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케냐산(Mountain Kenya) 트레킹)] 케냐 최고의 산, Day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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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등산/2019년 케냐, 케냐산

[케냐, 케냐산(Mountain Kenya) 트레킹)] 케냐 최고의 산, Day 3

by 빵호빵호 2022.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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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pton Campsite → Point Lenana → Chogoria Gate Entrance

새벽 4시 30분

Julius가 텐트를 흔드는 소리에 깼다. 이틀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일어나기가 죽기만큼 싫었다. 그럼에도 셋째날인 오늘은 총 22km를 걸어야했다. 일출을 보자며 어제 3시에 출발하자는 Julius였지만 일출에 큰 관심이 없어 졸라서 조금 더 잘 수 있었다. 추운날 침낭에서 나오는 것이 가장 큰 일이었다. 밖에 추운곳에 서 있을 Julius를 생각하면 벌떡 일어나 짐을 싸야했지만 5분을 더 뒤척인뒤에야 나올 수 있었다.

고산의 추위때문인지 텐트는 젖지 않고 오히려 얼어있었다. 붙어있는 얼음을 털어내고 텐트를 접고 짐을 쌌다. 고맙게도 홍차를 준비해놓은 Julius덕에 몸을 녹히고 길을 나섰다.

날은 완벽했다. 구름 한점 없이 맑았고, 멀리서는 Bation을 올라가기 위해 암벽이 시작되는 지점에 헤드랜턴이 3개 빛나고 있었다. 사고가 많은 지역이라고 하는데 그들이 무사히 올라갔다 오길 빌었다.

아직은 달이 떠 있는 케냐

이제 정상 막바지라 그런지 고도는 급격히 올랐다.

5,000m를 향하는 고산은 작은 돌들이 많았다.

작은 자갈산은 걸을 때마다 발이 뒤로 밀려 앞으로 치고 나가는 것이 힘들었다. 그리고 체력 소모도 컸다.

 
 
가팔라지는 고도에 점점 산을 오르는 것이 벅차다

 

아침에 일어났을때 괜찮았던 두통이 다시 찾아왔다. '고도를 더 높이고 있구나' 하는 걸 몸으로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급할 건 없었다. 마지막 1km, 한시간만 더 힘을 내면 닿을 수 있었다. 한걸음 한걸음 뒷다리로 밀어주며 올랐다. 또 길은 어느새 방향을 틀어 Nelion봉을 마주했다.

케냐산을 오기 전 케냐산의 만년설을 기대했었는데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케냐산은 적도에 가까운 남반구지만 우리나라처럼 12월이 되어야 눈이 온다고했다. 아쉬워하는 나에게 그래도 빛이 들지 않는곳에 빙하가 작게 나마 있으니 도착하면 보일거라며 Julius가 말해줬다.

케냐산의 최고 쌍둥이봉(넬리온과 바티온)

꾸역꾸역 걸음을 채워 드디어 Point Lenana에 닿았다.

'Congratulation' 케냐산 세번째 봉에 오른것을 축하한다는 표지판이 기쁨으로 맞아주었다.

5,000m가 되지 않아 조금 아쉽다

비록 케냐산 최고의 봉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나름 만족스러웠다.

 
 
케냐 세번째 봉, 레나나 피크

고산은 고산자체에 도전하는 것도 좋았지만 가장 높은곳에서 비라보는 전경 또한 고산이 주는 큰 기쁨이었다.

참으로 척박했고 여기를 오르려는 사람들도 대단하고 대피소를 만드는 것도 모두 대단했다.

 
 
척박한 곳에도 사람의 흔적이 있다

 

두통으로 인해 오래 머물진 못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주변의 경관을 사진기에 담고 내려왔다. 고산증세가 심하게 찾아오면 하산이 가장좋은 약이었다. 가파른 경사는 오를때도 힘들지만 내릴때도 무릎에 무리가 가서 힘이들었다. 미끄러지 않게 한걸음 한걸음 조심히 옮겼다. 그래도 내릴때는 중력에 순응하다보니 빠르게 올 수 있었다.

내려가는 길은 더욱 조심조심해야한다

초코리아 루트로 내려간다

하산 길에 줄리우스가 팁을 얼마나 줄거냐고 물었다.

하루에 10달러를 준다고 했던거 같은데 금액이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부족하다고 했다. 그래서 팁이라는건 내가 주고 싶은만큼 주는 거고, 의무 사항이 아니라고 했더니 자신은 이정도는 생각했는데 이것 저것 비용을 계산하더니 적다고 하는 거였다. 물론 싸게 오다보니 줄리우스에게 돈이 안되는 사업이었던건 맞지만 사전에 그래서 미안하지만 못하겠다고도 했고, 내가 다 짊어지고 밥하는 조건으로 온건데 이제와서 딴소리를 하니 나도 화가났다. 그래도 그가 고생한것도 알고, 가족을 부양함도 알다 보니 차비빼고 있는 돈을 다 주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큰 돈을 요구한건 아니였는데 되려 미안했다. 그와 화해를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은 항상 발걸음이 가볍다

 

케냐산은 참 아름다웠다.

케냐에 살면 다양한 루트로 올라볼 기회가 있겠지만 본능적으로 이번 케냐산 산행이 내 삶에 마지막 케냐산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Chogoria Route로 접어드니 이제껏 걸었던 Sirimon과는 큰 차이가 없어 풍경이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고개를 몇개 지나고 나니 협곡과 호수가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주었다. 마지막 고개를 기점으로 더이상 최고봉은 보이지 않아 아쉬운 작별을 나누었다.

고도가 낮아지니 누런빛의 풀들이 다시 초록으로 변했다. 자세히 보니 풀들 아래가 새카맣게 탄 흔적이 있어 Julius에게 물어보니 2019년 4월에 Chogoria Route에 큰 불이 있었다고 한다.

타버려 생명력을 잃은 곳에 새로운 생명력이 그 자리을 채워주고 있었다.

상승기류가 금새 하늘을 먹구름으로 뒤덮었다

 

거대한 산불의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새생명이 움튼다

다행히 판쵸의를 챙겨간터라 비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천둥이 장난이 아니었다. 바로 옆에서 얼마나 우르르쾅쾅 대는지 천둥번개 맞는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계속 들 정도였다.

열 심히 내달려 등산 초입의 캠핑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서양인 가족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오늘 하루 여기서 묶고 내일부터 등산을 시작할거라고 했다. 먹을 것도 잠자리도 있어보였는데 아무래도 비용을 지불하고 오는 것과 아닌 것에는 차이가 있다. 괜히 줄리우스에게도 조금은 미안했다.

초고리아 루트 초입

 

조금 앉아있으니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다시 하늘은 맑아졌다.

초고리아 루트의 초입은 정말 아름다웠다. 온통 초록의 산에는 보지는 못했지만 코끼리, 표범, 사자도 산다고 했다.

 
 
저 멀리서 휴식을 취하는 줄리우스

 

Chogoria Gate에 도착하니 오후 5시, 11시간을 걸었더니 발이 아파 바로 슬리퍼로 갈아신고 텐트를 쳤다. 차량만 있다면 하루 자지않고 바로 나이로비로 갈 수 있었을텐데 Gate에서 Chogoria 마을까지 30km를 가서 그곳에서 또 Shuttle을 타고 나이로비로 가려니 작은 마을인 Chogoria에서 늦은 시간에 차가없어 불가능했다.

줄리우스는 마을까지 30km 택시비가 5,000실링(한화 5만원)이라 했지만 또 흥정에 흥정을 거쳐 다음 날 아침 10km를 걸어나가 거기서 택시기사를 만나 마을까지 가는걸로 3,000실링에 합의봤다. 사실 걸어나가니 흥정이라기도 뭣하지만 돈이 없는 관계로 그렇게 하기로 했다.

나는 텐트에서, 그는 건물 안에서

3일간 저녁을 나는 라면, Julius는 낙타고기 스튜를 해먹었다.

나는 한국인들은 라면을 좋아한다니 Julius는 케냐인들은 고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여느 아프리카 나라들과는 달리 케냐에 왔을때 길가에 자주보였던 정육점들이 떠올랐다.

저녁을 먹고 그와 차 한잔을 나누고 오늘은 일찍 잠에 들 수 있었다.

사무실 근처의 풀떼기를 따다가 죽을쑤는 줄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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