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Pacific Crest Trail] 44화. 사람은 사람으로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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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Sierra

[PCT, Pacific Crest Trail] 44화. 사람은 사람으로 살아

by 빵호빵호 2023.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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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나는 텐트를 치고 은진이는 하이커 박스로 향했다.

"오빠 초콜렛 가져왔다!"

 

은진이의 손에는 작은 지퍼백 안에 초콜릿이 들어 있었지만 맘모스 레이크까지에는 턱없이 부족한 식량이었다.

"진아, 기다려봐."

사실 어제 잠이 들기 전 내일 아침 뮤어 랜치에 음식이 없을 경우를 생각해 미리 파악해두었는데 우리 옆에 텐트를 친 사람들은 매우 말끔했고, 단기 산행을 온 듯한 기분을 주었다. PCT 하이커와 단기 하이커들은 한 눈에 보자마자 알 수가 있다. 우리를 포함한 PCT 하이커들은 보기에 정말 거지같지만 단기로 트레킹을 온 사람들은 말끔했다.

혹시나 내일 아침 음식이 없다면 그들에게 구걸을 할 생각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PCT 하이킹 중인데 음식 배분을 잘해야 하는데 너무 배고프다고 막 먹다보니 음식이 다 떨어져서요... 랜치에서 음식도 안판다고 하고, 하이커 박스를 기대하고 왔는데 아무 것도 없어서 그런데 먹다 남은 음식(Left-Over Food) 좀 줄 수 있어요?"

"혹시 여분 음식(Extra Food) 말하는 건가요? 음.. 잠시만요. 저희 남편이랑 한번 이야기 해볼게요."

그리고 나는 자리에 돌아왔다.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제발... 제발...'

하며 바라길 몇 분 그녀가 품 가득 음식을 가지고 남편이랑 돌아왔다. ​

"저희가 사실 음식이 많기는 해서요. 이거 드세요!"

"정말 고맙습니다."

그녀가 건낸 음식에는 소세지, 초콜렛, 간편식, 과자, 치즈 온갖 음식이 가득했다. 이정도면 충분히 이틀은 문제없이 아니 음식이 남을 정도였다. 은진이도 미소를 지었다. ​

우리의 생명의 은인과도 같았던 미국인 부부​

 

음식도 얻었겠다. 두려울게 없었다.

마구 내걸었고, 배낭에는 음식이 든든하게 있었기에 배고플 때 마다 음식을 꺼내 먹었다.

이제 Seldon Pass, Siver Pass 두개만 더 넘으면 맘모스 레이크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맘모스 레이크는 테하차피의 트레일 엔젤 Rae 할머니의 아들이 사는 곳이었다.

 
 
Selon Pass를 향하는 길

옆에 호수가 있었는데 아주머니들이 옷 벗더니 들어가서 호숫가 수영을 즐기더라 ​

 

Sheldon Pass를 넘을 때였다.

시에라에서는 트레일 엔젤이 잘 없었지만 하이킹을 오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우리가 사람들을 트레일 엔젤로 만들 수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PCT 하이킹 중인데 생각보다 음식을 많이 먹어서요. 이틀 뒤면 마을에 들어갈 수 있을 거 같은데 음식이 좀 모지란데 혹시 남는다면 조금 나눠 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Muir Ranch에서 음식을 보충했음에도 조금은 걱정된 마음에 말끔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구걸하였더니 아낌없이 내어주었다. 한 봉지에 10달러도 넘는 등산용 밀키트까지 든든하게 받았다.

사실 PCT 완주에 있어서 나 혼자만이 다 해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트레일 엔젤, 나에게 조금이라도 환한 웃음을 지어주었던 사람들, 그들이 없었다면 완주하지 못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Seldon Pass를 지나며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아 또 하루를 보내고 조금 더 북으로 향할 준비를 한다.

또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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