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Pacific Crest Trail] 81화. 워싱턴의 첫 패스, Cispuss P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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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Washington

[PCT, Pacific Crest Trail] 81화. 워싱턴의 첫 패스, Cispuss Pass

by 빵호빵호 2023.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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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은 리틀 시에라라고 불렸다. 그만큼 경치가 좋다는 이야기일텐고 그만큼 걷기도 힘들다는 이야기일 것이었다.

그럼에도 힘든 것 보다는 아름다운 것이 더욱 기대가 되는 날들이었다.

2222.2 mile 지점을 지난다

워싱턴에는 가을이 완연했다.

빨간 잎을 맺은 허클베리들이 산을 가을로 물들여 놓았고 선선한 날씨에 기분도 상쾌했다.

 
 
붉은 허클베리로 가득찬 워싱턴의 가을 산

한동안 계속되던 우기였지만 잠깐동안 맑은 날이 이어졌다.

언제까지 맑은지 또 언제 비가 시작될지 몰랐지만 맑은 하늘을 만끽했다.

산을 오를 때 구름에 가려 보여주지 않던 설산 봉우리를 지날 때도 아쉽게 볼 수 없었다

웅장하다. 산불로 메말랐던 산이 또 금새 회복되어 생명이 살아 숨쉰다

걱정스러웠던 은진이도 아주 잘해주었다.

3주가 넘게 쉬었던 은진이의 체력도 걱정이었고 도심에서 살다가 다시 산중 생활을 하다보니 기분도 걱정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 걸었고 또 생각보다 명랑했다.

또 새로운 영역으로 들어간다

전날 지날 때는 보지 못했던 아담스 산(Mt. Adams)를 한참이나 지나서야 볼 수 있었다.

꼭 아이스크림의 모양을 한 설산의 하얀 구름이 너무 아름다워 그 자리에 그냥 자리를 붙이고 점심을 먹었다.

광합성을 지대로 하니 풀지도 못하고 계속 쌓이기만 한 응어리진 마음이 조금씩 녹는 것 같기도 했다.

 
 
꼭대기에 걸친 구름이 꼭 아이스크림 같다 ​

 

또 다시 구름이 산을 뒤덮기 시작했다.

'아.. 비가 또 오려나.'

 

걱정하는 마음을 뒤로하고 걸음을 빨리 했다. 다행히 산 하나를 넘어가니 먹구름은 사라졌다.

순식간에 먹구름이 들기 시작하면 괜시리 불안하다

"오빠~~~~"

멀리서 은진이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사진을 찍으며 걷느라 어느새 은진이가 한참이나 앞서있었다.

평소같으면 기다리지 않고 제 갈길을 갔을텐데 이 풍경이 아름다워서 기다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Cispuss Pass'

워싱턴을 걷기 시작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드디어 첫 패스를 만났다.

시에라에서는 몇개의 패스가 남았는지 세아리고 하나 지날 때마다 몇개가 남았구나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수준은 지났다.

'그냥 많이 남았겠구나...'

정상에 앉아 있자니 금새 추워져 얼마 쉬지 못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겨야했다.

 
 
Cispuss Pass를 향해가는 길에 광활한 풍경

워싱턴의 첫 Pass, Cispuss Pass

패스를 지나기 전과 후는 풍경이 크게 바뀌는 경우는 잘 없는데 바뀌는 경우가 종종있다.

Cispuss Pass가 그랬다.

PCT를 하며 참 아름다운 풍경을 많이 보고 사진도 많이 남겨놓았는데 Cispuss Pass 후의 길이 가장 아름다웠던 것 같다.

진푸른 하늘에 연두 가득한 산 그리고 적당히 낀 구름들, 이 사진을 난 컴퓨터 바탕 화면으로도 자주 설정해놓는다.

너무너무 아름다운 워싱턴의 산

점점 날은 어두워졌고 이제 오늘의 걸음을 마무리 할 시간이 다가왔다.

모닥불을 피고 전날 젖었던 침낭을 꺼내 그 앞에서 말렸다. 혹시나 구멍이라도 날까 조심조심히 말리고서 텐트 안에 집어 넣고서는 라면을 허겁지겁 먹었다.

또 하루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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