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Pacific Crest Trail] 22화. 별일 없는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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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South California

[PCT, Pacific Crest Trail] 22화. 별일 없는 날들

by 빵호빵호 2022.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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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있는 날들 위주의 글을 쓰지만 사실 별일 없이 무난한 날들도 많았다.

걸으면서 끊임없이 밀려드는 생각들에 은진이는 힘들다고 했지만 난 사색의 시간을 갖는게 좋았다. 하지만 10년 전쯤 인도에 혼자 자전거 여행을 갔었는데 페달을 밟는 매순간순간 밀려드는 생각들에 정말 힘이 들었었다.

여러사람들과 섞여있을 때, 익숙한 환경에 혼자 있을 때는 잘 못느끼지만 낯선 곳에 혼자 있다보면 예상치도 못하게 엄청나게 많은 생각들이 밀려드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아마도 낯선 환경에서의 몸이 반응하는 생존 본능이 아닐까?

그러니 은진이는 얼마나 고역이었을까?

지금은 그 당시 한 생각들을 하나 하나 다 옮겨적을 수 없어서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아 안타깝다. 걸으면서도 휴대폰 메모장에 많이 적긴했지만 그래도 부족하다.

Angel 국유림으로 들어오니 사막에서 벗어나 산의 기운이 강하다

산으로 들어오니 맑은 물을 마실 수 있어 좋았다 ​

 

나는 MSR Freelite2 텐트를 썼다.

2인용으로 무게는 1kg 조금 넘어 가벼웠고, 후에 아콩카과 산에 갔을때 프레임이 머리에 닿을 정도로 바람이 미친듯이 불었을때도 잘 버텨준 튼튼한 친구였다. PCT가 끝날 즈음엔 6개월 가량을 매일 치다보니 이너텐트 지퍼가 고장이 나긴 했지만 다시 텐트를 산다면 저걸 꼭 살듯하다.

초반은 지났지만 저때까지도 텐트를 잘 못쳐서 늘 축 처졌다 ㅋㅋ 지금 글을 쓰고 있다보니 잊고 지냈던 캠핑 생활이 그리워지네 ㅋㅋ

대부분 혼자 다니는 하이커들은 짐 무게 줄이려고 1인용 1kg가 되지 않는 가벼운 텐트를 들고 다닌다. 우리는 2인용

 

400마일, 640km 지점을 지났다.

내가 살면서 수백키로를 걸을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군에서도 최고로 많이 걸었던 것이 70km 정도인데 그 때도 상당히 힘들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는 그래도 남자지만 여자인 은진이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640km 지점을 지난다 ​

 

 
 
대자연이라는 말밖에 안나온다 ​

 

Guthook 앱에서는 오늘 종착지로 잡은 소방서에는 트레일 엔젤이 있다고 했는데 도착해보니 정말 아이스 박스가 있었다.

한가득 기쁜 마음을 안고 아이스박스를 열었는데 텅~ 비어있다 ㅋㅋ 그 이후로 도착하는 하이커들도 와우라고 열어보더니 다들 낚였다 ㅋㅋ

그러고싶지는 않았는데 쓰레기통을 뒤져보니 스프라이트 2L짜리에 먹다남은 음료수가 있어서 마셔봤더니 달달한 설탕물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소방서 앞에 자리를 잡아 또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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