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Pacific Crest Trail] 79화. 안녕, 오사무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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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Washington

[PCT, Pacific Crest Trail] 79화. 안녕, 오사무 아저씨

by 빵호빵호 2023.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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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들기 전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아침에 일어나니 비는 텐트를 때리고 있었다.

"오하이오~ 오하이오~"

'사무사마다!'

아침에 눈을 떴지만 또 빗속에 짐을 싸고 걸을 생각에 텐트 속에서 뜬 눈으로 몸을 게속 누이고 있었는데 오사무 아저씨의 아침 인사에 일어나기 싫은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호! 우기가 시작된 이후로 정말 힘드네."

PCT 내 겪지 못한 새로운 난관이 당혹스러운건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내가 3번을 꾹 참았는데 이제는 그만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어... 난 텐트가 없이 타프 생활을 하는데 비올 때마다 침낭도 다 젖고 밤새 오돌오돌 떠느라 잠도 못자거든..."

사막이나 시에라, 우기 전까지의 오레곤은 텐트가 없어도 충분히 생활할만하다. 네달이 넘도록 비가 한번, 두번밖에 오지 않았다. 하지만 우기가 시작된 이후로는 텐트는 필수였다. 산에서 맞이하는 비와 눈은 큰 난관이라 걸음을 빨리하여 우기가 시작되기 전 PCT를 완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단 나 출발한다."

아저씨는 짧은 푸념을 털어놓고 다시 길을 나섰다. 그리고 우리도 여느때처럼 텐트 안에서 모든 짐을 싸고 마지막으로 젖은 텐트를 접고 출발했다.

비가 내리면 텐트 치는 것도 접는 것도 참 힘이든다

비오는데 걷는 일은 쉽지는 않았다.

신발이 젖는만큼 무거워졌고 쉴 때도 추워서 오래 앉아 있을 수 없었지만 안개 가득한 산중은 매력적이었다. 모든 것이 단점은 아니다. 꼭 장점도 숨어있기 마련이었다.

 
 
우중의 산은 아름답다 ​

 

숲속의 안개도 멋지다

"어라?"

도로를 하나 지나 다시 숲을 걷고 있자니 먼저 출발했던 오사무 아저씨가 반대로 걸어오고 있었다.

'설마...'

아저씨의 푸념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저씨의 뒤돌아옴이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호, 이제 트레일 오프 하려고."

"아저씨, 이제 한달도 안남았는데..."

"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 여기까지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인거 같아."

셋이서 캐나다 국경까지 같이 가자고, 셋이서 텐트에서 자면서 이겨내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사무사마, 오츠카레사마데시타."

"호, 간빠레!"

아저씨가 멀어지는 모습을 한참이나 쳐다본 후 다시 길을 나섰다.

 

이후 아저씨를 PCT에서 다시 볼 순 없었다.

일본인 아저씨, 오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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