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피코 투르키노(Pico Turquino) 트레킹] 쿠바의 최고봉, Day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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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등산/2019년 쿠바, 피코 투르키노

[쿠바, 피코 투르키노(Pico Turquino) 트레킹] 쿠바의 최고봉, Day 2

by 빵호빵호 2022.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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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o Domingo → Alto de Naranja → Aguada de Joaquin

아침에 일찍 일어나 공원 입구에 들어서니 혼자서 등산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가이드와 동행이 의무라고 했다.

개똥같은 얘기에 가이드는 어디서 구할 수 있냐고 하니 가이드는 지금 여기서도 구할 수 있지만 피코 투르키노 봉 앞 4km에 있는 첫날 산장인 Aguada de Juaquin에는 잘 수 있는 사람이 20명으로 한정되서 오늘은 인원이 다 찼으니 내일 다시 오라며 예약은 공원 앞에 있는 호텔 Villa de Santo Domingo에서 하라고 했다.

산토 도밍고 쪽 입구

호텔로 찾아가 직원이랑 얘기하니 내일은 자리가 있고, 114꾹(한화 135,000원)에 입장료, 차량, 숙박, 저녁식사, 가이드 포함이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하루 쉬어야 했지만 일단은 예약하지 않고 호텔 앞으로 나왔다.

 

호텔앞에는 당일투어로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군 사령부 Comadancia de la Plata 오는 손님들을 Bayamo에서 태우고 온 택시 기사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어차피 하루 심심하게 보내게 되어 택시 기사들이랑 같이 끼여 짧지만 스페인어로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던 도중 오늘 가고 싶지만 못갔다며 사정을 얘기하니 택시기사 중 한명이 자신은 투어사까지 하고있다며 가이드에게 연락해보겠다고 했다. 산장이 다 찼는데 괜찮냐니 특유의 여유로운 표정으로 걱정말라고 했다.

전화 통화 후 당일투어로 혁명군 사령부 온 손님들 끝나면 올 수 있다며 1시 출발이 가능할 거라며 100CUC을 부르는걸 깎고 깎아 가이드, 저녁식사, 숙박까지 85CUC에 합의를 봤다.

출발 전까지 시간이 남아 동네 구경을 나섰다.

 
 

동생이 너무나도 귀여운 누나

아침부터 부지런히 빨래를 하는 여인

쿠바에서 숙박은 사진의 마크가 표시된 곳에서만 가능하다

Casa에서 키우는 돼지 친구들

돈키호테 ​

 

동네 구경을 실컷하고 나니 1시가 다되었다.

호텔쪽으로 돌아갔더니 택시 기사 아저씨는 날 태우더니 운전석 옆자리에 숨으라고 했다 ㅋㅋ

뒤에 숨어서 아침에 빠구를 당했던 게이트를 순식간에 지났다. 외국인이야 입구에서 티가 나서 잡히지만 사실 여기는 국립공원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주민들은 자유로이 오가는 곳이었다.

 
 
열대 우림의 피코 투르키노

산토 도밍고 마을

희망의 손을 내밀어 줬던 택시 기사 아저씨

택시 기사 아저씨는 전화를 몇번 돌리더니 기다리라고 했다.

드디어 가이드가 나타났고 그 가이드 아저씨는 진짜 가이드를 만나러 가자며 따라오라고 했다.

 
 
생활 근육이 상당히 멋지게 발단한 아저씨 ​

 

그를 따라 주민의 집으로 갔는데 도착하자마자 본 장면에 심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진짜 가이드 아저씨란 사람은 염소를 매달아 놓고 가죽을 벗기고 있었다. 오늘 저녁이라며 다리 한쪽을 썬다 ㅋㅋ ​

 
 
도륙의 현장

 

시원하게 피부가 벗겨졌다

 
 
처참하게 도륙된 양

아저씨는 이것저것 챙기고, 난 신기해서 염소를 한참이나 봤다.

짐을 다싸고는 아저씨는 그냥 장화를 신고 길을 나선다 ㅋㅋ 장화 신고서도 얼마나 잘 걷는지 아저씨 쫓아 다니느라 숨 넘어가는 줄 알았다.

장화신은 아저씨를 따라 길을 나선다

그리고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즐길 수 있었다. 이곳 또한 사람이 사는 지역이라 관광객들에게는 돈을 받지만 주민들에게는 삶의 현장이었다.

이발하는 아저씨들

인상 푸근한 아저씨 
 

가만히 생각해보니 상황이 참 웃겼다.

원래는 혼자 등산하러 왔는데 돈을 지불하고 동네 주민과 함께 등산을 하고 있으니 말이었다.

산중을 걷다 잠깐씩 틈을 내어주면 멋진 풍경이 보인다

아저씨는 카카오라고 말했다. 그래서 카카오톡이 노란색이었군...

 

원래라면 Santo Domingo에서 Alto de Naranjo까지 5km를 차를 타고 가야하는데 꼼수로 가다보니 걸어야 했다.

그 길이 경사가 45%에 달해 힘이 좋은 차만 갈 수 있다고 유명했다. 말이 경사도 45%지 실제로 보면 거의 수직에 가까운 수준이다. 차도를 만나기까지 그 경사진 차도를 산길로 걸었으니 얼마나 가팔랐을까?

차도를 만나자 안도의 한숨이 나오고 잠시 숨을 돌렸다.

 
 

얼마지 않아 Alto de Naranjo에 도착했다.

여행사와 온다면 이곳까지 차를 타고 오는 것인데 우리는 걸어서왔다. 무언가 좀 더 빡세게 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밀려왔다.

시에라 마에스트라 지역은 피델 카스트로, 체게바라가 쿠바 혁명을 위해 상륙하고 군사들을 훈련 시킨 지역이다. 많은 사람들은 쿠바 혁명군 사령부를 보러 오는데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왕복 4km의 사령부를 못보고 가는 것이 아쉬웠지만 그냥 지나쳐야 했다.

피코 투르키노 개념도

 

초반에는 평평하더니 순식간에 경사가 가팔라졌다. 산의 느낌이 지리산과 매우 흡사했다.

 

아저씨는 체력이 얼마나 좋은지 쫓아가느라 애먹었다. 아저씨는 여기서 태어나 계속 산토 도밍고에서 살았다고 했다. 산이 너무 아름다워서 좋다며, 세명의 아들을 뒀다며 농사를 짓는데 오늘은 알바를 온 거라고 했다.

1km 마다 표지판이 있었는데 8km를 가야했다. 그 표지판을 보는 간격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지 ㅋㅋ 해는 지고 산의 동물들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저씨도 커다란 랜튼을 꺼내고 둘이 바짝 붙어서 걸었다.

해가 서서히 지기 시작해 마음이 급해진다

나름 중간에 휴식 장소도 있다​

 

산장에 도착하니 이미 산중은 깜깜해져 있었다. 불빛이 하나도 없어 중간에 사진은 하나도 찍지 못했고 풍경이 어떤지도 볼 수 없었다. 아마도 열대 우림의 산길이었으리라.

산장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마음을 포근하게 해줬다.

예약된 손님이 아니다 보니 산장지기는 우리를 보고 놀랬지만 아저씨와 대화 후에 이내 밥을 차려 주었다. 스파게티, 밥, 고기, 계란, 감자 진수성찬이었다. 20명이 꽉찼다던 산장의 손님은 나 포함해서 딱 3명이었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택시 기사 아저씨가 걱정마라며 자신있는 표정으로 얘기한데는 이유가 다 있었을 것이었다.

오르는 내내 가자마자 쿠바 콜라를 사먹어야지 생각했었는데 산 중이라 비쌀거라는 내 예상과 달리 마을에서와 같이 1CUC을 받는 사회주의 쿠바에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4캔을 사먹어 버렸다 ㅋㅋ

산중의 밤은 추웠다. 침낭 속에 숨어 들어가 얕은 잠을 청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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