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Pacific Crest Trail] 47화. 다시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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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Sierra

[PCT, Pacific Crest Trail] 47화. 다시 혼자

by 빵호빵호 2023.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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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 차 일주일간 은진이는 LA로 떠났다.

은진이는 PCT도 좋지만 미국에 왔으니 유명한 지역이 있으면 가보고 싶어했고 난 PCT의 완주가 최대 목표였다.

같이 가면 좋겠지만 사실 우리는 걸음이 느렸다. 걸음도 느렸고 많이 걷지도 않았고 마을마다 이틀씩 꼬박 꼬박 다 쉰탓에 완주를 하지 못할까하는 마음에 부담이 있었다.(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을 제로데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마을에 들어가는 날에 하루를 꼭 더해서 쉬었다. 어떤 하이커들은 마을에 도착하는 당일에만 쉬고 그 다음 날 바로 출발하기도 한다. 그렇게 걷는 시간을 늘린다.)

항상 마을에서 쉬다보면 다시 걷는 것만 생각해도 귀찮고 싫지만 막상 복귀하면 또 걷는 것 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느꼈다.

시에라 구간의 하이라이트 요세미티 구간이 시작되었다.

맑은 물이 다시 나를 반겨준다

빙하와 용암이 만들었다는 Devils Postpile(사진 가운데 기둥처럼 생긴 바위? 지형?)

PCT에는 자전거, 오토바이가 못들어오게 막는 구간이 있지만 항상 사람과 말에게는 길이 열려있다

복귀하는 날은 많이 걷지 못했다.

아침에 일찍 나와도 트레일까지 복귀하는데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쉬다 오니 걷기 싫은 마음에 조금만 걷고서 텐트를 쳐버린다. 그래도 최소 10km 이상은 걷는다 ㅋㅋ 4,300km를 걸어야 하는 PCT에서는 10km는 매우 소량의 거리이간 하지만 이렇게 쌓고 또 쌓아서 1,500km를 걸어왔다.

맑은 물이 곳곳에 흐르는 곳이 시에라다 ​

 

하루 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고 걷기만 했다.

은진이가 있어도 따로 걷기 때문에 걷는 동안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적지만 그래도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저녁을 해먹을 때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것이 좋은데 그녀의 부재가 크게 느껴진다.

또 하루가 지난다

혼자서 라면을 끓여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은 절경이었다. 어제 전경이 탁 트인 곳에서 잤더니 맑은 날씨까지 더해져 눈 앞에 펼쳐진 황홀경에 넋을 잃고 사진을 찍어대느라 또 침낭까지 말리고 출발하느라 늦게 출발하곤 했다.

일주일간 혼자서 누군가와의 대화도 없이 생각만으로 걸어야 했다. 생각이 나를 걷게 했다.

이런 멋진 곳에서 잘 수 있는 것이 PCT의 특권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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