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Argentina) 아콩카과(Aconcagua) 등반] 남미 최고봉 셀프 등반 Day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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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등산/2019년 아르헨티나, 아콩카과

[아르헨티나(Argentina) 아콩카과(Aconcagua) 등반] 남미 최고봉 셀프 등반 Day 9

by 빵호빵호 2022.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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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2(Nido de Condores) → 캠프 3(Berlin Camp) → 인디펜덴시아(Independencia) → 캠프 2(Nido de Condores)

새벽 2시, 선잠을 자다 시계를 보고는 몸을 일으켰다. 몇일동안 바람이 강해져서 오늘이 아마 정상을 오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 같았다. 바람은 생각보다 강했고 고산의 밤은 상상도 못하게 추웠다. 이중화를 신고, 장갑 2개를 겹쳐끼고, 가진 옷은 다 껴입었다. 그래도 너무 추워 침낭으로 몸을 감싸고 그 위에 배낭을 메어 침낭을 고정 시킨 후걷기 시작했다.

앞쪽에서 헤드랜턴 불빛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어 외로움을 덜어주었다. 초행길이라 휴대폰으로 지도를 봐가며 그 빛을 따라 한걸음 한걸음씩 옮겼다. 장갑을 두개를 끼고, 이중화를 신었음에도 손가락, 발가락이 얼어붙는듯해서 계속 꼼지락 꼼지락 거리며 걸었다.

오기전에는 단순히 우리나라의 8월이겠구나만 생각하며 별 생각없이 왔는데 경험이 너무 부족했다. 잠을 제대로 못자고, 잘 못먹고, 예상과 달리 체력을 많이 써버린탓에 많이 지쳐있었다. 며칠 전 처음 베이스 캠프에서 캠프 2로 오를때와는 몸상태가 많이 달랐다.

시속 0.5km가 겨우나와 3시간 뒤 5시에 캠프 3(베를린 캠프)에 도착했다. 상업 등반팀 텐트가 몇동 있었고 그 중에 짐 보관하는 텐트 문을열고 들어가 그대로 뻗어버렸다. 돌바닥 위에 몸을 눕히고 입고있던 침낭을 덮고는 잠이 들어버렸다. 다시 눈을 뜨고 시계를 보니 아침 10시, 아차싶어 텐트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추웠지만 침낭을 입을 정도는 아니라 침낭은 배낭에 넣고 걷기 시작했다.

바람은 꽤나 강해 손, 발이 계속 시렸지만 견딜만은 했다. 인디펜덴시아까지는 2.2km, 인디펜덴시아부터 정상까지는 2.1km, 총 4.3km만 걸으면 드디어 정상에 닿을 수 있었다. 넉넉히 잡아 6~7시간이면 된다는 생각에 힘을 냈다. 그러는 중에 배에선 계속 신물이 올라 중간 중간에 과자랑 초코바를 먹었지만 잘 넘어가질 않았다.

인디펜덴시아를 올라가는 중에 새벽에 보았던 헤드랜턴의 주인공인듯한 남자가 내려오고 있었다. 중국인이라고 했는데 그도 나처럼 혼자서 온 것 같았다. 바람이 너무 쎄서 오늘은 인디펜덴시아까지만 가고 내일 다시 정상에 도전할거라며 내려갔다. 10분을 더 가니 고도 6400m의 인디펜덴시아가 나왔고 부서진 작은 대피소가 있었다.

인디펜덴시아의 대피소

도착하자마자 지붕이 뚫린 작은 대피소 안으로 몸을 던져 넣었다. 동시에 또 배에서는 신물이 한가득 올라와 좀비처럼 가방안에서 과자를 천천히 꺼내 입에 넣었다. 인디펜덴시아의 대피소는 아콩카과를 등반하다 죽은 자신의 아들을 위해서 아버지가 지은 것이라고 했다.

이제 정상까지는 2km, 그런데 도저히 올라갈 힘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억울하고 분해서 이곳에서 자고 새벽에 다시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대피소 부서진 틈사이로 밀려드는 바람에 추워서 쉬는것조차 힘이 들었다.

'지금 포기하고 내려가면 시간이 지나 후회하지 않을까?' 짧은 시간동안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또 물어봤다.

물론 후회하겠지만 이만하면 됐다라는 대답이 제일 선명했다.

그럼에도 억울함에 발걸음이 쉽게 돌려지지 않아 몇번을 더 생각하고는 마음을 굳혔다. 포기를 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은 가벼워졌다. 그럼에도 아쉬움에 뒤쪽으로 몇번을 뒤돌아보고는 터벅터벅 내려왔다.

 
 
결국 하산을 택해야만 했다 ​

 

캠프 2 텐트에 도착해서도 갈등은 여전했다. 하지만 라면을 끓여 먹는데 넘어가지를 않아 그제서야 정말로 마음을 내려 놓고 아콩카과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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