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Pacific Crest Trail] 65화. 나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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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North California

[PCT, Pacific Crest Trail] 65화. 나홀로

by 빵호빵호 2023.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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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진이가 떠나가고 밤 늦게까지 걸었다.

밤 깊은 산 중에 사람도 없는 곳에 홀로 걷는 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어릴적 전설의 고향에서 아프신 부모님을 위해 밤에 산에가서 약을 구하는 걸 보고서는 난 절대 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일을 해내고 있었다.

근데 왜 하필 밤에 산에 갔을까?

그래도 하루에 45km 이상씩을 걸을 수 있었다. 나름 운동에 자신이 있었는데 못 걷는거 같아 속상했는데 ㅋㅋ 안심되었다.

Shasta-Trinity 국유림으로​

 

밤의 산중은 음슴함이 넘친다

랜턴 하나에 의지하여 밤의 숲을 헤쳐나간다 ​

 

은진이가 떠난 후 또 달라진 점이 하나 더 있었다. 배가 고프면 그자리에 그냥 멈춰서서 밥을 먹었다. 밤 늦게까지 걷다보니 6시쯤에 저녁을 먹으면 새벽 1시, 2시까지 걷고 배가 고프면 걸음을 멈춰 세우고 잠을 청했다.

이렇게 길거리 아무데서나 밥을 헤먹는다

 
 
PCT에서는 다양한 생물들을 볼 수 있다

하루에 몇 걸음이나 걷는지 궁금해서 자기 전에 꼭 만보기를 봐야지 했었는데 항상 꼭 잊고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저녁 즈음에 생각이나서 만보기를 보니 아직 5~6시간은 더 걸어야하는데 벌써 52,832 걸음이나 걸었다. 그러니 대충 8만 걸음은 걷지 않았을까?

우리는 느린편이기도 하고 산불로 인해서 많은 하이커들이 오레곤으로 점프를 해간터라 이틀, 삼일을 사람을 보지 못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북에서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NOBO(North Bound)는 멕시코 국경에서 시작해 캐나다 국경으로 북을 향해 걷는 사람들이고, SOBO(South Bound)는 캐나다 국경에서 시작해 멕시코 국경으로 남을 향해 걷는 하이커들이다. 드디어 그 SOBO 사람들과의 조우가 있었다. 사람을 못보던 차에 하이커들을 만나니 괜히 마음이 가득찬 기분이 들었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누군가와의 만남도 없이 혼자서 계속 걷는 일은 참 특별했다.

사실 사람은 한순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는 것조차도 생각이니까.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밀려드는 생각들을 거부하지 않고 어린 시절부터 차근차근 짚으며 회상하고 삶에 중요한 가치들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살을 파고드는 외로움이 찾아오기도 했다.

어느새 또 하루가 갔다. 조금씩 조금씩 캘리포니아를 벗어나 빠른 속도로 오레곤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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