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Pacific Crest Trail] 15화.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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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South California

[PCT, Pacific Crest Trail] 15화. 0.3%

by 빵호빵호 2022.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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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물을 많이 마신 탓에 아침에 마실 물이 없었다. 전날 지도 상에 굵은 강줄기가 흐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양껏 마시기도 한 탓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강줄기가 말랐을까 또 내심 걱정해야하는 곳이 사막이었다.

'음....'

한참을 걸었는데 나와야할 강줄기는 보이지 않고 목은 점점 말라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높은 곳에서 잔 덕분에 드넓은 경치로 시작할 수 있었다

캐나다까지 2444.9mile이 남았다. 감도 오지 않는다

 

"우와!"

언덕을 하나 넘었을 때 은진이는 강가에서 앉아 물을 마시고 있었고 나도 졸였던 마음을 풀 수 있었다. 앉아서 세수도 하고 발도 씻고 양치도 하고 원없이 물도 마시고 한참을 더 쉬다가 출발했다.

 
 
사막 한가운데 이렇게 힘찬 강줄기가 흐른다. 자연의 위대함이란..

사막이라 풍경이 비슷할 것 같지만 사막산 하나를 넘어가면 또 다른 느낌의 사막이 나오곤했다. 물 때문에 항상 걱정을 안고 걸어 지긋지긋했지만 PCT를 완주하고 뒤돌아보면 천상의 풍경인 Sierra보다 난 사막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아마도 PCT의 첫 시작을 사막에서 했기때문에 적응했던 구간보다 적응을 해나가는 구간이 더 기억이 남았던 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사막에서만 자주 만날 수 있는 트레일 엔젤과 매직 때문이었을지도..

 
 

 

 
사막 안에서도 나름의 풍경이 자주 바뀐다

한동안 물줄기를 따라 계속 걸을 수 있었다. 물줄기 옆을 따라 걸으면 목이 마르면 언제든지 물을 마실 수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푸근했다. 그래도 또 언제 물줄기가 끊길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물은 지고 다녀야했다.

 
 
사막에서 PCT 하이커에게 휴대용 정수기는 필수품이다

각기 온 하이커들이 무리를 이루어 같이 걷다가 흩어지고 또 무리를 지어 걷다가 흩어지곤한다

 

해가 지평선을 향하며 노릇노릇해지고 있을 때쯤 우리는 오르막을 오르고 있었다. Guthook App을 보니 산장같은 곳이 있어 은진이와 그곳에서 자는 것을 목표로 걸었다.

막상 산장에 도착했을 때 차도 보이고 한무리의 사람들이 파티를 하고 있었다.


 

'아 음식 좀 얻어먹고 싶은데...'

다시 보지 않을 사람들이지만 남에게 뭔가를 요구할 때는 항상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순 없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저희 먹을 것 좀 얻을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이리로 와요."

테이블에서 스파게티와 미트볼, 초콜릿과 맥주까지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여러사람들이 우리를 둘러 싸고 PCT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그리고 북한 핵실험을 많이 하던때라 북한에 대한 우리의 생각도 물었다. 당시 from South Korea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서 물었었다. BTS보다 North Korea때 문에 한국이 훨씬 더 유명하던 시절이었다.

그들은 미국을 사랑하는 0.3% 모임이라고 했다.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깃발도 들고 다닌걸 보니 보수주의자들의 모임으로 보였다. 역시나 정치가 들어가서 문제지 사람들은 참 좋게 느졌다. 한동안 그들과 더 놀며 맥주를 마시다 사진도 찍고 우린 조금 더 걷기로했다.

미국을 사랑하는 0.3% 사람들의 모임 ㅋㅋ 손가락 포즈 보소

얼마지 않아 목이 좋은 곳이 나와 텐트를 칠 수 있었다.

소소하지만 이런 이벤트들이 있어 또 하루를 버티고 걸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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