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Pacific Crest Trail] 63화. 프랭크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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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North California

[PCT, Pacific Crest Trail] 63화. 프랭크의 기적

by 빵호빵호 2023.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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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라 구간 중 케네디 메도우 사우스 ~ 케네디 메도우 노스 사이는 곰통을 들고 다녀야 한다. 그 말은 곰이 있다는 말이다. 다른 하이커들은 곰을 좀 봤다고 하던데 우리는 곰을 한번도 보지 못해 조금 아쉬웠었다.

그런데 곰은 시에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PCT 전 구간에 다 있었다. 드디어 우리도 곰을 봤다.

여느때처럼 은진이가 앞서 걷고 있었다. 그런데 은진이가 갑자기 뒤돌아 걸어오고 왔다.

"오빠, 곰!"

"장난치지마라."

"진짜라니까!"

그제서야 장난이 아니란게 느껴져 앞으로 가보니 곰 세마리가 나무에 매달려 놀고 있었다. 곰은 사람을 산채로 뜯어먹는다고 했다. 그래서 심기를 잘못 건드리면 내가 죽는 모습을 보면서 죽어야 한다.

"진아 일단 돌아가자."

멀리서 지켜봤지만 곰은 전혀 다른 곳을 갈 생각이 없어보였다. 후각도 개보다도 좋다고하니 이정도로는 택도 없겠다 싶어 차라리 그냥 빠르게 걸어 지나가기로 했다.

내가 앞서고 은진이가 뒤따라서 곰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도망가듯 걸어가 별 문제없이 지날 수 있었다. 휴

이 길을 따라 걷는데 나무 위에서 곰 세마리가 놀고 있었다. 아쉽게도 사진은 없다

JMT를 만든 존 뮤어 성님

 
 
곰이 있던 곳에서 얼마지 않아 만난 유황 지대

체스터에서 인연이 되었던 프랭크 아저씨는 차에서 이런 얘기를 했었다.

"난 트레일 엔젤 일도 하는데 이틀 뒤에 물 없는 구간이 길텐데 중간에 내가 음식이랑 마실 것들을 가져다 놔."

그래서 우리는 트레일 매직이 있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물이 다 떨어졌는데 한참이나 트레일 매직이 나오지 않아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Guthook 앱을 보니 하이커들이 얼마지 않아 트레일 매직이 있었다고는 했는데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보니 트레일에서 2km 떨어진 물 포인트를 들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됐다. 여기서 물을 안뜨고 가면 10km 넘게 물없이 걸어야했다.

"오빠, 나는 프랭크 아저씨를 믿어."

그러더니 은진이는 성큼성큼 걸어가버렸다.

'에라이 모르겠다.'

나도 그냥 은진이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나무 그늘이 없는 개방된 길이라 목이 더욱 마르다

"오빠!!!"

먼저 간 은진이가 멀리서 소리를 쳤다.

'있구나!'

도착하자마자 기절 초풍할 뻔 했다.

나무에는 오렌지와 바나나가 매달려 있고 아이스박스가 5개가 있었는데 먹거리로 가득차 있었다.

'와~', '와~' 연신 감탄을 쏟아내며 그 자리에서 탄산을 2캔을 따마셨다 ㅋㅋ 이건 프랭크의 기적이었다.

이 많은 음식들을 두고 가려니 너무 아쉬워 계획에 없던 3시간의 휴식을 가지기로 했다. 매트를 펴고 일단 누워 과일이며 과자며 집어먹고 한숨 자고 난 뒤에 일어나 저녁으로 라면을 끓여 또 탄산을 마시고 원없이 다 먹고서야 길을 나서게 되었다.

 
 
프랭크의 기적

'라운틴 라이언 출몰 지역!'

출발한지 얼마지 않아 북미의 푸마인 라운틴 라이언 출몰지역이라는 경고판이 나왔다. 며칠 전에 곰을 만났는데 아주 야생동물들이 난리인 지역인가 보았다. 곰도 무섭지만 난 라운틴 라이언이 더 무서웠다.

어둠을 향해가는 숲

낮에 푹 쉬는 바람에 저녁에 걷기로 했는데 막상 야생동물이 나타난다고 하니 그냥 그만 걸을까 생각도 했지만 우린 너무 여유롭게 걸어 꽤 많이 뒤쳐져 있다는 생각에 걷기로 했다.

밤이 되니 숲은 고요해졌고 조그만 소리에도 괜히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머리속으로는 계속 마운틴 라이언 나타나면 들고있는 폴때로 찔러 쫒아야지 하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걸었다. 4시간 정도 걸었는데 다행히 마운틴 라이언은 만나지 않았다. 휴

밤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아무데나 친 텐트 아침에 보니 꽤나 자리가 좋은 곳이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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