들이랑 대판했다.

나는 다리 좀 낫고 나서는 절뚝거리며 독서실 애들 관리 알바했는데, 나보다 어린 학원 선생은 반말 찍찍하고애들 밥먹는거 흘린거 치우는데 다치지 않았더라면 그런 생각이 안들었을텐데 절뚝거리며 치우는데 왜 그리 초라하게 느껴졌는지... 여하튼 걷고 있는데 그런 생각이 밀려들자 설움의 눈물과 이제는 그렇게 원하던 이 길을 걷는다는 행복의 눈물이 터졌던거 같다.

그렇게 실컷 울고나니 이상하게 그 이후로는 그런 생각도 안났고, 생각이 안나니 울일도 없었다.

이제 이 길에서만 만날 수 있는 PCT 간판이 참 반갑다 ​

 

메마른 이 곳에서도 생명력이 활기를 친다
 
 

 

 
 
점점 이 풍경이 익숙해진다. 또 어느새 적응을 하고 있다

 

사막에서 가장 힘든 것은 걷는 것이 아니다. 미친듯이 끓어오르는 갈증이다.

그리고 물로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는데 사막에서는 항상 탄산음료와 이온음료를 머리속에 안고 걷는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주변에 물 포인트가 있는 곳을 향해 물통을 들고 길을 나섰다. 좀 더 멀리보니 커다란 목장이 보였는데 왠지 탄산음료를 좀 얻어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물을 잔뜩마시고 물통에 물을 채운 뒤 목장이 있는 집을 향해 걸었다.

'No Trespassing'

무단침입을 하지말라고 경고했지만 아무리 소리쳐도 대답없어 일단 문을 열고 들어갔다. 미국의 시골집은 우리가 한국에서 경험하는 시골집과는 규모의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한참을 걸어 들어가 집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어 이 건물, 저 건물 돌아다니며 사람을 찾아도 대답없었다.

하는 수없어 돌아 나오는데 냉장고가 보여 문을 열어보니 탄산음료가 가득 들어있었다. 그러면 안됐지만 어느새 내 주머니에 탄산음료를 가득 담은채 가벼운 발걸음으로 텐트로 복귀했다.

후에 알게됐지만 미국에서는 타인의 영역에 무단침입하면 총을 맞을 수도 있다.

꽤 운수좋은 날이었다.

 
 
라면과 밥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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