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Pacific Crest Trail] 42화. 그 유명한, Muir P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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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Sierra

[PCT, Pacific Crest Trail] 42화. 그 유명한, Muir Pass

by 빵호빵호 2023.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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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라의 Pass는 오를 때 10km 정도, 내릴 때 10km 정도 됐다.

 

어떤 Pass는 오를 때보다 내릴 때

'이거 반대로 오면 졸라 힘들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고, 어떤 Pass는 내릴 때

'이건 반대로 오면 더 쉽겠군.'

하는 Pass가 있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10개 정도의 Pass를 오르 내리는 시에라 구간은 북에서 남으로 오나 남에서 북으로 오나 평균적으로 보면 비슷하다고 생각됐다. ​

어제 잠을 잔 곳 바로 옆에 엄청나게 큰 강이 흘렀다. 밤새 물 흐르는 소리가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작년, 2017년에 일본인 하이커 2명이 강을 건너다 물에 휩쓸려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 무슨 산 중에 강을 건너다 죽나?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있을 수 있을 법한 이야기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사람들에겐 믿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산 중에 이렇게 강력한 물줄기가 흐른다 ​

 

 
 
다시 기나긴 오르막이 시작된다 ​

 

강을 건널 때 바위가 없으면 이렇게 나무로 건널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이렇게 건너다가도 빠져서 시에라 구간에서는 신발이 젖는 날이 많았다

점심 시간이 되어가자 배가 슬슬 고파오기 시작했다.

가는 길에 한 커플이 경치 좋은 곳에 앉아 경치 구경을 하고 있길래 우리도 옆에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었다.

사막에서는 초코바와 감자 분말이 우리의 주력 점심이었으나 지훈이와의 트레킹 이후 또띠야 쌈이 우리의 점심의 되었다. 또띠야 쌈에 피넛 버터, 누텔라를 펴서 바르고 그 위에 견과류를 미친듯이 넣는다. 간단하지만 엄청난 열량을 담았고 또 맛도 좋았기 때문에 최적의 점심이 아니었을까 한다. 아마 PCT를 하며 평생 먹을 견과류를 다 먹은 거 같다.

견과류를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데 PCT 하는 동안 논문을 썼으면 노벨상 타지 않았을까?

믿기 힘들겠지만 우린 이렇게 쌈으로 점심을 대채했다

 

 

참 자주하는 얘기인 것 같지만 시에라의 가장 좋은 점은 물을 0.5L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심지어 정수도 필요 없다는 점이다.

한달 이상을 사막을 다니며 매일, 매순간을 물 걱정을 하면서 지다다보면 물에 대한 강박 관념을 가지지 않을래야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느 곳에서도 물이 풍부하고 맑은 시에라

 
 

오늘도 열심히 걷고 또 걸어 드디어 세계 3대 트레일이라는 존뮤어 트레일, JMT의 개발자 뮤어 패스를 지나게 되었다.

여태껏 첫 패스인 4,000m 고도인 Forester Pass를 제외하고는 눈 쌓인 Pass는 없었는데 눈이 나오기 시작했다. 괜히 이럴 땐 유명지구나 생각하며 역시 뮤어 패스라며 오바를 해서 생각하게 된다.

한 여름의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

 

 
 
뮤어 패스 앞 아름다운 호수​

 

눈 속을 걷는 것은 힘들었다.

허벅지 중간까지 빠진 다리를 그만큼 들어 올리면서 걸어야했고 발자국을 쫓아 가지만 어느새 발자국이 만든 길이 끊어져 있어 길을 잃고 내가 길을 만들어야 하기도 했다.

 

이 눈길을 걷는 것이 어려워 사막을 일찍 끝내고 눈이 녹지 않은 시에라에 도착한 사람들은 눈이 녹을 때까지 기다리던가 시에라를 스킵하고 노스 캘리포니아부터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눈이 한번에 녹기 시작하면 계곡의 물이 불어나 위험하기도 했다.

눈 쌓인 뮤어 패스의 길 ​

 

 
 
Muir Pass의 물이 미친듯이 맑았다 ​

 

조금만 더 가면 Muir Pass의 정상이디

눈을 헤치고 나서야 정상에 닿을 수 있었다.

다른 패스들과는 달리 정상에는 뮤어 랜치가 있어서 잠시 쉴 수 있었다. 랜치 옆에는 일본인이 오늘은 뮤어 패스 정상에서 잘거라며 텐트를 치고 있었다. 고도가 높은 곳에서 자면 머리도 띵하고 바람도 많이 불고 추워서 난 불호하지만 JMT를 왔다는 일본인에게는 얼마 남지 않은 트레일에 추억을 만들고 싶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Muir Pass 정상의 쉼터

내려가는 길에는 체력이 방전이 되어 버렸다. 내리막이지만 오르막 보다 더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느껴졌다.

'텐트 칠만한 곳이 있으면 바로 쳐야지.'

생각했지만 은진이가 한참 앞서서 가느라 쫓아가기 바빴다.

Pass만 지나고 나면 또 초록이 숨쉬기 시작한다

호수가 얼마나 넓은지 산 위의 바다 같기도 하다

은진이가 내리막을 열심히 내달려준 덕분에 빡세긴 했지만 그만큼 많이 올 수 있었다.

시에라에서는 10,000ft 고도 이상에서는 캠프 파이어를 할 수 없었다. 텐트를 친곳의 고도가 10,000ft가 넘는지 안 넘는지 몰랐지만 몇 시간을 걸어 내려왔으니 충분히 고도가 낮아졌다는 생각에 또 주변에 캠프 파이어 한 흔적이 있길래 불을 지펴야 겠다고 생각했다.

전날 밤새 젖은 침낭을 말리지 못하고 출발했기에 다시 젖은 침낭 안의 잠자리로 들어가는게 싫어 저녁을 먹으며 불을 지피고 침낭을 말리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다가왔다.

"이 곳은 모두의 자연이에요. 불을 지피면 안되요."

"아.. 네 죄송합니다."

"일본인이에요?"

"네."

 

부끄러운 행동을 한것을 스스로 느꼈기에 민망해 일본인이라고 얘기했는데 아저씨가 일본말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저는 일본에서 6년을 살았거든요."

'좆됏다....'

일본어는 아주 조금 할 수 있어 아저씨에게 여자친구가 기다린다고 말하고 얼른 도망갔다 ㅋㅋ ​

어느새 패스도 5개를 넘어 버렸다. 여태껏, Forester Pass, Glen Pass, Pinchot Pass, Mather Pass, Muir Pass를 지났다.

이제 Selden Pass, Silver Pass, Island Pass, Donhue Pass, Benson Pass, Seavy Pass, Dororthy Lake Pass, Carson Pass 8개가 남았다.

오늘 지난 Muir 패스를 마지막으로 이제 점점 시에라의 고도가 낮아져 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끝나가는 것 같지만 남은 1km까지 다 걸어야 끝이 나는 것이었다.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

해가지기 시작하자 회색의 산이 붉은 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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