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Pacific Crest Trail] 82화. 팩우드(Packwood)의 마마 쥐(Mama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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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Washington

[PCT, Pacific Crest Trail] 82화. 팩우드(Packwood)의 마마 쥐(Mama G)

by 빵호빵호 2023.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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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잠자리는 정말 좋다.

자고 일어나면 다 젖어있는 침낭에서 일어나는 것이 굉장히도 괴로웠는데 어제는 뽀송뽀송했다.

텐트 밑에 방수 매트를 깔면 좋겠지만 PCT 하이커들에게 필수품이 아닌 것은 모두 부담스러운 짐이었기에 그냥 감내해야하는 것들이 많았다.

오늘은 워싱턴에서의 우리의 첫 마을 팩 우드를 들어가는 날이었다.

부지런히 걸어 최대한 빨리 마을에 들어가는 것이 좀 더 쉴 수 있는 길이었다.

아담산을 뒤로하고

다행히 한번 더 설산의 아담산을 볼 수 있었다. 아쉬움이 남아 몇 번을 뒤돌아보고 시야에서 떠나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산 하나를 오르고 나니 이번에는 레이니어(Rainier) 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아름답고 험한 산들을 다 올라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린 그냥 그 산을 멀리서 바라보며 지나는 PCT 하이커였다.

그게 오히려 다행일지도 ㅋㅋ

새로이 보이는 설산, 레이니어

해가 들지 않는 곳은 눈이 쌓여있었다.

작년에 내린 눈이 여름에도 버티고 버티어 녹지 않았을 것이었다. 시에라에서도 그랬듯이 해가 드는 곳이랑 들지 않는 곳의 차이는 정말컸다.

 
 
맨 아래 사진을 자세히 보면 사람이 보인다.

미국에서 꽤 유명한 레이니어 산

얼음의 구간을 지나니 드디어 나이프 엣지(Knife Edge) 구간이 시작되었다. 산이 칼날처럼 날카로워 생긴 이름인데 정말 실수로 삐끗하기라도 하면 옆으로 굴러 떨어지기 쉽상이었다. 거기다가 바람까지 세차기 불어와 하이킹 폴에 더 무게를 실어 걸어야했다.

한 때 은진이와 일본의 북알프스를 갔었는데 야리가타케라는 곳을 지날 때 거의 절벽과도 같은 곳을 걸었었는데 그 때 은진이는 엉엉 울었다 ㅋㅋ

진짜 나도 가슴 졸이면서 걸었는데 한해에도 거기서 몇명씩 죽는다고 했다.

그곳이 생각이났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Knife Edge ​

 

무사히 나이프 엣지를 지나니 은진이가 저 멀리서 기다렸다.

은진이가 기다리는 곳에 가보니 산불이 나서 우회를 해야한다고 했다. 지도를 비교해보니 우회길은 한참을 둘러서 가야했고 사람들의 평을 보니 길이 너무 오르막이라 아마도 죽고 싶을 거란 말들이 많았다.

"그냥 일단 가자 진아."

걸음을 내딛다보니 장난이 아니라는게 느껴졌다. 30분을 걸었는데 오르막 경사가 장난이 아니었다.

"오빠 지도 보니깐 쉽게 가는 길 있던데 그리로 가자."

"그래."

은진이의 말에 곧장 방향을 틀어 힘들게 걸었던 길을 다시 내려와 원래 갈림길에서 쉬운 길이라는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저 멀리서 기다리고 있는 은진이

산불이 나서 길이 통제되면 이렇게 우회로를 안내해주기도 한

길은 내리막이라 쉬웠다.

5개월 이상을 걷다보니 이젠 내리막에서는 하이킹 폴을 저 멀리 찍어 누르며 20kg에 가까운 배낭을 메고도 날다람쥐처럼 뛰어내렸다.

팩 우드 마을 근처에 있는 팩우드 호수 ​

 

하루가 다 지나지 않았는데 5만 걸음을 걸었다

팩 우드 호수 근처에 오니 사람들이 꽤 있어 다행히 히치 하이킹을 쉽게 할 수 있었다.

마을에 와서 호텔을 잡아야하나 하고 Guthook App에 들어가니 팩 우드에는 마마쥐(Mama G)라는 유명한 트레일 엔젤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휴대폰이 없기에 또 사람을 붙들고 전화기를 빌려 마마쥐에게 전화를 하니 10분 내로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푸근한 인상의 할머니는 우리를 차에 태워 오두막 집에서 내려줬다.

역시나 트레일 엔젤들의 집은 하이커들이 왔다 갔다 하다보니 하이커의 향이 많이 베어있었다.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청소를 하고 그녀와 또 다른 하이커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영화 와일드도 보았다 ㅋㅋ

내가 PCT를 하게 만든 그 영화가 PCT의 끝무렵에 다가와 다시 보니 조금은 싱겁게 느껴지기도 했고 PCT에 대한 이야기보다 그녀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은 영화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집에서 하루를 더 머물다 또 길을 나섰다.

팩우드의 마마 쥐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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