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Pacific Crest Trail] 2화. 멕시코 국경, 캄포(Campo)에서의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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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South California

[PCT, Pacific Crest Trail] 2화. 멕시코 국경, 캄포(Campo)에서의 출발

by 빵호빵호 2022.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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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고, 짐을 챙기고 배낭을 한번 메보고 가슴에 있는 가방끈 버클을 채웠는데 부러져 버렸다.

초반에 뭣도 모르고 이것저것 배낭에 넣어서 배낭이 얼마나 무거웠는지 ㅋㅋ

그리고 4개월 가까이 가슴끈 없는 배낭을 메고 다녀야했다. 마을에 들러 아웃도어 샵에 갈 때마다 구해봤지만 버클만 따로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무거운 배낭을 멜 때 가슴끈이 있고 없고는 꽤나 큰 차이가 있었다.

집 앞에 나가보니 어디서 왔는지 집앞에 나가니 차들이 한가득 와있었다. 30명 가까이 되는 하이커들을 태워다 줄 차들이었다. 캄포까지는 1시간 정도가 걸렸다. 가는 길에 계속 완주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도 있었고, 길은 잘 찾으며 다닐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있었고, 은진이는 또 잘 따라와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설렘보다는 걱정이 조금 더 아니 훨씬 더 컸다.

스캇 집에서 즐긴 마지막 식사

 
 
출정 준비 완료!

캄포에 도착하고 나서 다같이 사진을 찍고 개인 사진도 찍고 출발했다.

후에 이들 중 자주보는 이들도 한번도 못본이들도 많았다. 걷는 속도의 차이, 휴식을 가지는 날수, 중간에 포기,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

다른이들을 다 먼저 떠나보내고 출발 기념비에 서서 사진 찍고 뒤늦게 출발했다.

2018년 4월 28일 출발자들

 
 
캄포의 멕시코 국경비 ​

 

 
 
 
혼자, 또는 무리를 지어 첫 발을 내딛는다 ​

 

그러고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색바랜 길을 따라 걷는다고 걷는데 아무리 걸어도 사람도 안보이고 뭔가 뒷골이 싸해서 Guthook App을 켜보니 지도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 15분을 다시 되돌아 걸어와 처음부터 쉽지 않구나 느꼈다. 다시 길에 들어서니 우리보다 늦게 온 사람들이 길 잃은 초보자 하이커에게 색바랜 길을 따라가다보면 PCT 마크가 보이는데 그렇게 길 찾아가면 된다고 한다 ㅋㅋ 바보들은 그제서야 "Ah~"하 다시 길을 나섰다. ​

PCT를 하다보면 수없이 만나게 되는 표식 ​

 

South California는 사막이라고 해서 모래만있다고 생각했는데 초목들이 많았다. 다만 허리춤밖에 오지않아 낮동안 항상 태양 빛을 그대로 받고 걸어야 했다.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그렇게 해보고 싶었던 이 PCT가 막상 걷기 시작하자

'덥다, 쉬고싶다, 갈증난다'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웃긴 마음이었다.

 
 
사막은 이런 느낌이 난다 ​

 

얼마나 걷고 쉬어야 하는지 점심은 또 언제 먹어야 하는지 언제 하루를 마쳐야 하는지 어느 하나 경험 없는 일들이라 낯설고 감이 서지 않았다. 걷다 힘들면 쉬었고, 쉴만큼 쉬었다는 생각이 들면 다시 걸었다. 꽤나 많이 걸은 것 같은데도 10km도 걷지 못했다. 4,268km를 걸어야하니 이제 4,258km 정도 걸으면 되는데 좀처럼 감이 오지 않았다.

배가 고파올 때 쯤 다른 하이커들이 점심 먹고 있는 나무 그늘 아래 틈에 끼어서 같이 점심을 먹었다.

PCT에서의 첫 식사, 외국인들이랑 같이 있는 것 자체가 불편하던 시기였다 ㅋㅋ ​

 

하루종일 걷기만 하니 별건 없었다. 은진이가 잘 걷는지 체크도 하고, 사진도 중간 중간 찍고, 대부분은 그 때 그 때 떠오르는 생각으로 사색을 하며 걸었다. 그 사색의 시간이 좋았다. 그래서 걷는걸 좋아한다.

처음에는 하이킹 폴이 없어 DSLR 사진기를 손에 들고 다녔다. 그래서 사람들이 볼때마다 놀란다. 무겁지 않냐며 ㅋㅋ 원래 산에갈때 항상 사진기를 들고 등산을 해서 버릇이다보니 그랬는데 일주일이 넘어가자 죽을거같아 버리고 싶었다 ㅋㅋ

초반엔 그래도 사진도 찍고 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인물 사진이 없다. 그래서 늘 아쉽다.

첫날은 25km를 걸었다.

매일 30km를 걸어도 140일 이상 걸리니 최소 30km는 걷자였는데 첫날은 무리하지 않는선에서..

도착하니 스캇의 집에서 같은 텐트를 썼던 스티브 할아버지가 반겨주었다. 물이다 떨어져서 밥 해먹을 물도 없었는데 다행히 할아버지는 트레일 엔젤이 물을 두고 갔다고 따라오라며 물이 있는 곳을 가르쳐주었다. 물이 든 1.5L 페트병 네개가 있었다.

 
 
첫날의 야영지에서 한국 라면과 함께 ​

 

하루 종일 실컷 걷고 먹는 라면이 정말 맛있었다. 온몸은 흙투성이, 양말도 흙이랑 땀이 눌러붙어 난리도 아니였지만 물이 없는 이 사막에서 그냥 자는수밖에 없었다. 피곤했는지 기절하듯 잠이 들어 길 위에서 첫날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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