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시미엔 국립공원(Simien Mountain National Park)] 세계 10대 트레일, Day 5(feat. 라스다셴)
본문 바로가기
해외등산/2019년 에디오피아, 시미엔산

[에티오피아, 시미엔 국립공원(Simien Mountain National Park)] 세계 10대 트레일, Day 5(feat. 라스다셴)

by 빵호빵호 2022. 11. 20.
728x90
728x90

 

 

Ambiko → Ras Dashen → Ambiko

최고봉을 향해서

새벽 5시

비셋의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떴다. 우려되던 빈대가 역시나 예상을 틀리지 않고 온몸을 뒤짚어 놓았다. 새벽 내내 잠을 못자다 겨우 한시간 잠이 들었다가 깨니 가기 싫은 마음이 가장 컸다.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안그래도 비셋도 집에가고 싶어하는데 조금만 티를 내면 비셋은 당장 돌아갈 거라서 티를 낼 수는 없었다.

그를 따라 길을 나서니 세상은 고요했다. 오늘은 라스다셴 정상을 올랐다 다시 돌아오는 일정이라 텐트, 침낭등 필요 없는 물품을 다 두고 먹을거리만 좀 챙겨서 가면 되니 몸은 가벼웠다. 초반의 오르막을 지나자 이내 둘러 갈 수 있는 스위치 백이 나왔다. 그는 가로 질러 가파른 길로 올라갔고, 체력이 딸리는 난 스위치 백을 따라 길을 올랐다.

산중에 사는 사람들 ​

 

저 멀리 가장 높은 곳이 라스댜셴

새벽 일찍 나왔더니 어둡고 힘이 하나도 없어 사진은 거의 찍지 못했다.

실상 비셋을 쫓아가기도 벅찼다. ​

비가 오락가락 해서 판쵸의를 입었다 벗었다 해야했다

고산의 식물 루벨리아

날씨가 흐렸지만 라스다셴 봉은 보였기에 조금만 빨리 걸으면 정상에서 풍경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힘이 나질 않아 느릿느릿 해야했다.

라스 다셴을 향하는 길 ​

 

5일만의 정상 도착, 구름 가득했던 라스 다셴(Ras Dashen)

정상에 가까워지자 일순간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워낙 빨리 진행되어서 순식간에 구름이 온 산을 뒤덮었다. 정말 산의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었다. 최정상에서의 전경을 즐기는 것은 마음에서 내려 놓아야 했다.

가라른데다 앞이 보이지 않아 상당히 위험했다

마지막 구간은 거의 암벽등반 수준이었다.

가뜩이나 구름이 가득껴서 시야도 좋지 않은데 수직에 가까운 돌들을 잡고 다리를 찢어가며 올라야 했다. 거짓말을 아주 조금 보태서 목숨 걸고 올라야 했다.

정상에 도착하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 기다려볼까 생각도 했지만 너무 춥기도하고 가망도 보이지 않아 비셋과 함께 사진만 조금 찍고서는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시미엔산의 최고봉, 라스다셴(4,543m)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에티오피아의 최고봉에 올랐다는 사실에 마음은 좋았다.

커다란 짐을 하나 내려놓는 기분이 들었다. 등산을 하다보면 괜히 최고봉을, 정상을 밟아봐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게 생긴다.​

 
 
어느 나라건 3,000m~4,000m가 넘는 고산에는 루벨리아가 자란다 ​

 

내려오는 길에 구름이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다. 내 복이니 어쩔수가 없었다.

먹지 못하고 빈대에 뜯기고 잠도 제대로 못자니 이제는 종주에 대한 욕심은 내려가고 집을 가고 싶은 욕구만이 더 커져 버렸다 ㅋㅋ

비셋은 내일 아디아르카이로 가지말고 찌로레바로 돌아가서 버스를 타고 데바르크로 가자고 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그러자고 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도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러자고 했다.

나에게 물론 앞으로 살면서 올 일이 없을 가능성이 더 높은 곳일지 모르지만 그러자고 사람 하나 잡을 수는 없었다.

하산 하는 길

빨리 내려가는 비셋을 따라 가다가 미끄러져 버렸다 ㅋㅋ

진흙에 또 퍼질러 앉으니 현자 타임이 왔다. 내가 우기에 여기서 왜이러고 있는걸까... 그걸 핑계삼아 잠시 휴식을 취한다. 올라갈 때와는 다르게 햇빛이 나자 마음까지 환해진다.

한번 자빠지고 나서 현자 타임을 갖는 중

 
 

찌로레바와 암비코 사이에는 커다란 강이 흘러 도로를 낼 수 없다. 그래서 암비코 사람들은 큰 마을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타려면 아침 일찍 부지런을 떨어서 강을 건너야 한다.

하산 하는 길에 버스를 타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가는 가족들을 만났다. 무거운 짐을 지고서도 나보다 훨씬 잘 걷는 그들은 산악민족이었다.​

 
 
암비코에서 데바르크를 가기위해서는 찌로레바에서 차를 타야해 분주히 걷는 가족들 ​

 

지독히도 가난한...

집에 도착하니 따자가 환하게 맞아주었다.

어제 라면을 주고 나니 사실 먹을게 없어 하울투에게 얘기했더니 우리가 라스다셴을 다녀온 사이 라면은 벌써 먹었고, 돈을 주면 자기가 스파게티 면을 사오겠다고 했다.

하울투에게 돈을 주고 그는 떠나고 따자와 함께 놀았다. 18살의 어린 나이에 세상이 어떠한지 전혀 알지 못한채 이 산속에서 살아가는 그녀를 보니 마음이 짠했다. 애기를 씻길 비누가 필요하다며 비누 있냐고, 신발 사신겨야 한다며 돈을 좀 달라며 ㅋㅋ 그래서 비누는 없어 신발 값을 주니 또 다른 주민이 와서 자기도 애기 신발 사신겨야 한다며 돈을 달라며 ㅋㅋ 그래서 또 주고 ㅋㅋ

배낭에 가져온 거 옷이며, 텐트며 전부 다 주고왔다. 딱 차비와 부랄만 빼고 다 털어줬다.

없는 과자 봉지 부스러기도 만들어서 또 나눠먹고 또 나눠 먹는다 ​

 

따자의 애기 ​

 

따자와 하울투 동생의 애기​

날씨가 좋아지더니 해까지 나기 시작했다. 오늘도 하루 더 자야하는데 도저히 빈대를 견딜 수 없어 내가 잤던 의자를 꺼내 말렸다.

아무리 털고 또 털어도 먼지가 나왔고 아무리 찾으려고 찾아봐도 빈대는 보이지 않았다.

빈대가 아무것도 안먹고도 1년을 산다고 하니 정말 악독한 놈이다 ㅋㅋ

두시간이 지나자 하울투가 스파게티 면을 사왔다. 나는 어제 먹다 남은 라면 국물에 스파게티를 넣어 먹고, 하울투, 따자, 비셋은 그들의 방식으로 스파게티를 만드는데 결국은 인젤라에 스파게티를 싸먹는 인젤라 사랑을 보여주었다 ㅋㅋ

시미엔 산 일주를 못하는 아쉬움? 섭섭함? 후련함? 모두 중에 후련함이 가장 컸다.

와 저기서 어떻게 잤는지... ​

 

빈대가 없는 줄 알았는데 있는거랑 빈대가 있는 줄 아는 곳에 들어가는 거랑은 공포의 차이가 컸다.

또 하루 빈대에 뜯겨야 했다. 정말 무서운 밤이었다 ㅋㅋ

신생아가 연기를 마시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이나 할 수 있는 환경일까? 가슴이 많이 아픈 곳이었다.

728x90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