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 카테고리의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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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96

[미국(USA), 나이아가라 폭포(Niagara Falls)] 세계 3대 폭포 세계 3대 폭포 ​ 세상에는 수 없이 많은 폭포들이 있지만 그 규모에 의해 세계 3대 폭포로 불리는 곳이 있다. ​ 1. 미국과 캐나다 국경의 나이아가라 폭포(Niagara Falls) 2.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국경의 이과수 폭포(Iguasu Falls) 3. 잠비아와 짐바브웨의 빅토리아 폭포(Victoria Falls) ​ 모두다 국경을 가른다. 특히 이과수 폭포는 원래 전체가 파라과이의 영역이었으나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vs 파라과이의 전쟁에서 지는 바람에 영토를 빼앗기고 현재는 이과수 폭포의 영토는 아르헨티나 80%, 브라질 20%가 속해있다. ​ 세 군데 모두 가보았는데 이과수를 보고 나면 다른 폭포들은 성에 차지 않는다. 그래서 할 수 있다면 이과수를 제일 나중에 보는 것을 추천한다. .. 2023. 5. 13.
[PCT, Pacific Crest Trail] 95화. PCT 완주 그 이후 캐나다 국경에 도착하면 그게 끝이 아니었다. ​ 국경에 닿으면 캐나다 입국 허가를 사전에 신청한 경우 20km 정도 떨어진 Manning Park까지 걸어가야했고 입국 허가를 신청하지 못한 경우 차를 얻어탈 수 있는 곳까지 다시 걸어 나가야했다. ​ 우리는 입국 허가를 미리 받아 놓아서 Manning Park로 갔고 그곳에서 캠핑을 하루 했다. ​ ​ Manning Park와 벤쿠버는 그리 멀지는 않았지만 히치를 3번에 걸쳐서 겨우 도착했다. ​ 다만 PCT를 할 때처럼 히치 하이킹이 쉽지 않아 마지막에는 1시간이나 걸려서 히치를 성공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너무도 위험한 이방인이었다. ​ 차를 세워준 아저씨는 이런 곳에서 어느 미친놈이 히치 하이킹을 하는지 신기해서 태워줬다고 했다. ​ ​ 김연.. 2023. 5. 13.
[PCT, Pacific Crest Trail] 94화. 국경에서 아침에 일어나니 세상은 또 밝아있었다. ​ 이제 2시간, 10km만 걸으면 드디어 캐나다 국경이었다. 늘 해오던대로 능숙하게 짐을 싸고 출발 전 6개월간 함께 고생해준 배낭 사진도 찍고서 출발했다. ​ ​ ​ ​ 배가 아파왔다. PCT를 하면서 제일 만족스러운 점 중에 하나가 사실은 응가를 미친듯이 잘 싸는 것이었다. 아침마다 싸고 일어나면 무슨 소똥처럼 한가득 있었는데 그 쾌감이 엄청났다.(미안합니다 ^^;;) ​ 한바탕 싸고 한바탕 걸었더니 배가 고팠다. ​ 멕시코 국경에서 시작해 100km, 200km, 500mile, 1,000km, 2,000mile 이런 표식들이 쌓였었는데 이제 1 mile to go, 마지막으로 1마일만 더가면 끝이라는 표식에 가슴이 설레였다. ​ ​ '마지막은 쭉 내리막 길.. 2023. 5. 13.
[PCT, Pacific Crest Trail] 93화. 뜨거운 안녕 아침에 일어나니 세상은 서리로 뒤덮혀있었다. ​ 시작과 동시에 커다란 산을 하나 넘어야했다. 추울 땐 차라리 큰 산을 하나 넘는 것이 좋았다. 걷기 시작한지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몸에 열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 ​ 건너편에 커다란 설산이 아름다웠다. 고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산의 나무들까지도 볼 수 있어 힘을 낼 수 있었다. ​ ​ ​ ​ ​ 다시 눈길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걱정스럽고 싫었던 눈길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낭만적이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사람은 생각보다 더 많이 상황 속 동물인 것 같았다. ​ ​ 아무 생각없이 걸었다. 이제 더 이상 그렇게 걱정하던 폭설도 걱정되지 않았다. 폭설이 내리더라도 어떻게든 국경에 갈 생각이었다. ​ ​ 내가 PCT를 했던 2018년 워싱턴 주 캐나다 국경인.. 2023. 5. 13.
[PCT, Pacific Crest Trail] 92화. The Last Part 아저씨의 집에서 하루 쉬고 다음 날 우리는 Mazama에 있는 레이븐 송의 집으로 향했다. 아저씨의 집에서 레이븐 송의 집까지는 80km, 3번의 히치 하이킹을 하고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 우리가 전날 마을이 있는 동쪽이 아니라 북쪽으로 계속 걸었다면 Stehekin 이라는 호수가 있는 마을을 갔겠지만 30km 정도 스킵했기에 레이븐 송의 집을 향할 수 있었다. ​ PCT를 하기 전에는 4,286km의 거리를 전부다 걷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스킵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 레이븐 송의 집에서 하루 더 쉬면서 마지막 구간을 걷기 위한 에너지를 잔뜩 채웠다. ​ ​ ​ ​ 캐나다 국경은 4,268km 그리고 트레일 헤드는 4,170km 이제 98km만 더 걸으면 이 지긋지긋한 PCT도 끝이었다. .. 2023. 5. 13.
[PCT, Pacific Crest Trail] 91화. 인연 전날 지옥같은 밤을 보내고 나서 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랐다. ​ 아침이 밝아오는 것이 싫어 침낭에서 꾸물대던 평소와는 달리 부리나케 일어나 짐을 싸고 출발 준비를 마쳤다. 추위는 지독했다. ​ ​ 세상은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혀 있었다. 불과 며칠, 몇주 전 온 세상은 나뭇잎으로 푸르고, 단풍으로 붉었는데 이렇게도 빨리 변할 수 있을까? ​ 다시금 자연의 냉혹함에 몸서리를 떨었다. ​ ​ 한동안 높은 고도에 눈은 계속 쌓여있었다. 어젯밤 혹시라도 고도가 낮은 곳에서 자겠다고 욕심내서 계속 걸었다면 엄청난 추위에 떨었을지도 몰랐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 순간 순간의 선택이 어쩌면 삶을 종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 ​ ​길은 다시 내리막이 시작되었다. ​ 가장 먼저 티가 나는 것은 수목.. 2023. 5. 13.
[PCT, Pacific Crest Trail] 90화. 지옥같은 밤 스카이 코미쉬에서 복귀한 이후로 계속 눈과 함께 했다. ​ 오랜만에 고도를 계속 낮추더니 점점 공기가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반가웠다. ​ ​ 행복하면 그 행복이 언제 끝날지 몰라 불안하다고 했던가? 불안했다. 언제 또 고도를 높여야할지 몰랐지만 일단은 즐기기로 했다. ​ ​ ​ 해가지기 시작하고 자리를 잡았다. 다행히 고도를 높이지 않은 곳에서 나름 따뜻하게 잠이들 수 있었다. ​ ​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해가 쨍쨍했다. ​ 맑은 날씨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한다. 좋은 기분을 안고 이 날씨가 하루종일 이어지길 바라며 걸음을 다시 시작했지만 어김없이 높아지는 고도에 불안함을 안아야했다. ​ ​ ​ ​ 드디어 눈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발자국 패인 눈 속을 걷자니 어느새 또 신발이 다 젖어버렸다. 비로.. 2023. 5. 13.
[PCT, Pacific Crest Trail] 89화. 눈보라 늘 머리를 길게 길러보고 싶었다. ​ 근데 좀 길면 불편해서 자르고 자르다가 이번 PCT를 하면서는 미국에선 머리 깎는 값도 비쌀테니 그냥 길러보기로 했다. 여자들은 어떻게 그렇게 긴 머리를 가지고 사는지 모르겠다 ㅋㅋ ​ 4월 말에 시작한 PCT였고 어느새 10월이 되었으니 벌써 머리를 깎지 않은지 5개월이 되었다. ​ ​ 겨울의 워싱턴에도 버섯들은 잘 자라고 있었다. 미국의 버섯들은 독튼한 것들이 많아 사진을 찍는 재미가 있었다. 다만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사진을 찍으려니 여간 괴로운 것은 아니었다. ​ ​ 눈이 내리긴 했지만 모든 곳에 눈이 쌓인 것은 아니었다. 눈이 쌓인 지점을 확인해보니 고도 1,700m 이상의 지점에서는 확실히 눈이 쌓였고 그 이하로 내려가면 다행히 아직은 푸른 산들을 볼.. 2023. 5. 13.
[PCT, Pacific Crest Trail] 88화. 겨울 왕국 스카이 코미쉬에서 이틀을 푹 쉬었다. ​ 쉬는 동안 하이커들을 만났는데 어떤 하이커 둘은 이미 국경에 갔다가 캐나다로 넘어갈 수 없어 여기에 짐을 두고 국경까지 다녀왔다고 했다. 캐나다 국경에 닿으면 캐나다로 넘어가거나 아니면 미국에서 있어야 하는데 캐나다로 넘어가도 마을이 있는 곳까지 또 걸어야했고 미국에 있더라도 마을이 있는 곳까지는 걸어와야했다. 최소 히이 하이킹을 할 수 있는 곳까지 걸어오거나, 그게 또 몇십키로는 된다 ㅋㅋ ​ 여하튼 그들이 세상에서 가장 부러웠다. ​ 짐을 챙기고 점심 즈음에 히치 하이킹을 해서 트레일로 복귀를 했다. ​ 이틀 전에는 비가 내렸었는데 차 타고 올라가는 길에 어느 고도가 되자 온통 눈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걱정하던 겨울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 ​ ​ 눈이 쌓여있.. 2023. 5. 13.
[PCT, Pacific Crest Trail] 87화. J Section(스노퀄미 패스~스티븐 패스) PCT 하이커들에게 PCT 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Sierra를 말할 것이다. 나 또한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나에게는 아름다워 가장 기억이 남는 곳은 단연코 J-Section이었다. ​ ​ ​ 이제 인디언 써머도 끝이난 모양이었다. 계속 화창하던 날씨가 끝이나고 어느새 산 중은 먹구름이 끼는 횟수가 잦아져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드는 때가 많아졌다. ​ ​ ​ 이제는 슬슬 눈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했다. ​ 예전 KBS 다큐 '순례' 4부작에서 PCT에 대한 이야기도 다뤘었는데 당시 어떤 할아버지 하이커가 200km를 놔두고 눈 때문에 마지막 구간을 포기하는 장면이 두고두고 가슴에 남아 있었었다. 우리도 그런 상황을 맞이할까봐 늘 걱정했었는데 걱정이 곧 현실이 될 차례였다. ​.. 2023. 5. 13.
[PCT, Pacific Crest Trail] 86화. 눈물 공주 가을의 워싱턴은 정말 아름다웠다. ​ 정신적으로 지쳐갔지만 하루하루가 다음 날의 풍경이 기대될만큼 아름다웠다. 한편으로는 이제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에 오래도록 마음에도 담아보고 아쉬움에 사진기에도 수십장의 사진을 남겨놓았다. ​ J Section이라고 불리는 이 길은 스노퀄미 패스 ~ 스티븐 패스까지의 길이었다. 거리상 4~5일 정도면 완주할 수 있었고 이틀차였기에 2~3일만 더 걸으면 스티븐 패스에 닿을 수 있었다. ​ 사진 찍느라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는데 어느새 은진이는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산 하나를 넘고나니 날씨도 어두어지고 풍경마저도 특별함이 없어 쉬지 않고 계속 내달렸다. ​ 몇 시간을 쉬지 않고 걸어온 것 같은데 은진이는 눈에 보일 생각조차 없었다. ​ 일단 흐르는 계곡물 옆에.. 2023. 5. 13.
[PCT, Pacific Crest Trail] 85화. 인디언 썸머(Indian Summer) 박신양과 이미연이 나오는 영화 인디언 썸머를 아주 오래전에 보았다. 영화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인디언 썸머라는 그 단어 자체가 너무 멋있어 기억을 하고 있었다. ​ "인디언 썸머에요." ​ 스노퀄미 패스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슈퍼가 있었다. 이 산골짜기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아저씨의 이야기가 궁금했지만 누구나 사연은 있는 법이라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 인디언 썸머는 북미 대륙에서 늦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기 직전 며칠 동안 여름이 되돌아온 듯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는 현상으로 그러고 보니 우기가 끝이나고 한동안 날씨가 정말 포근하고 따뜻했던 것 같았다. ​ "한 2주는 지속될 거에요. 그리고 나면 워싱턴에는 겨울동안 눈이 많이 와요." ​ 우리는 대략 3주 정도 남았는데 아저씨의 말대로라면 혹은 운이 .. 2023. 5. 13.
[PCT, Pacific Crest Trail] 84화. 스노퀄미 패스(Snoqualmie Pass) 그리고 필승법 나는 11인치 아이패드를 가지고 다녔다. ​ 보통 짐을 하나라도 더 줄이기 위해 다들 애쓰는데도 불구하고 500g 이상이나 되는 아이패를 들고 다닌 이유는 256g나 담긴 많은 드라마와 영화 때문이었다. ​ 우리에게는 하루를 마치고 보는 드라마 한, 두편이 엄청난 낙이었다. ​ 어제도 역시나 드라마 한편을 보고 잠이 들었다. ​ 아침이 밝아오고 일어나기 싫은 몸을 억지로 일으켜 짐을 싸고 길을 나섰다. ​ ​ 가을이 깊어감에 따라 허클베리 나뭇잎은 더욱 붉어졌다. 마치 산 중에 불이라도 난듯 온통 붉었다. ​ 길을 멈춰서서 20분 동안 허클베리 열매를 따 한잎에 100개도 넘는 열매를 털어 넣으면 온 몸에 비타민이 퍼지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 중간 중간에 PCT를 하는 같은 입장의 하이커들의 응원들도.. 2023. 5. 13.
[PCT, Pacific Crest Trail] 83화. 마운틴 라이언(Mountain Lion) 워싱턴에서 하나의 컬렉션이 생겼다. ​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길을 걷다보면 굉장히 특이한 버섯들이 많아 찍고 찍다보니 꽤 많은 버섯들이 모였다. 하나의 재미였다. ​ 가을임이 좋았는데 한편으로는 계속 불안했다. '언제 겨울이 시작될까? 우리는 북으로 걷고 있는데...' ​ 9월 말이 되었으니 우리나라 보다 더 위도가 높은 곳에다가 고도가 높은 산이니까 눈이 좀 더 빨리 시작될 거 같긴한데 막연한 불안감만 가지고 있어야 했다. ​ ​ 그래도 아직은 가을을 만끽하고 즐기면 될 것 같았다. 우기는 거의 끝이난 것 같았고 연이어 맑은 하늘이 계속 되었기 때문이었다. ​ 설산도 자주보다 보니 이젠 그냥 산이구나 싶기만 하다 ㅋㅋ ​ 어두워지기 전 고속도로 휴게소가 있는 곳을 지났다. 은근히 트레일 매직을 .. 2023. 5. 13.
[PCT, Pacific Crest Trail] 82화. 팩우드(Packwood)의 마마 쥐(Mama G) 포근한 잠자리는 정말 좋다. 자고 일어나면 다 젖어있는 침낭에서 일어나는 것이 굉장히도 괴로웠는데 어제는 뽀송뽀송했다. ​ 텐트 밑에 방수 매트를 깔면 좋겠지만 PCT 하이커들에게 필수품이 아닌 것은 모두 부담스러운 짐이었기에 그냥 감내해야하는 것들이 많았다. ​ 오늘은 워싱턴에서의 우리의 첫 마을 팩 우드를 들어가는 날이었다. 부지런히 걸어 최대한 빨리 마을에 들어가는 것이 좀 더 쉴 수 있는 길이었다. ​ ​ 다행히 한번 더 설산의 아담산을 볼 수 있었다. 아쉬움이 남아 몇 번을 뒤돌아보고 시야에서 떠나보낼 수 있었다. ​ 하지만 산 하나를 오르고 나니 이번에는 레이니어(Rainier) 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아름답고 험한 산들을 다 올라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린 그냥 그 산을 멀리서 바라보며 .. 2023. 5. 6.
[PCT, Pacific Crest Trail] 81화. 워싱턴의 첫 패스, Cispuss Pass 워싱턴은 리틀 시에라라고 불렸다. 그만큼 경치가 좋다는 이야기일텐고 그만큼 걷기도 힘들다는 이야기일 것이었다. 그럼에도 힘든 것 보다는 아름다운 것이 더욱 기대가 되는 날들이었다. ​ ​ 워싱턴에는 가을이 완연했다. 빨간 잎을 맺은 허클베리들이 산을 가을로 물들여 놓았고 선선한 날씨에 기분도 상쾌했다. ​ ​ 한동안 계속되던 우기였지만 잠깐동안 맑은 날이 이어졌다. 언제까지 맑은지 또 언제 비가 시작될지 몰랐지만 맑은 하늘을 만끽했다. ​ ​ ​ ​ 걱정스러웠던 은진이도 아주 잘해주었다. 3주가 넘게 쉬었던 은진이의 체력도 걱정이었고 도심에서 살다가 다시 산중 생활을 하다보니 기분도 걱정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 걸었고 또 생각보다 명랑했다. ​ ​ 전날 지날 때는 보지 못했던 아담스 산(Mt. Adam.. 2023. 5. 6.
[PCT, Pacific Crest Trail] 80화. 헬레나 할머니 호수를 지나면서 경치가 아름다워 잠시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때마침 아저씨가 있어 그 옆에 멈춰 배낭을 내렸다. ​ "안녕. PCT를 하는 중이니?" "네. 맞아요." "어젠가? 할머니를 한 분 만났는데 할머니가 76세라고 하더라구. 근데 그 할머니가 PCT를 하는 중이더라." "76세 할머니가 PCT를 하고 있다고요?" "그러니까. 멕시코에서부터 걸어온거라고 하던데 엄청나지?" "와...." ​ ​ 대학 교수를 하고 있다는 아저씨는 휴가를 내서 이 깊은 산 중으로 들어온거라고 했다. 아저씨와 조금 더 대화를 나누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 ​ 하루종일 걷다보면 시간은 잘 가지 않는 것 같지만 또 하루는 금새 지났다. 어느새 밤이 되어 온 세상이 깜깜해졌다. 은진이는 밤을 무서워해 원래는 둘의 스피드로 .. 2023. 5. 5.
[PCT, Pacific Crest Trail] 79화. 안녕, 오사무 아저씨 잠이 들기 전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아침에 일어나니 비는 텐트를 때리고 있었다. ​ "오하이오~ 오하이오~" ​ '사무사마다!' ​ 아침에 눈을 떴지만 또 빗속에 짐을 싸고 걸을 생각에 텐트 속에서 뜬 눈으로 몸을 게속 누이고 있었는데 오사무 아저씨의 아침 인사에 일어나기 싫은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 "호! 우기가 시작된 이후로 정말 힘드네." ​ PCT 내 겪지 못한 새로운 난관이 당혹스러운건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 "내가 3번을 꾹 참았는데 이제는 그만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어... 난 텐트가 없이 타프 생활을 하는데 비올 때마다 침낭도 다 젖고 밤새 오돌오돌 떠느라 잠도 못자거든..." ​ 사막이나 시에라, 우기 전까지의 오레곤은 텐트가 없어도 충분히 생활할만하다. 네달이 넘도록 .. 2023. 5. 5.
[PCT, Pacific Crest Trail] 78화. PCT 마지막 관문, Bridge of the Gods 영화 '와일드'의 여 주인공, 셰릴 스트레이드가 PCT의 걸음을 마친곳. Bridge of the Gods 에 올라섰다. 사실 멕시코 국경에서 시작하는 PCT에서 그녀는 시작점이 아닌 사막의 끝자락인 모하비 사막에서 PCT를 시작했다. 어디서 시작하고 끝을 보냐가 그렇게 중요하겠느냐마는 ​ 그 당시 나에겐 중요했다. 그래서 그녀가 보지못한 캐나다 국경을 꼭 볼거라는 내 다짐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 ​ 우기가 시작된 이후 매일같이 계속 이어지는 비였지만 오랜만에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날씨가 맑으면 사람 기분도 같이 좋아지는 것 같다. ​ ​ 사실상 평지에 가까웠던 오레곤을 지나 '리틀 시에라'라고 불리는 워싱턴에 들어서니 조금은 걱정이 앞섰다. 이미 평지에 익숙해져버린 몸과 마음은 다시 또 가.. 2023. 5. 5.
[PCT, Pacific Crest Trail] 77화. 재회(feat. 터널폭포)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비는 그쳤지만 산중은 안개로 가득찼다. 밤새 내린 비에 다 젖은 텐트를 구겨 접어 짐을 싸고 젖은 바지에 발을 집어 넣는 순간 '악!' 하고 소리가 났다. 굳게 마음을 먹고 깊숙히 다리 끝까지 집어 넣고 나니 온몸이 시려 부르르 떨렸다. ​ '드디어...' ​ 오늘은 3주 조금 넘는 기간 동안의 혼자서의 트레킹을 마치고 은진이를 만나는 날이었다. 다른 말로는 오레곤도 다 지나 이제는 워싱턴의 국경에 도착한 것이었다. ​ '한국인 대학생들은 벌써 끝이 났겠지?' ​ 거의 한달 전에 워싱턴 국경을 시작한 친구들은 이미 이 길고 긴 여행을 마치고 다음 여행 혹은 한국으로 돌아갔을 것이었다. 그들보다 많이 늦었지만 나도 드디어 마지막 관문에 들어설 수 있었다. ​ '이 미친 지옥으로 들어가.. 2023.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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