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Pacific Crest Trail] 83화. 마운틴 라이언(Mountain L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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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Washington

[PCT, Pacific Crest Trail] 83화. 마운틴 라이언(Mountain Lion)

by 빵호빵호 2023.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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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서 하나의 컬렉션이 생겼다.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길을 걷다보면 굉장히 특이한 버섯들이 많아 찍고 찍다보니 꽤 많은 버섯들이 모였다. 하나의 재미였다.

 
 
 
 
미국에는 독특한 버섯이 참 많았다.나의 워싱턴 버섯 컬렉션, 실제로는 훨씬 더 많다 ​
 

 

가을임이 좋았는데 한편으로는 계속 불안했다.

'언제 겨울이 시작될까? 우리는 북으로 걷고 있는데...'

9월 말이 되었으니 우리나라 보다 더 위도가 높은 곳에다가 고도가 높은 산이니까 눈이 좀 더 빨리 시작될 거 같긴한데 막연한 불안감만 가지고 있어야 했다.

사슴과 엘크 사냥 시즌이라 사냥꾼들의 텐트가 종종 보인다

그래도 아직은 가을을 만끽하고 즐기면 될 것 같았다.

우기는 거의 끝이난 것 같았고 연이어 맑은 하늘이 계속 되었기 때문이었다.

 
 
나름 폼도 잡아본다 ​

 

설산도 자주보다 보니 이젠 그냥 산이구나 싶기만 하다 ㅋㅋ

어두워지기 전 고속도로 휴게소가 있는 곳을 지났다.

은근히 트레일 매직을 기다했지만 아무것도 없어 무거운 발걸음을 이어 잠자리를 찾아 텐트를 쳤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겠다고 커다란 호수의 아웃렛(Outlet-호수의 물이 빠지는 유출구)에서 그릇을 씼는데 커다란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원래 파충류와 곤충들 만지는 걸 좋아해 물고기를 3마리를 잡아 나는 자연인이다 컨셉으로 사진을 좀 찍으려고 모닥불로 가져왔다.

그러던 중 한마리가 갑자기 자기가 알아서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것이 아닌가

바로 놓아주려고 했는데....

일단 꼬챙이에 끼워 구워봤는데 도무지 먹을 엄두가 나질 않아 그냥 자연으로 돌려보내줘야했다.

나머지 두마리는 호숫가에 풀어주고 잠을 청했다.

 
 
놓아줄 생각이었는데 불구덩이에 스스로 뛰어든 불쌍한 녀석 ​

 

아침에 눈을 뜨고 은진이에게 말을 걸어도 시무룩한 통 대답이 없었다.

분명 기분이 좋지 않음을 알고 있는데도 내 기분까지 상했다. 이해해야지 배려해야지 하는데도 늘 마주하면 나도 울컥 화가 치솟았다. 아마도 어제 죽은 물고기가 은진이에게 좋지 않은 기분을 전달했나보다.

그렇게 또 싸우지 않았음에도 싸운 기류를 만들고서 각자 출발했다.

호숫가의 아늑했던 보금자리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두고 왜 화가 나는 것인가

하루종일 따로 걷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가까워졌다.

 

'휙!'

일순간이었다. 자주 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산에는 사슴도, 엘크도, 곰도, 늑대도, 마운틴 라이언도 있었다. 사슴이 달리는 높이는 높은데 땅에 확 붙어서 뛰는 느낌이었다.

'마운틴 라이언이다.'

오레곤의 마지막 구간 후드산에서는 올해 하이커 한명이 마운틴 라이언에게 먹혀 죽었다고 했다. 그래서 늘 언제 튀어나올지 모를 마운틴 라이언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은진이...'

은진이가 뒤에서 오고 있을텐데 갑자기 걱정이 되었다. 일단 커다란 돌을 하나 움켜쥐고 그 자리에 멈춰서 은진이를 기다렸다. 아침에 싸움의 기류를 품고 하루종일 떨어져 걸었지만 그런 알량한 자존심과 기분을 내세울 때가 아니었다.

'얘는 왜 이렇게 안오노...'

10분이, 20분이 지나도 은진이가 오지 않자 불안감이 더욱 커져갔다.

그리고 은진이가 멀리서 걸어오는데 나를 보더니 그냥 휙하고 지났다.

'이런 시x..'

은진이는 아무것도 모른채 나 혼자 그냥 난리였던 것이었다 ㅋㅋ

마운틴 라이언을 본 인근의 숲

앞서가는 은진이를 쫓아 걸었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숲 속에 통나무 집이 하나 나왔다.

가끔씩 마을 사람들이 놀러온다고 하는데 Guthook App을 보니 며칠 전 마을 사람들이 잔치를 벌여 하이커가 맛있게 얻어먹었다는 글을 보고 기대를 품었는데 휑했다. 사람들이 먹고 버린 쓰레기 통에는 쥐들만이...

그래도 텐트 칠 필요도 없이 오두막 안에 화로에서 불도 켜고 나름 편하게 잘 수 있었다.

쥐가 있다는 두려움 빼고는 많은 것이 완벽했다.

PCT의 연인 싸움은 칼로 물베기였다.

오두막 앞에서 고양이 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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