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시미엔 국립공원(Simien Mountain National Park)] 세계 10대 트레일, Day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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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등산/2019년 에디오피아, 시미엔산

[에티오피아, 시미엔 국립공원(Simien Mountain National Park)] 세계 10대 트레일, Day 6

by 빵호빵호 2022.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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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biko→ Chiro Leba → Chennek → Debark → Gondar

귀향

최초의 목표였던 종주가 아니라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자는 비셋의 말을 듣기로 했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아 한번 더 말해보니 안된다고 했다 ㅋㅋ 이제 남은 생에 다시는 올 일이 없다고 내 어렴풋이나마 선을 긋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었다.

사실 그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상한 놈 만나서 고생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하울투는 어제 스파게티를 사러 다녀오며 강을 건너니 비때문에 많이 불어 있어서 건너는 걸 도와주겠다고 했다. 괜찮다고 우리도 건널 수 있다고 하니 기꺼이 왕복 2시간의 거리를 그가 따라 나섰다.

흙으로 덕지덕지 만든 빛 없는 곳에서 살아간다

강에 도착하니 이틀 전과는 확실히 수위가 달라졌다.

하울투가 먼저 건너는데 수량이 많아지니 다리가 긴 그도 허리까지 잠겼다. 확실히 물살도 쎄보였다. 그가 먼저 배낭을 옮겨주었다. 그러는 사이 이편에서 저편으로, 저편에서 이편으로 강을 건너려는 사람들이 모였다.

도강을 준비하는 사람들 ​

 

확실히 물살은 강했다. 하울투가 배낭을 미리 옮겨준 덕분에 몸만 무사히 지나가면 됐다.

물을 만나는 곳에서는 무겁고 비싼 카메라가 짐이지만 한국에 와서 보면 또 사진만큼 남는 것도 없다.

 
 
서로 의지해 건너는 사람들

나에게는 한번뿐인 이벤트지만 시미엔산의 사람들에게는 일상일터였다.

어느 삶이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당나귀도 무사히 건넜다​

 

사람들이 난리를 치는 사이 나는 사진기만 열심히 들이밀고 있었다. 미안했지만 또 얼마 안되는 블로그 이웃님들에게 공유해야하니 ㅋㅋ

사진도 다었찍고 느기적 거리고 있으니 비셋은 버스를 놓치면 내일 나가야 한다면서 재촉했다. 재빨리 신발도 신고 하울투와 작별인사를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착한 동네 청년 하울투

이제부터는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서 가는 코스였다.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는 건 재미가 없어 난 왕복보다는 종주가 좋다.

버스를 타기 위해 재빨리 걷는 사람들

우기의 시미엔산

힘들게 찌로레바로 걸어 올라왔더니 벌써 데바르크로 가는 버스는 떠났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열심히 걸었나 보았다. 비셋은 '이 새키야 좀만 빡시게 걷지 왜 자꾸 쉬었어?' 하는 표정을 보였다.. ㅋㅋ

8시 10분쯤 도착했는데 10분전에 떠났으니...

이미 마음은 곤다르로 향했는데 하루 더 잘 생각하니 자신이 없었다.

비셋은 일단 툭툭이를 잡아타고 쩨넥으로 가자고 했다. 돈은 이미 비셋한데 다 준 상태라 비셋이 알아서 처리하고 긴 오르막을 툭툭이를 탔는데 저 모터가 얼마나 더 버틸까 걱정스러웠다.

 
 
평화로운 시미엔 산의 풍경 ​

 

하루종일 할일 없이 저러고 있는다고 생각하니 참 마음 아프다​

 

새끼에게 젖을 주는 염소 ​

 

염소를 모는 목동

안녕 찌로레바 피플들 ​

 

어려운 귀향

툭툭이는 시미엔산의 두번째 봉 라스 브와힛까지만 태워주고 거기서부터 쩨넥까지는 걸어가야 했다.

내리막을 가뿐히 내려 쩨넥에 도착하니 산장 뒷편에 박쥐떼들이 보였다 ㅋㅋ

추운 날씨 때문에 박쥐떼로 변한다

산장 안에는 역시나 투어사를 통해 온 서양 사람들이 있길래 데바르크 가는 버스를 놓쳐서 그렇다며 차에 자리가 남으면 스카웃이랑 나랑 좀 태워줄 수 있냐고 하니 물론이라며 가이드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괜찮지만 자신의 권한이 아니라며 운전수에게 물어보라길래 운전수에게 물어보니 단호하게 "노"라고 했다. 그러자 가이드, 서양인들 모두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들은 괜찮지만 어쩔수 없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죽일놈 ㅋㅋ

일단 트럭이 많이 지나갔지만 1인당 500비르를 불렀는데 우리 수중엔 돈이 없는게 문제였다. 비셋이 몇번을 해봤지만 안되길래 내가 나섰다. 트럭 운전사 말고 뭔가 지위가 좀 더 높아 보이는 사람에게 사정을 얘기 하니 타라고 했다. 휴....

비셋에게 웃음을 보이고 냉큼 올라 탔다. 쩨넥에서 데바르크까지 길은 길었다. 그리고 우기라 무너진 비포장 도로가 많아 상당히 위험해 절벽으로 떨어지는거 아닌가 걱정을 계속해야했다.

시미엔산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이렇게 트럭이 자주 다닌다

덜컹덜컹 낭떠러지 옆을 지나며 온탓에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데바르크에 도착하자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비셋에게 내가 가지고 있던 바지며, 스틱이며, 텐트며 다 주고 그와 진한 포옹을 하고 헤어졌다.

비셋에겐 애증이 생겨버렸다 ㅋㅋ​

 

누가 여행을 찝찝한 기분을 가지기 위해 떠날까?

시미엔산 뿐만이 아니라 에디오피아를 여행하며 내내 기분이 찝찝하고 좋지 않았다. 수 많은 나라를 다녔지만 이렇게 지독히도 가난한 나라는 처음이었다. 아마도 세상에 더 많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 경험 안에서는 그랬다. 누군가의 불행을 보고 내가 얼마나 행복한가를 느끼는게 얼마나 비루한 마음인가 생각을 많이 하지만 내 비루한 마음은 그들의 가난을 통해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들 또한, 최소한이란게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최소한을 누리며 살길 바랬다.

데바르크, 뭔가 반갑다 ​

 

시미엔산을 향하는 데바르크 쪽의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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