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Pacific Crest Trail] 19화. 첫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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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South California

[PCT, Pacific Crest Trail] 19화. 첫 이별

by 빵호빵호 2022.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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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엔 500km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참 많이도 걸었고, 참 많은 일도 있었다.

힘든 순간들이 훨씬 많았지만 뒤돌아 보니 추억이 되어 있었다.

역시나 햇빛 짱짱한 하루였다.

어제는 마지막에 힘이 빠져서 산 중간 아무데나 텐트를 쳤는데

텐트 옆 졸졸 흐르는 물이 고인 웅덩이는 썪었고 모기들이 알을 까놨는지 도저히 정수해서도 마실 수 없는 물이었다.

물없이 아침을 시작했다.

그래도 몇키로 걷지 않고 흐르는 물을 만날 수 있었는데 수초가 가득했지만 마음속 역겨움을 이겨내고 정수를 했는데 그래도 마실만했다.

수초가 가득하지만 그래도 이런 물이라도 있어 감사하다

 

씩씩하게 걷는 한 여인 ​

 

몇개의 풍경을 지나 마주한 산 정상에 오르니 거짓말처럼 엄청나게 큰 호수가 나왔다. 사막의 한 가운데서도 이런 호수가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신기했다.

 
 
거대한 호수가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 ​

 

이럴때면 물 걱정이 없어서 참 좋았다. 사막에서는 항상 장시간 물이 없음에 대한 걱정을 안고 있었다.

호수를 지나자 캠핑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던데 하이커들이 몇 명 쉬고 있었다. 그 중에 우리가 파랭이가 부른애는 모자, 가방, 신발, 티셔츠 모두 파란색을 입고 있어서 은진이와 둘이서 파랭이란 별명을 붙였다.

우린 미국에서 유심도 사지 않아 소식을 알 수 없었는데 파랭이는 벌써 시에라에 도착한 사람들은 녹지 않은 눈때문에 건너뛰고 노스 캘리포니아를 시작하거나 눈이 녹을때까지 기다린다면서 우리가 한달뒤쯤에 도착하면 딱 좋은 시기일거라고 했다.

밥을 먹고 쉬는데 담배가 다 떨어진터라 꽁초라도 주워보려고 돌아다니는데 수풀에 20달러짜리 2개를 발견 대박 ㅋㅋ 내일은 맥도날드를 만날 수 있다고 들었는데 햄버거 값을 벌었다 생각하니 기분이 괜시리 좋아졌다.

다음 날 눈을 뜨니 안개가 가득했다.

오랜만의 안개라 시원해서 좋았지만 한치앞이 보이질 않으니 어색했다. 항상 날씨가 맑은 캘리니아였기에 더워도 날씨가 맑은 것이 더 좋았다.

안개가 자욱했다

그리 오늘은 대망의 맥도날드를 가는 날 ㅋㅋ

PCT길이 모두 산으로만 된게 아니라 중간에 큰 도로, 작은 도로도 만나고 캠핑장을 지나기도 하고, 사유지를 지나기도 했다. 맥도날드는 큰 고속도로 옆에 휴게소처럼 있다고 했다.

고속도로 옆 맥도날드, 왼쪽에 보이는 작은 맥도날드 간판이 반갑다 ​

 

어제 주운 40달러로 빅맥세트도 먹고, 맥주도 사마시고 ㅋㅋ

먹으면서 은진이는 쉬고싶다고 해서 히치를 해서 먼저 다음 마을인 Wright Wood로 들어간다고 했다. 우린 둘다 통신없이 다녀서 마을가서 어떻게, 언제 만나야 하나 걱정 되기는 했지만 일단은 가서 방법을 찾기로 했다. 은진이는 영어를 잘 못해서 가서 방은 잘 구할지 여러모로 걱정됐지만 씩씩한 편이라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고속도로 옆길에서 히치를 했는데 다행히 한국 사람이었다. 은진이를 보내고 PCT를 하면서 처음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은진이를 보내고 고속도로와도 점점 멀어진다

 

이렇게 아예 텐트를 치고 쉬는 사람들도 있었다

 

잘먹어서 그런지 걸은지 30분이 지나자 잠이 슬슬와서 길거리에 그냥 죽치고 잠을 청했다 ㅋㅋ 길거리 아무데서나 뻗어 자는 것은 나름의 낭만이고 PCT의 재미였다.

한숨 푹자고 다시 부지런히 걸어본다

 

바짝마른 강 옆에 트레일 엔젤이 가져다놓은 생명수 

내일 되도록 은진이를 오전에 만나려고 오늘 최대한 많이 걸어놓으려 했는데 점심에 낮잠을 자는 바람에 그리고 갑자기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오는 바람에 일찍 자리를 잡았다.

이른 저녁의 트레킹

 

맥도날드를 먹어서 그런지 다들 일찍이 자리를 잡았다
 

바람때문에 텐트 안에서 밥을 해먹는데 양반다리로 있었더니 다리가 저려 펴다가 그만 코펠을 처버렸다 ㅋㅋ 휴....

그와중에 또 사진은 열심히 찍어놨다 ㅋㅋ

 

웬지 코펠을 쏟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이 이상한 기분은 비켜가질 않는다.

그래도 버너도 쓰러졌는데 텐트 안탄것만해도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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