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Pacific Crest Trail] 3화. 처음이 주는 설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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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South California

[PCT, Pacific Crest Trail] 3화. 처음이 주는 설레임

by 빵호빵호 2022.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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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다들 떠나고 없었다. 사막은 더워 다들 일찍 출발해서 걷는데 이후에도 우리는 항상 늦게 일어났다. 그래서 모여서 자는곳에서도 항상 제일 늦게 출발했다. 아직은 텐트를 치고 접는게 손에 익지 않아 오래 걸리고 또 하기 싫었다. 후에 손에 익어도 하기 싫었지만 ㅋㅋ 보금 자리를 지고 다니는 달팽이 같았다.

오전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사막에서도 이런가 싶어 이상했지만 그래도 햇빛이 없으니 오히려 4월이라 그런지 춥게 느껴졌다.

사막이지만 나무가 없는 산인지라 이렇게 안개가 끼기도 한다​

 

아직은 이만큼이나 말끔하다

정오가 가까워지니 서서히 안개가 걷히고 날은 점점 맑아졌다. 예쁜 풍경을 보고 싶은 마음에 날이 맑았으면 했지만 그늘 없는 사막에서는 날이 맑으면 땡볕을 그대로 받아야 했기에 고통이었다.

이 좁은 길을 따라 무한히 북으로 올라가야 한다

사막에서의 길은 대부분 오르막이 심하지 않았다.

 

산 하나를 둘러 넘어가면 또 산 하나가 시작되고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북쪽으로 치고 올라갔다. 산 하나를 넘어가자 저 멀리 호수가 보였다. 물이 귀한 지역이다보니 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났다. 내 편견으로 상상한 사막은 모래에 발이 푹푹 빠지는 곳이었는데 상상이랑은 너무 달라 적응이 되지는 않았지만 건조한 이 분위기를 사막으로 부르는구나 싶었다. 주말이어서 주말을 맞아 승마를 하는 사람들도 보였는데 그들이 한없이 부럽기만 한..

PCT 길은 도보나 승마만 가능하다 PCT를 하다보면 승마를 하는 사람을 꽤 자주보게 된다

 
 
사막의 풍경도 나름 아름답다

트레일 엔젤은 말 그대로 트레일의 천사라는 말인데 하이커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주는 사람을 말한다. 트레일 매직은 트레일 엔젤들이 트레일에 음료수며 먹을거리며 두고 가서 하이커들이 지나다가 먹을 수 있는 마법같은 걸 말한다. 트레일 네임은 하이커들이 본명말고 트레일에서만 쓰는 이름을 말하는데 은진이와 나는 좀 닭살돋아 만들진 않았다.

트레일 엔젤, 매직은 오기전부터 워낙 많이 듣고 기대를 하고 있었는지라, 걷다가도 언제 나오지 언제 나오지 하며 걸었는데 ㅋㅋ 이틀만에 만날 수 있는 행운을 맞았다. 멀리서 보던 호수가 가까워지자 한무리의 하이커들이 모여있었다. 느낌이 그랬는데 도착하고보니 트레일 엔젤이 와서 다들 배를 채우고, 목을 축이고 있었다. 우리도 끼여 음료수를 한자리에서 두캔까서 벌컥벌컥 마셨다. 찌는듯한 더위에선 역시 먹는것보다 마시는게 우선이었다. 정말 사막에서 생각지도 못한 탄산음료에 가슴 벅찼다.

 
트레일 매직은 정말 기적이다.. ​

 

과일도 먹고 음료수도 먹고 배도 부르니 다시 땡볕으로 뛰어들기가 싫었다. 가기 싫은 마음을 다잡고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몸이 힘들어 싫지만 그래도 이렇게 다리가 어느새 다 나아 걸을 수 있다는 사실에 고맙고 마음 또한 좋았다.

이제 멕시코에서 22마일, 35키로 정도 왔다. 그냥 거리는 계산하지 말자...

다시 태양 아래로 들어가 땀을 안고 흙을 벗삼아 걸었다. 사막의 풍경은 비슷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바뀌었다.

 
 
비슷하지만 조금씩 바뀌는 풍경 ​

 

중간 중간 꽃들도 볼 수 있다 ​

 

가는 길에 올란도에 사는 동남아 아저씨를 만났다. 동남아 여행도 꽤 많이 했었는데 동남아 여행할 때 만났던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역시 사람은 잘 살고 볼일이다 ㅋㅋ

아저씨는 휴가를 맞아 며칠간 멕시코 국경에서 100km 정도 걷을거라며 나중에 놀러오라며 연락처도 줬지만 결국 가지는 못했다. 은진이와 둘이서만 다니니 둘의 사진은 찍기 어려웠는데 아저씨가 찍더니 에어드랍으로 친절하게 보내주기도 했다.

아주 멀쩡하다. 온몸에 주렁주렁 짐도 참 많다

조금 지겨워진 오후의 걸음을 산을 오르는 오르막 중간에서 마쳤다. 그래도 한번 쳐봤다고 텐트 치는게 조금 익숙해졌다. 어제와는 다르게 밥을 먹고 누웠지만 잠이 빨리 오질 않아 은진이와 꽁냥꽁냥 이야기 나누다 스르르 잠이 들었다.

텐트를 칠만한 캠프 사이트들이 길 곳곳에 많다. 중요한건 물포인트랑 캠프 사이트가 가까울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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