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Argentina) 아콩카과(Aconcagua) 등반] 남미 최고봉 셀프 등반 Day 2
본문 바로가기
해외등산/2019년 아르헨티나, 아콩카과

[아르헨티나(Argentina) 아콩카과(Aconcagua) 등반] 남미 최고봉 셀프 등반 Day 2

by 빵호빵호 2022. 11. 15.
728x90
728x90

Confluencia → Plaza de Mula

밤새 바람이 미친듯이 불더니 텐트폴이 거짓말 안보태서 머리까지 닿았다. 다녀온 사람들의 블로그 중에 한 사람은 텐트폴이 부러져버렸다는 이야기도 봤었는데 직접 겪어보고 나니 실감이 났다. 다행히 폴은 부러지지 않았다. 문제는 바람에 모래가 텐트안으로 들어와 머리에도 난리가 났고, 짐들 모두 모래 투성이가 되었다. 그제서야 상업 등반팀들이 돌을 얹어 바닥까지 외부텐트를 붙여서 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8시간을 걸어야 하는 나름 긴 하루라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밤새 침낭안에 모래 투성이가 되고 머리카락에도 모래 뒤범벅이 되었다 ㅅㅂ 쌍욕이 안나올 수 없었다 ㅋㅋ

짐들에 낀 모래들을 다 털어내고 짐을싸고 떠날 준비를 마쳤다.

계획은 고소적응을 위해 프란시아 캠프도 다녀오려고했는데 새벽의 바람을 맞고 나니 최대한 빨리 다녀와서 내려오는길에 들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급 계획을 바꿨다.

짐을 다 싸고 출발!​

 

걷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이정표가 나왔다.

어제의 강려크한 바람 이후 바뀐 계획에 플라자 프란시아는 쳐다도 안보고 곧장 플라자 데 뮬라로 향했다.

플라자 데 뮬라와 플라자 프란시아의 갈림길​

 

한 때 세상의 산은 에베레스트가 있는 네팔이 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네팔의 산만 갔었다.

하지만 여행을 다니면서 느끼는데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풍경이 있고 다양한 산들이 세상을 구성하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

 
 
아직은 고도가 낮아 푸른기를 머금고 있다 ​

 

두시간쯤 걸었을까, 앞쪽에서 한 여자가 혼자서 걸어오는데 얼굴을 보니 새카맣게 다 타고, 다 터있었다. 느낌에 정상을 찍고 내려왔을거 같았다. 물어보니 정상에 다녀오는 길이라며, 그렇게 부러울수가 없었다.

나도 10일쯤 후에는 이 여인의 기분을 느끼며 내려오고 싶었다.

2주 뒤 난 어떤 기분으로 내려올까

여인을 만난 시점으로 해서 풍경이 바뀌었다. 이제 정말 웅장하고 조금은 다른 행성에 온듯한 느낌을 주는 경치가 시작되었다.

 
 
 
 
 
 
 
화성에 와있는듯한 기분도 들었다

 

빙하가 녹아 흐르는 강을 건너기도 해야했다. 보기에는 그냥 건널 수 있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폭이 넓고 길이 제대로 난 게 아니라서 애를 먹었다. 신발이 젖어버리면 고산의 추위에 신을 수 없어서 요리조리 다리며 돌을 밟고 건너야 했다 ㅋㅋ ​

빙하가 녹아 큰 강물줄기를 만든다

이제 강줄기를 지나 계곡으로 접어들어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됐고, 뮬라가 짐을 옮기느라 자주 다녀서 좁은길에서 지나가도록 비켜줘야할때가 많다. 문제는 뮬라가 지나가길 기다리며 비켜서서 사진찍고 있는데 뮬라가 툭 나를 치고 갔다. 순간 휘청거리며 굴러 떨어질뻔 했는데 정말 저 세상으로 갈뻔했다.

 
 
좁은 오르막 옆길에 비켜서 있는데 뮬라가 툭 치고가 식겁했다 ​

 

 
 
이곳이 지구가 맞을까? ​

 

컨디션이 좋았다. 그래서 8시간 걸릴거라 예상했는데 6시간이면 플라자 데 뮬라 캠프에 닿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왠일.. 갑자기 고산증이 확 찾아와버렸다.

숨도 못쉬겠고, 어지러워서 마지막 2km를 기다시피 걸어야했다. 몇 걸음 걷고 쉬고, 몇 걸음 걷고 쉬기를 반복했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뮬라 고용하면 입산비도 싸져서 아낀 입산료로 뮬라 고용을 하면되는건데, 그리고 체력도 이틀을 아낄 수 있고, 과일이며 고기를 좀 챙겨와 영양 보충도 더 할 수 있어 좋은점밖에 없는 뮬라 고용을 몰라 후에 아쉬워했다.

기고 기어 겨우 설산 아래에 있는 플라자 데 뮬라에 닿았다.​

 
 
갑자기 고산증이 오면서부터 헬이었다

체크인을 마치고 포터들이 지내는 텐트 옆쪽에 나도 텐트를 쳤다.

어제 새벽과 같은 일이 발생하면 안되니 텐트 주변에 돌을 깔아 모래가 못 들어오게 단단히 막아주었다.

상업 등반팀의 텐트 사이트에 하루에 5달러를 내고 텐트를 치면 물도 맘껏 쓸 수 있고, 화장실도 사용할 수 있다.

고산증이 찾아와 입맛이 확 떨어졌는데 이러다가 체력이 딸리겠다 싶어 바로 라면을 끓여 먹었다. 그리곤 기절하듯 잠이 들어버렸다.

 
 
내 유일한 식량 라면 ㅋㅋ ​

 

728x90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