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North California' 카테고리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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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North California12

[PCT, Pacific Crest Trail] 67화. 오레곤(Oregon) 입성! 캘리포니아는 정말 길었다. 2,700km나 되니 PCT의 반 이상을 캘리포니아를 벗어나려는데 써야했다. 4월 말 봄에 시작한 PCT였는데 어느새 8월 중순 가을을 향해가고 있었다. 길가에는 누르스름한 풀들과 꽃들이 PCT에서의 시간도 흘러감을 알려주었다. ​ ​ PCT를 마친 뒤 나만의 책을 내고 나서 인생에서 조금 재밌어진 점은 책을 본 친구들과 PCT에 대한 이야기,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 "형, 책이 후반분에 갈수록 좀 우울해지는 것 같든데요." "형수님 진짜 고생 많았을 거 같은데 진짜 잘하세요." ​ 같은 이야기들이다. 사실 책을 쓰면서 내가 힘든걸 좀 어필하고 싶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은진이가 고생이 진짜 많았을 거라며 혹자는 "야이 개새끼야! 은진이에게 잘해!" 라며 이야기를.. 2023. 4. 19.
[PCT, Pacific Crest Trail] 66화. 적응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 예전 정말 좋아하던 여자애랑 헤어지고 앞으로 나는 남은 삶을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찼던 때가 있었는데 모두 다 잊어내고 이제는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 은진이가 포틀랜드로 떠난 이후 매일같이 붙어 다니던 은진이가 없는 혼자만의 하이킹에도 금새 적응이 되어버렸다. ​ 하루에 50km에 가까운 거리를 걷다보니 먹는량이 엄청나게 늘었다. 분명 은진이와 헤어진 샤스타 마을에서 일주일치의 음식을 사왔는데 5일만에 거의 다 먹고 음식이 바닥을 드러냈다. 에트나(Etna) 마을에는 들릴 생각이 없었는데 하는 수 없이 들리기로 했다. ​ '뭐지? 저 조합은?' 앞에는 서양인 남자와 그 바로 뒤에 자그마한 동양인 여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 "누나!".. 2023. 4. 19.
[PCT, Pacific Crest Trail] 65화. 나홀로 은진이가 떠나가고 밤 늦게까지 걸었다. ​ 밤 깊은 산 중에 사람도 없는 곳에 홀로 걷는 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어릴적 전설의 고향에서 아프신 부모님을 위해 밤에 산에가서 약을 구하는 걸 보고서는 난 절대 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일을 해내고 있었다. 근데 왜 하필 밤에 산에 갔을까? ​ 그래도 하루에 45km 이상씩을 걸을 수 있었다. 나름 운동에 자신이 있었는데 못 걷는거 같아 속상했는데 ㅋㅋ 안심되었다. ​ ​ 은진이가 떠난 후 또 달라진 점이 하나 더 있었다. 배가 고프면 그자리에 그냥 멈춰서서 밥을 먹었다. 밤 늦게까지 걷다보니 6시쯤에 저녁을 먹으면 새벽 1시, 2시까지 걷고 배가 고프면 걸음을 멈춰 세우고 잠을 청했다. ​ ​ ​ 하루에 몇 걸음이나 걷는지 궁금해서 자기 전.. 2023. 4. 19.
[PCT, Pacific Crest Trail] 64화. 미국의 거대 산불 그리고 긴 이별 연기 가득한 날들이 계속 되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건 직감했지만 대형 산불이 났다는 건 버니(Burney) 마을에 들어가서야 알게되었다. 버니에는 하이커들이 머무를 수 있는 교회가 있는데 굉장히 강당에서 하이커들이 지낼 수 있었다. ​ 교회 강당에 들어가니 노스 캘리포니아를 시작하는 지점인 사우스레이크타호에서 만났던 마크 할아버지가 있었다. ​ "지금 산불때문에 점프를 하고 오레곤부터 시작하는 하이커들이 많아." "할아버지는 어떻게 할거에요?" "난 일단 그냥 걸어보려고." ​ 결정을 내리지 못했지만 계속 숨쉬기 힘이들어 수건을 물에 적셔 입을 막고 걸었었다. 그렇다고 500km 가까이 되는 거리를 스킵하려니 무언가 마음에 걸려 쉬면서 하루만 더 생각해보기로 했다. ​ 결국 스킵은 할 수 없어 일단 .. 2023. 4. 10.
[PCT, Pacific Crest Trail] 63화. 프랭크의 기적 시에라 구간 중 케네디 메도우 사우스 ~ 케네디 메도우 노스 사이는 곰통을 들고 다녀야 한다. 그 말은 곰이 있다는 말이다. 다른 하이커들은 곰을 좀 봤다고 하던데 우리는 곰을 한번도 보지 못해 조금 아쉬웠었다. ​ 그런데 곰은 시에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PCT 전 구간에 다 있었다. 드디어 우리도 곰을 봤다. ​ 여느때처럼 은진이가 앞서 걷고 있었다. 그런데 은진이가 갑자기 뒤돌아 걸어오고 왔다. ​ "오빠, 곰!" "장난치지마라." "진짜라니까!" ​ 그제서야 장난이 아니란게 느껴져 앞으로 가보니 곰 세마리가 나무에 매달려 놀고 있었다. 곰은 사람을 산채로 뜯어먹는다고 했다. 그래서 심기를 잘못 건드리면 내가 죽는 모습을 보면서 죽어야 한다. ​ "진아 일단 돌아가자." ​ 멀리서 지켜봤지만 곰은 .. 2023. 4. 10.
[PCT, Pacific Crest Trail] 62화. 하프 웨이(Half Way) 노스 캘리포니아는 숲 속을 걷는 일이 잦다. ​ PCT를 오기 전 영화에서 보던 북미의 울창한 숲을 기대했었는데 그 상상만하던 숲을 걷는 것은 참으로 기분이 좋았다. 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은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어주었다. ​ 숲 속을 자주 걷지만 숲에 난 오르막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또 정상에 올라 아름답게 펼쳐진 전경을 볼 수도 있었다. ​ 최근 며칠동안 계속 하늘이 흐렸다. 연기가 가득하고 숨쉬기도 힘들어서 큰 불이 났나 생각이 들었는데 미국에서 유심을 사지 않은터라 소식을 알 수 없었는데 다행히 오랜만에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 ​ 정상에서 이제 내리막을 내려가면 벨던(Beldon)이라는 작은 마을을 지나는데 햄버거를 하나 사먹을 참이었다. 구불구불 길이 난 스위치 백은 가파른 .. 2023. 4. 10.
[PCT, Pacific Crest Trail] 61화. 퀸시(Quincy)의 윌리엄과 케이트 PCT에서 매일 다른 길을 걷지만 사실 큰 맥락은 '산을 걷는 일' 이었다. 4월 28일에 시작했으니 이제 3개월을 꽉 채웠다. ​ 가만히 생각해보면 산을 3개월이나 걷는다면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면서 걷겠는가 ㅋㅋ 그래서 PCT는 걷는 것보다는 사실 생각하는 것에 가까웠다. ​ ​ 걷다보면 초등학교 시절부터 중,고등학교, 대학교, 군대 생활, 일하던 시절 모든 시절들을 생각했고 옛 여자친구들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삶을 통째로 뒤돌아보고 생각해보는게 살면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인가? 한국에서 일상을 살면서는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갖는게 참 어렵기 때문에 이건 PCT의 큰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PCT를 마친 사람들이 책을 내곤하는데 자신을 뒤돌아 본다. 나를 찾아간다... 2023. 3. 25.
[PCT, Pacific Crest Trail] 60화. 시에라 시티(Sierra City) 트러키를 다녀왔지만 조금만 무리하면 또 하루 건넌 시에라 시티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마을을 자주가려다보니 하루에 걷는 양이 좀 더 많아 지다보니 또 그것 나름대로 장점이 있었다. ​ 시에라를 마치고나서 체력이 상당히 올라 예전 같으면 3일 걸을 거리를 이틀만에 걸을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 ​ PCT에서는 트레일 네임을 사용했다. 나는 호, 은진이는 진 길 가다가 서양인을 한명 만났는데 어디서 왔냐 묻길래 한국에서 왔다고하니 "Do You Know Bee?" 라길래 모른다고 했다. 한국인 중에 Bee라는 트레일 네임을 가진 사람이 있는 모양이었다. ​ 그런데 점심 시간에 은진이를 만났더니 은진이는 한국 가수 비가 유명한가보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나이가 많아보이는 외국인이 비를 물을 정도라는 것이었다... 2023. 3. 4.
[PCT, Pacific Crest Trail] 59화. 새 신을 신고 노스 캘리포니아는 마을들이 많았다. 사막 같았으면 그냥 넘기고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들어갔겠지만 우리는 많이 지쳐있었다. 사막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마을에 다녀오면 그 힘으로 일주일을 버틸 수 있었는데 이제는 마을에 다녀온 그 날 바로 정신적 에너지가 다 고갈되었다. ​ ​ 삼촌이 여름방학을 맞아 미국에 들어온다고 하셔서 신발을 하나 부탁했었다. PCT를 하면서 하이커들이 많이 신는 Altra는 편한데 내구성이 좋지 않아서 튼튼한 한국의 K2 등산화를 부탁했는데 신발을 바꿔신고 첫날부터 20km만 넘게 걸으면 그 때부터 발이 여간 아픈게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신발을 다시 사기로... ​ ​ 트러키라는 마을에 들리기로 했는데 트러키로 들어가는 도로 바로 앞에 Donner Ski Ranch에서는 하이커들을.. 2023. 3. 4.
[PCT, Pacific Crest Trail] 58화. 짧은 만남, 긴 인연 다음 날 아침, 커다란 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이내 무언가 알 수 없는 우울함이 시작되자 기분이 계속 쳐졌다. 오히려 좋은 날씨가 기분을 더 다운되게 만드는 역설이 되어 버렸다. ​ ​ 숲속을 지나서 능선을 만났다. 능선의 정상에 오르기 전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앞질러와 능선에서 쉬고 있었다. "PCT 하는거에요?" 제일 먼저 도착한 할머니가 물었다. "네." "와 대단하네요. 멕시코에서 여기까지 걸어온거죠?" "네. 근데 저보다 더 잘 걸어서 벌써 훨씬 앞쪽에 있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저는 한명인걸요. 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누군가가 중요한게 아니라 중요한건 당신이 여기까지 온거니까요." ​ 갑자기 굳어.. 2023. 3. 4.
[PCT, Pacific Crest Trail] 57화. 숲속을 걷는다 삼촌은 한국에 숙모는 미국에 사신다. 그래서 삼촌은 방학 때가 되면 항상 미국에 오시는데 그 틈을 타 삼촌에게 신발을 부탁했다. 미국의 Altra 라는 브랜드의 신발을 하이커들이 많이 신는데 편하고 좋지만 내구성이 굉장히 약했다. 그래서 이번에 미국에 들어오는 삼촌을 통해 K2 등산화 사이즈도 2 치수 큰걸로 부탁해서 사우스 레이크 타호 우체국에서 받을 수 있었다. ​ ​ 신어보니 조금 딱딱하긴 했지만 처음에는 괜찮다가 걸은지 20km가 넘어가자 발이 미친듯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첫날에도 그러더니 둘째날에도 똑같았다. ​ PCT 처음 시작할 때도 K2 등산화로 고생했는데 한국 등산화는 이쁜데 실용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이렇게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가장 가까운 마을에 들어가서 신발을 다시 사기로 .. 2023. 2. 22.
[PCT, Pacific Crest Trail] 56화. North California 시작 시에라까지만 걷고 PCT를 그만 두는 사람들도 꽤 된다고 했다. 아무래도 사막과 시에라를 걷는데 보통 두 달이라고 치면 두달간 끊임없이 캠핑 생활을 하며 아름다운 풍경을 본다는 건 말로 들었을 때는 꽤나 멋질지 모르지만 일상이 되면 아무런 감흥이 없어지게 된다. ​ 나도 아마 PCT를 걸을 기회가 많은 미국인이었다면 더 걷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 이제부터는 정신력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 복귀를 했는데 예전만큼 걷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새로운 구역으로 들어와서 설레인다거나 하는 마음은 없었다. ​ '또 미친듯이 걸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 ​ 더그 아저씨는 사우스 레이크 타호에서 트레일 헤드까지 우리를 태워주었다. 오는 중에 하이커 두명도 태워서 왔는데 그들은 마크 할아버지와 새남이.. 2023.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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