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케냐산(Mountain Kenya) 트레킹)] 케냐 최고의 산, Day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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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등산/2019년 케냐, 케냐산

[케냐, 케냐산(Mountain Kenya) 트레킹)] 케냐 최고의 산, Day 2

by 빵호빵호 2022.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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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ses Rock Campsite → Shipton Campsite

6시에 줄리우스가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떴다.

밤새 침낭은 축축해져 버렸지만 두번째 캠프 Shipton Campsite에서 말릴 요량으로 팩에 쑤셔넣고는 텐트를 접었다.

새벽에 쉬가 마려워 몇 번깨서 하이에나 때문에 걱정했지만 다행히 별일은 없었다.

그가 벌써부터 끓여놓은 뒤 건내는 홍차 한잔에 몸이 따스해졌다.

길을 나선지 얼마지 않아 산장이 보였다. 한동안은 낮은 초목의 길을 걸었다. 아스팔트길을 벗어나 흙길을 밟는 기분에 이제야 산에 온듯했다.

숙소에서 얼마지 않아 드디어 흙길이 나오기 시작한다 ​

 

저 멀리 보이는 쌍둥이봉

돈을 더낸다면 잘 수 있는 첫날의 산장 ​

 

물을 많이 가져오지도 않았고, 물을 파는 곳도 없고, 정수기도 없어 걱정했는데 줄리우스는 걱정말라며 물이 맑다고 안심시켰다. 그래도 이곳은 아프리카라는 사실이 깨름직했지만 실제로 물을 보니 너무 맑아 안심하고 그냥 마셨다. 역시 고산의 청정지역의 물이다.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서양인들 팀의 포터, 가이드, 요리사들도 무거운 짐을 나르고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나처럼 혼자오는게 사실 지역 경제활동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도가 높아지니 나무들의 키가 작아진다 ​

 

 
 
짧은 휴식을 즐기는 가이드, 포터, 요리사들, 가이드를 제외하고는 항상 고객들보다 앞서 걷고, 준비를 해야한다.                            돈이 없는 나는 모든걸 내가 해야했다 ㅋㅋ ​

 

무거운 짐을 지고도 씩씩하게 거든 포터들

4박 5일의 일정이라면 8km 떨어진 Nikii North Campsite가 오늘의 목적지였겠지만 3박 4일의 일정이라 15km 떨어진 Shipton Campsite까지 가야했다. 고산증에 적응을 위해서라면 사실 4박 5일의 일정으로 가는게 맞았다.

Nikii North Campsite로 빠지는 이정표가 있었지만 rmsid 지나치고 이내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오르막을 다 오르고 나자 쌍둥이 봉이 더욱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가파른 고개를 하나 오르나 쌍봉이 아주 가까이 보이기 시작했다 ​

 

먼저 도착해 쉬고있는 성님들, 항상 클라이언트들보다 앞서서 준비한다 ​

 

똥폼잡는 줄리우스 ​

 

줄리우스가 갑자기 손을 덥석 잡는다. 그의 온기가...

열심히 사진찍고 잠시간의 휴식을 마친뒤 다시 길을 나섰다.

예상했던 것보다 걷는게 수월하지는 않았다. 고도를 높여가기 때문에 숨이 조금씩 모자라기 시작했다.

멀리 보이는 최고봉을 향해 걷는다 ​

 

 
 
 
3,000m 이상의 고산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루벨리아

이제부터는 계곡을 옆에 끼고 걷는지라 강렬한 햇살에도 선선함을 느끼며 걸을 수 있었다. 1시간쯤 더 걷자 Julius가 차한잔 하며 점심을 먹자고 권했다. 점심은 빵과 과자, 저녁은 라면으로만 준비해 짐을 최소화했다. 고산에서 무겁게 다니다보면 고산병 증세가 빨리, 또 심하게 찾아와 무게를 줄이는 것이 중요했다.

Julius가 물을 끓이는 사이 빵을 꺼내니 금새 새들이 몰려들었다. 130여종 이상의 새들이 사는 만큼 종류도 다양했고, 개체수도 많았다. 겁도 없이 도망도 안가고 앞에서 장난치는 새들이 귀여워 그들과 같이 점심을 나눠먹었다. Julius는 아침, 저녁으로 또 점심에 쉴때 차를 끓여주었는데 그것이 참 좋았다. 추위도 녹히고 고산병에는 물을 많이 마시는게 좋아 일석이조였다.

계곡 물이 물의 부족함에 대한 두려움을 지워준다 ​

 

 
 
루벨리아 밭 뒤로 보이는 쌍둥이봉 ​

 

 
 
케냐산에는 새들이 정말 많았다 ​

 

차를 마시고 마지막 힘을 내어 다시 걸었다.

이제 쌍둥이봉이 제법 가까워보이지만 등산을 하다보면 느끼는 것이 보이는 것과 실제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도 묵묵히 한걸음 한걸음 또 옮겨보았다.

루벨리아는 잎에 물을 머금어서 물 없이도 상당히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다고 한다

Naro Moru는 경치가 별로라고 Sirimon을 추천해주던 Julius의 말에 나루모루는 가보지 않아 모르지만 시리몬이 아름답다던 그의 말에 공감이 갔다. 날이 더워지자 점점 구름이 끼기 시작해 구름속을 걷게 되었다. 그러니 이내 젖은 텐트와 침낭이 떠올라 얼른 올라가 말리려고 걸음을 조금 빨리 하려했지만, 절경에 사진기에 손이 많이 가다보니 발목이 잡히게 되었다.

2시간을 더 걸어 두번째 캠프인 Shipton Campsite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니 이미 한 커플의 텐트가 쳐 있었다. 다행히 오늘은 외롭지 않은 밤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었다. 더 외로울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나로모루를 통해 올라와 오늘 포인트 레나나를 갔다가 시리몬 루트로 내려간다고 했다. 그들에게 물어보니 나루모루는 별로라고 했다.

커플의 텐트, 분주했겠지...​

 

방향을 틀어서 그런지 이때까지 봐왔던 봉우리와 달리 뾰족함보다는 평평함으로 보였다. 서있는 곳에 따라 볼 수 있는 것도 달랐다.

조금 더 집중해서 보니 산의 가파름에 저걸 어떻게 오른단 말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정말 한계를 넘고 또 넘어서는 존재라는게 느껴졌다.

산의 이름의 멋짐면에서나 최고봉의 높이면에서나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가 유명하지만 산 자체는 케냐산이 훨씬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튼 캠핑장에서 잘 보이는 쌍둥이봉​

 

열심히 사진을 찍고 텐트를 쳤다.

점점 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 이내 온 산을 뒤덮었다. 일찍 도착한게 다행이었다. 하마터면 케냐산을 가까이두고 보지도 못할뻔했다. 고산이라 그런지 산중의 날씨가 변화 무쌍했다.

 
 
 
이정도면 MSR 홍보대사 아닌가요?​

 

이른 저녁을 먹고 차 한잔하고 줄리우스는 내일 새벽일찍 올거라는 말을 남기고 산장으로 향했다.

해발 4000m가 넘어서니 고산증세로 두통이 찾아와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른 저녁을 먹고 피곤했는지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두시간 뒤에 깨서 다시 새벽까지 잠이 들지 못했다. 이른 저녁 식사에 많은 운동량 덕분인지 허기감에 배를 곯다 잠이 들었다.

그래도 잠이들기 전 어제 본 밤 하늘의 별을 더해 그 아래 최고봉이 만들어내는 그림같은 풍경을 보고 잠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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