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시미엔 국립공원(Simien Mountain National Park)] 세계 10대 트레일, Day 2(feat. 진바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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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등산/2019년 에디오피아, 시미엔산

[에티오피아, 시미엔 국립공원(Simien Mountain National Park)] 세계 10대 트레일, Day 2(feat. 진바폭포)

by 빵호빵호 2022.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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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yit Ras → Sankaber → Jinba Falls → Gichi

불길했던 예감은 적중했다. 새벽 내내 빈대 때문에 가려워 죽을 것 같았는데 아침에 일어나 티셔츠를 들어 등을 보자 기겁했다. 100군데는 물린듯한.... 빈대에 물리면 일단 입던 옷을 다 빨고, 샤워를 하고 햇빛에 몸을 말려야 하는데 우기에 가당키나 한소리인가.. 남은 시간을 어떻게 버텨야 하나 걱정스러웠다.

어제 피곤함과 배고픔에 기절하듯 잠이 들어버려 방값에 대한 이야기를 못 나눴는데 처음에는 120비르를 부르더니 갑자기 남자가 나타나 험상 궂은 표정을 지으며 250비르를 달라고 한다.

나도 험상 궂은 표정을 지어보지만 어림도 없다 ㅋㅋ 비셋도 고개를 흔들며 아니란 제스쳐를 취하지만 별 수 없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는 에디오피안들

좋지 않은 추억이 되어버린 숙소

날은 맑았다 흐렸다를 반복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흐려질 때마다 비 올까봐 마음을 졸여야했다. 비가 오면 판쵸의를 입어야했고 가파른 길을 오를 때면 성가시고 더 힘이들었다. ​

 
 
원시인이라면 아주 몇천년 전 이야기 같지만 현대에서도 원시인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

 

시미엔산은 약 4,000만년 동안 침식과 융기, 화산 폭발이 거듭되며 형성된 지형으로 고도 높은 곳에 평원이 펼쳐져 있어 아프리카의 지붕이라고도 불린다.

산 중에 넓은 평지가 있어 농사를 짓기도 한다 ​

 

 
 
아프키의 지붕, 시미엔 산

산에 가면 물을 살수 있다고 해서 걱정없이 왔는데 문을 연 곳이 없어 물을 살 수가 없었다.

다행히 안개가 가득껴 많이 목마르지는 않았지만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 당나귀 똥에 산에 사는 사람들 생활 폐수도 흘려 보냈을거란 걸 알지만 흐르는 물을 받아 마셨다.

탈은 없었다 ㅋㅋ

맑았지만 받아보면 무언가 가득했던 냇물

4시간쯤 더 걷자 산카베르가 나타났다.

보통은 뷰이뜨라스까지 차를 타고 가서 첫째날을 산카베르에서 묶는 경우가 많은데 돈도 아끼고 산도 더 즐길겸해서 데바르크부터 걸었었다.

산카베르 야영지

시미엔산은 마을마다 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 
 

 

하루에도 구름이 수십번씩 꼈다 사라지는 우기의 시미엔산

낙차 500m의 시미엔산 명물, 진바폭포

산카베르에서 진바폭포는 가까웠다.

시미엔 산의 명물 진바 폭포는 낙차가 500m가 된다고 했다.

폭포가 얼굴을 드러내길 기다리는 사람들

산에 구름이 잔뜩 끼기 시작해 폭포를 전혀 볼 수 없었다.

차를 타고 구경을 다니는 사람들은 시간이 많아 하염없이 기다렸지만 우리는 10분 기다리다 이내 포기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못보고 나면 이대로 끝일까봐 아쉬워하니 비셋은 가다보면 또 볼 수 있다며 마음을 달래 주었다. 비셋의 말대로 구름이 걷히자 작게나마 폭포를 볼 수 있었다.

 
 
낙차가 정말 상당하다

 
 
기치를 향해서 ​

 

케냐 나이로비에서 산 라면이 넉넉하지 않아 어제 저녁은 굶었다.

먹지않고 산행을 계속하니 점심때가 되자 쓰러질 것 같았다. 오늘 저녁에는 어제 아껴둔 라면을 2개 먹을 생각으로 나는 빵 쪼가리를 비셋은 인젤라를 꺼내 입안에 억지로 집어 넣기 시작했다.

비셋은 항상 사진을 찍어 보여주면 땡큐 땡큐 했다 ​

 

시미엔산의 악동들, 바분

점심을 먹은 뒤 조금 올라가니 시미엔산의 명물 바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괜시리 공격할까 걱정됐지만 비셋의 카리스마로 제압한다 ㅋㅋ

 
 
 
 
 
오손도손 이도 잡아준다

바분떼가 사라지고 우리도 곧 일어서서 걸었다.

오늘의 목표지점은 기치(Gichi)로 3km 정도 남은 지점에서 힘이 그대로 다 빠져버렸다. 5분을 걷고, 5분을 쉬고를 반복하니 비셋도 힘들어했다. 어제, 오늘 먹은게 빵조가리가 전부이다 보니 아무래도 이러다간 지쳐 쓰러지겠다 싶었다. 비셋은 스카우트라 나를 신경 쓸 필요는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어제 오늘 먹은게 거의 없는걸 봤을텐데 아무런 걱정없는 비셋이 조금 원망스럽기도 했다.

 
 

 

2일차 숙소, 기치(Gichi) 도착

어렵사리 기치에 도착해 비셋과 탄산음료 각 일병을 했다.

우기의 에디오피아는 정말 추웠다. 산장 안쪽에 짐을 내리며 방을 보니 오늘도 빈대 투성이겠다 싶어 방바닥에 텐트를 치고 잔다고 하니 50비르를 받겠다고 했다. 바깥에서 텐트 치고 자면 언제 폭우가 쏟아질지 몰라 힘든 상황이었다. 그리고 내가 밖에서 자면 스카우트인 비셋도 밖에서 자야해 서로 곤란했다.

트레킹을 알아볼 때 8일이면 종주가 충분하다고 해서 8일치의 돈과 여유 돈을 챙겨왔는데 종주하려면 10일치의 돈을 무조건 내야 된다고 했다. 그래서 국립공원 사무소에서 입산 신고를 할 때 라스다셴만 갔다가 돌아올꺼라고하고 8일치만 돈을 냈다. 속으로는 다녀올 생각이었다.

저녁을 먹고 비셋이 무언가 말을 하는데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비셋은 라스다셴을 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 같았다.

산장 여주인이 영어를 잘해 통해서 들으니 돈이 문제였다.. ㅋㅋ

결국 하루에 스카웃 비용이 400비르이니 800비르를 더 주고 라스다셴을 다녀오기로 했다. 그제서야 그는 찌끄렐름(암하라어, No Problem)이라고 한다. 모두가 해피한 상황이 되었다. 돈 만세~

 
 
 
 
 
둘째 날 캠핑, 기치 산장 ​

 

종주를 한다니 마음이 놓였다.

입산 신고를 할 때 기름 스토브를 빌릴 수 있는데 무게가 만만치 않아 빌릴 수 없었다. 내게는 가스 스토브가 있었지만 이소가를 팔리는 만무했다. 결국 나무를 떼서 밥을 해먹었는데 나무를 태워서 밥을 하면 코펠에 그을음이 생겨서 곤란했지만 별 다른 방법은 없었다.

산장 여주인에게 말해 나무를 연료삼아 라면도 끓여먹고 일찍이 잠을 청해보았지만 바닥이 차서 도저히 잠이 오질 않았다. 결국 바닥에 배낭을 깔고 그위에 침낭을 덮고 잠을 청했다. 빈대에 물려 온몸은 간지럽고 바닥은 차가워서 미칠 것 같았고 정말 끔찍했다 ㅋㅋ

라면 2개를 과감하게 끓여먹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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