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Pacific Crest Trail] 13화. 처음으로 30km를 넘게 걸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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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South California

[PCT, Pacific Crest Trail] 13화. 처음으로 30km를 넘게 걸은 날

by 빵호빵호 2022.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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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yll Wild을 빠져나오면 San Jacinto산을 넘어야 하는데 사막에서의 낮은 산과는 달리 PCT를 하면서 거의 처음으로 맞는 가파른 산이다.

사실 그리 가파르진 않지만 PCT 시작하고 2주가 되지 않아 아직 하이킹을 위한 몸도 들어 지지 않았고 무거운 배낭을 지고 걸으니 조금은 부담스러운 길이었다.

한 낮의 강렬한 태양 빛 아래를 걷는 것은 굉장히 곤혹스러웠기에 가파르지만 산을 걸으면 나무 그늘 아래를 걸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미국은 솔방울도 파인애플 만하다 ㅋㅋ
 

그리고 산의 맑은 물을 꽤 자주 만날 수 있는 점이었다.

사막은 항상 물 부족함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걸어야했는데 길가다가 시원한 물을 만나면 물 한모금 하고 쉴 수 있으니 하이커들에게는 낙원이었다.

계곡에서 한바탕 휴식을 취하는 하이커들

 

복귀 첫날은 무리를 하지 않았다.

오전 중에 출발했지만 어느새 또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어 자리를 잡기로 했다.

드디어 300km 돌파, 4,000km만 더 걸으면 된다 ^^;;

 

또 하루가 지난다

 

또 어느새 해는 세상을 밝히고 있었다.

다른 하이커들은 땡볕에 걷는게 싫다고 새벽에 일어나서 걷고 점심때가 되면 푹 쉬고 다시 저녁에 걷기도 했는데 우리는 게으름 탓에 해가 중천에 들때까지 퍼질러 자다가 일어나 걸었다.

하루에 30km 정도를 걷는다고 치면 대략 150일이면 4,500km를 걸을 수 있다. 거기다 제로데이까지 생각하면 대략 6개월은 걸리는데 문제는 9월부터는 워싱턴의 눈을 걱정해야했기에 4월 말에 시작한 우리는 하루에 30km는 넘게 걸어야했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하루에 30km를 걷지 못했다. 실력은 늘거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San Jacinto 산 정상에 도착하고 은진이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했다.

그런데 오만상을 쓰면서 찍어 주기 싫어하길래 대판 싸움을 했다. 2주간 거의 처음으로 사진을 찍어 달라고했는데 인상을 쓰는 모습에 화가났고 은진이는 힘들어 죽겠는데 사진 찍어달라해서 화가났다.

나도 소심하짐나 ㅋㅋ 그 이후로 은진이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지 않아 PCT를 하며 내 사진기에는 내 사진이 거의 전무하다. 시간이 지나니 참 후회스럽다.

2주만에 상거지가 되었다
 

산 정상을 지나니 어느새 또 벌판이 시작되었다.

그늘 아래를 걷다 해를 맞으며 걸으니 역시나 물이 마구잡이로 들어갔다. 사막 구간은 하루에 대략 6L 이상의 물을 마셨던 것 같다.

 
갈증이 나는 사막이지만 그래도 이 풍경도 꽤 아름답다

더위가 심한 시간에는 이렇게 그늘 아래에서 쉬는 하이커들도 자주 볼 수 있다
 

사막에서는 뱀과 도마뱀은 원없이 만나게 된다
 

산 정상을 지나서는 계속 내리막이었다. 열심히 오른데에 대한 자연이 주는 선물이었다.

은진이랑 다퉜던터라 내리막에 강한 은진이는 열심히 내달려 시야에 보이지 않을 만큼 앞 서 있었고 나는 천천히 내리막을 즐기며 내려왔다. 그리고 어느새 또 해가 수평선에 가까워지자 그림자가 길어지고 있었다.

 
 

아무리 싸웠다지만 이런 대자연 속에서 혼자 걷고 있을 은진이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럴 즈음에 저 멀리 보니 은진이가 앉아서 쉬고 있었다.

"오빠, 오늘 조금만 더 걸으면 트레일 매직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도 지도 보기는 했는데 오늘 거기까지 가볼까?"

우리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대화를 나눴다.

오늘 하루 이미 30km 조금 넘게 걸었는데 해는 금방 질 것 같았고 5km 정도 더 걸어야했으니 1시간 조금 더 잡아야했다.

"그래. 가보자."

은진이의 말에 얼마 쉬지 않고 바로 길을 나섰다.

무거워진 몸 때문인지 걷는 동안에도 혹시나 트레일 매직이 없을까 계속 걱정이 됐다. 꼭 보상을 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은진이는 앞서갔고 점점 멀어지는 은진이를 보며 터벅터벅 걸었다. 은진이가 꼭 웃으면서 맞아주기를 바라며

 

해가 붉어지기 시작하면 금새 사라져버린다

"오빠!"

'있구나...'

은진이의 밝은 목소리에 좋은 감이 들었다. 도착해서 배낭을 내리고 아이스 박스에 갔더니 얼음 가득 들었고 음료수는 많았고 맥주는 딱 2개 남아있었다. 은진이와 시원하게 한캔씩 마시고 과자에 바나나에 문명을 원없이 맛보았다.

조금씩 PCT 하이커가 되어가고 있었다.

 

굴다리 밑에 있었던 너무 고마웠던 트레일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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