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Oregon' 카테고리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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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Oregon10

[PCT, Pacific Crest Trail] 77화. 재회(feat. 터널폭포)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비는 그쳤지만 산중은 안개로 가득찼다. 밤새 내린 비에 다 젖은 텐트를 구겨 접어 짐을 싸고 젖은 바지에 발을 집어 넣는 순간 '악!' 하고 소리가 났다. 굳게 마음을 먹고 깊숙히 다리 끝까지 집어 넣고 나니 온몸이 시려 부르르 떨렸다. ​ '드디어...' ​ 오늘은 3주 조금 넘는 기간 동안의 혼자서의 트레킹을 마치고 은진이를 만나는 날이었다. 다른 말로는 오레곤도 다 지나 이제는 워싱턴의 국경에 도착한 것이었다. ​ '한국인 대학생들은 벌써 끝이 났겠지?' ​ 거의 한달 전에 워싱턴 국경을 시작한 친구들은 이미 이 길고 긴 여행을 마치고 다음 여행 혹은 한국으로 돌아갔을 것이었다. 그들보다 많이 늦었지만 나도 드디어 마지막 관문에 들어설 수 있었다. ​ '이 미친 지옥으로 들어가.. 2023. 4. 20.
[PCT, Pacific Crest Trail] 76화. 우기(雨期) 우기가 시작된 이후로 하루에 한번씩은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졌다. 비가 오면서 아무래도 제일 힘든 부분은 젖은 텐트에서 잠을 청하는 일과 아침에 젖은 텐트를 접는 일이었다. 게다가 날씨가 추워져 아침에 젖은 옷을 다시 입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밤에 걸음을 마치고 다시 젖지 않은 옷을 입으려면 젖은 옷은 걸을 때 입고 젖지 않은 한 벌은 꼭 아껴두어야 했다. ​ 후드산에서는 무서운 소식이 들렸다. 여성 하이커 한명이 혼자서 하이킹을 하다가 며칠 전에 물려죽었다는 것이다. 산 속에서 거대한 고양이를 만난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운이 좋아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 사실 죽었을지도 모를 몸이다. ​ ​​ 날씨는 오락가락했다. 푸른 하늘을 보여주기도 하였다가 시커먼 구름이 순식간에 산을 감싸기도 하고 비.. 2023. 4. 20.
[PCT, Pacific Crest Trail] 75화. 리틀 크레이터 레이크(Little Crater Lake) 어제 마지막에 좀 무리다 싶었는데 60km의 기록을 세워보고 싶은 마음에 한 시간 이상 더 걸었다. ​ 새벽에 아파서 몇번이나 깼다. 깨면서도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괜찮으려나 걱정이 들었는데 역시나 눈을 뜨자마자 온몸이 바르르 떨리면서 힘이 하나도 없었다. ​ '가야하는데...' ​ 몸이 도무지 움직이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무릎이 아프기도 정강이가 아프기도 했지만 감기 몸살 한번 나지 않았으니 얼마나 운이 좋았는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 숲 속에 자서 해는 많이 들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상당히 지났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 '10시' ​ 억지로 몸을 일으켜 배낭을 싸고 신발에 발을 집어 넣으니 들어가지 않았다. 발이 평소보다 훨씬 많이 부어있었다. 배낭을 메려고 들어보지만 차마 힘이 들어가지.. 2023. 4. 20.
[PCT, Pacific Crest Trail] 74화. 오랜만의 트레일 엔젤 날씨는 화창했다. 꼭 가을 날씨 같았다. ​ 푸른 하늘에 넓게 펼쳐진 구름이 세상에 살아 있음을 고맙게 만들어 주었지만 4개월이 넘게 매일같이 산중을 걷고 있다보니 그 속에서도 불만은 생기고 무기력함도 생겼다. ​ ​ ​ 오사무 아저씨와의 잠깐의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혼자였다. ​ North California의 래딩이라는 곳에서 큰 산불이 나 많은 하이커들이 점프를 한 탓에 점프를 하지 않고 계속 걸어온 나는 많이 뒤쳐져 있었고 또 대다수의 하이커들이 점프를 해서 가는 바람에 이제 사람을 보는 일이 거의 없었다. ​ ​ 머리도 많이 길었다. 긴 머리를 가져보고 싶었는데 머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길어서 묶고 다닐만큼 길어버렸다. ​ ​ 4개월이 넘도록 1kg가 넘는 무거운 사진기를 목에 메고 다니고.. 2023. 4. 20.
[PCT, Pacific Crest Trail] 73화. 오사무 아저씨 빅 유스 레이크를 떠난지 얼마지 않아 2,000 mile 지점을 지났다. 대략 3,200km를 걸어온 셈이었다. 걸어서 3,200km라니 ㅋㅋ 차를 타고 다니는 삶에 다시 익숙해져있어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전혀 믿기지가 않는다. ​ ​ 얼마지 않아 새로운 영역으로 들어섰다. '제퍼슨 황야(Jefferson Wilderness)' 시작과 동시에 긴 산불 구간이 이어졌다. ​ ​ ​ 이제 산에도 가을 냄새가 물씬 짙어지기 시작했다. 점점 북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점점 가을 속을 향해 걸어가는 꼴이었다. ​ ​ ​ 종교는 없지만 불교의 인연이란 개념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PCT에 관해 포스팅을 할 때도, '워킹' 책에서도 인연이라는 말을 참 많이 쓴 것 같다. ​ '왜 하필 그 때 그 곳에서 그 사람을' 이.. 2023. 4. 20.
[PCT, Pacific Crest Trail] 72화. 빅 레이크 유스 캠프(Big Lake Youth Camp) 즐거웠던 옛 추억을 떠올렸을 때 서글퍼지는 건 그 시간, 그런 상황이 다시는 오지 않을 거란걸 알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 PCT를 할때는 그만하고 싶고 도대체 언제 끝나나했던 그 시절이 이제는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이제는 한편으로 조금은 슬퍼지는 건 이제 다시 PCT를 할 일이 없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PCT 글을 자주 올리면서 사진들을 보면 서글퍼지는 느낌이 든다. 아마도 그 시간이 사실을 즐거웠고 시간이 지나면 또 미화가 되기 때문이 아닐까? ​ 샤스타 마을에서 은진이와 헤어지면서 23일 뒤 오레곤과 워싱턴의 국경 마을인 캐스캐이드 락스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래서 부지런히 걸어야했고 부지런히 걸었다. 오레곤에 들어온 이후에는 하루에 기본 50km는 넘게 걸었다. ​ 말이.. 2023. 4. 20.
[PCT, Pacific Crest Trail] 71화. 위로 인간이 태생이 외로운 존재가 아닐까? 그건 타인이 나의 외로움을 몰라주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타인을 몰라줌을 포함해서 말한다. ​ 나부터 남을 잘 몰라주는데 어찌 남이 나를 잘 알아주겠으랴. 외롭지 않고 싶다면 타인부터 챙겨주라. ​ 그럼에도 나의 외로운 감정이 먼저였다. 자잘한 인연들 속에서 채워지지 않는 감정의 독이 점점 깊어져가고 있는 시점이었다. ​ ​ 오레곤은 마을이 잘 없었다. 하지만 중간 중간에 리조트들이 있어 재보급을 할 수 있었고, 하루에 30km를 걷던 다른 지역과는 달리 60km 가까이 걷다보니 300km의 거리도 5일이면 갈 수 있으니 재보급에 대한 마음의 부담도 많이 내려놓을 수 있었다. ​ 오늘을 지나고 내일이면 셸터 코브 리조트에 들어갈 수 있었다. 햄버거가 아주.. 2023. 4. 20.
[PCT, Pacific Crest Trail] 70화. 미겔(Miguel)과 크레이터 레이크(Crater Lake) 크레이터 레이크를 얼마두지 않고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크레이터 레이크를 향했다. ​ ​ 크레이터 레이크에 도착했을 때는 사람들이 많았다. 워낙 유명한 관광지이다보니 관광객도 많았고 하이커들도 많이 있었다. ​ 게중에 반가운 얼굴들도 있었다. 나의 한계일지는 모르겠지만 언어적 문제가 있다보니 서양인들과 깊이 친해지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비교적 자주 마주치는 친구들과는 나름의 정이 들어서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도 나누었다. ​ 트러키에서 샀던 Altra 신발이 사지 얼마되지 않아 옆구리가 다 터져서 Seaid Valley의 하이커 박스에서 좀 큰 신발을 주어서 신었었는데 굉장히 불편했다. 그래서 크레이터 레이크의 편의점에 Salomon 신발 하나를 주문해놓았는데 받아보니 아주 맘에 들.. 2023. 4. 19.
[PCT, Pacific Crest Trail] 69화. 크레이터 레이크(Crater Lake)를 향하여 시에라는 전 구간이 워낙 절경이었기에 말할 필요 없었다. 그런 시에라를 600km를 넘게 걷다 노스 캘리포니아에서는 특별히 풍경이 아름답다고는 느끼지 못했다. 아마도 커져버린 역치에 아름다움도 아름다운으로 인식하지 못했으리라 ​ 여하튼 오레곤에 와서는 2가지가 보고 싶었다. 크레이터 레이크, 터널 폭포 ​ 4,300km의 긴 거리인 PCT의 전 구간을 미리 공부해가면 좋겠지만 사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내가 발을 디디고 있지 않은 곳은 크게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여행을 직접감으로써 몸으로 배우고 느끼는 것들이 많다. ​ Guthook App으로 지도를 참 자주 봤다. 앞으로 어떤 트레일 매직이 있을지, 물 공급원은 어디에 있을지, 어떤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지 등등 그래서 오레곤을 공부하면서 2.. 2023. 4. 19.
[PCT, Pacific Crest Trail] 68화. 지지리 궁상 오레곤으로 넘어갔을 때 이미 해는 지고 있었다. 캘리포니아에서 오레곤으로 주 경계가 바뀌었다고 해서 드라마틱하게 무언가 변하는 건 없었다. 그냥 산길이 계속 이어지는 것 뿐 ​ 오레곤의 첫번째 마을 애슐랜드(Ashland)는 주 경계를 넘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래서 새벽까지 부지런히 걸어 마을에 들어가는 도로 앞에서 잠을 청하면 60km를 넘게 걷는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 ​ ​ 새벽 1시 ​ 갑자기 발목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신발 옆에 찢어지면서 점점 벌어져 걸을 때마다 흙이 너무 들어와서 발바닥이 아파 세이아드 밸리(Seiad Valley)의 캠핑장에 있는 하이커 박스에서 신발을 주워 바꿔 신었었다. 신발이 내 발사이즈보다 3치수는 더 크다보니 걸을 때마다 발목에 모래 주머니를 찬 .. 2023.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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