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Pacific Crest Trail] 25화. Casa de Luna, 첫 야간 하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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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South California

[PCT, Pacific Crest Trail] 25화. Casa de Luna, 첫 야간 하이킹

by 빵호빵호 2022.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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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ker's Heaven에서 푹 쉬고 배낭을 둘러메고 죽는줄 알았다.

택배 받은 음식과 핫도그 만들어 놓은거, 마을에서 음식 추가로 산걸 꾸역꾸역 넣었더니 어깨가 가라 앉는것 같았다. 욕심의 크기만큼 배낭의 무게가 늘어났고 그 무게만큼 의욕이 사라졌지만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곳이 PCT였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잔잔하고 올랐던

 

이제 사막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커져갔다. 한달을 넘게 사막만 바라봤더니 어느새 질려버린 것 같았다.

 

이틀만 가면 유명한 Casa de Luna(스페인언데 Casa는 집, de는 of, Luna는 달, 결국 달의 집이란 뜻) 그 달의 집에 닿을 수 있었다. 사실 우리의 원칙은 1주일 1마을이라 안들리고 스킵하려 했는데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치겠는가...

푸들 독 부쉬, 만지면 수포가 막 솟아오른다고 한다

사막에서는 많이들 이런 작은 우산을 들고 다닌다

마을을 5km 앞두고 물이 바닥이 났다.

예전 같으면 정신 못차렸겠지만 이제는 어느덧 성숙한 사막의 하이커 ㅋㅋ 땀에 젖은 수건을 입에 물고 걷기 시작했다.

5km 정도는 물없이도 걸을 수 있을 것 같아 속력을 조금 높여서 빨리 빨리 걸었다. 마지막 500m를 남겨두고는 정도는 진짜 죽는 것 같았다. 휴대폰으로 남은 거리도 자꾸 보게되고 사실 마을이 눈앞에 나타날때까지는 진짜 나타날지 모르는거라 불안하기도 했다.

다행히 도로에 들어서자마자 소방서같은게 보여서 갔더니 수도꼭지 같은게 있어 벌컥벌컥 마셨다. 하이커 헤븐에서 받은 택배 박스에 포카리스웨트 분말도 있어서 타먹고 ㅋㅋ 은진이도 곧 도착해 포카리를 주었더니 신나했다 ㅋㅋ

히치를 포기하고 걸어가는 친구들 ​

 

까사 데 루나까지는 마을에서 좀 걸어가야했는데 다행히 히치가 되어 집 앞에 갔더니 하이커들이 히피족 같이 다들 늘어져 있었다.

짐을 내려놓고 맥주도 마시고 음료수도 마시고 과자도 먹고 매트 깔아서 쉬다가 씻고 싶은 마음에 야외 간이 샤워실을 쓰다가 샤워기를 고장 내버렸다 ㅋㅋ 양심에 걸려 주인 아주머니에게 말하니 한달 전 마이크 집에서 보았던 스캇을 보내주었다. 그와 같이 샤워기를 고치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10년 넘게 PCT에 참여하고 이제는 시즌이 되면 마이크 집에서 까사데 루나에서 이렇게 몇주씩 지낸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부터 사막이 제일 힘든 시기라서 힘들거라 했다. 물 없는 구간이 길기도 하고, 물을 많이 가지고 다녀야하니 가방 무게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엔 모든 사람이 말하듯 시에라는 The Best 라고 했다.

산에서 있었던 일은 산에 남겨두고...

 

집 뒷편에 이렇게 텐트를 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인간적인 곳이라 하이커 헤븐은 지나고 카사 데 루나에서만 머무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원래는 조금만 쉬다가 복귀가 예정이었는데 저녁을 준다는 말에 저녁도 먹고 나이트 워킹을 해보기로 했다.

저녁은 큰 나초에 양파, 치즈, 토마토, 각종 음식을 얹어 먹었다. 그리고 나서는 댄스 타임이 벌어졌다. 춤을 춰야지만 PCT 지도가 그려진 목도리를 받을 수 있었다 ㅋㅋ 은진이는 쭈글이라서 못추고 내가 받아줬다 ㅋㅋ

스캇과 함께​

 

손수건 하나 받아보겠다고 다들 난리다 ㅋㅋ 그래도 하이커들에겐 상당히 의미있는 선물이다​

 

트레일 엔젠의 도움을 받아 다시 트레일 복귀하니 생각보다 너무 깜깜했다. 무엇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재미가 없었다.

은진이와의 간격도 점점 벌어지다보니 무서움을 많이 타는 은진이는 내일부터 열심히 걷자고하고 ㅋㅋ

결국 조금만 걷고 텐트를 쳐야했다.

나도 사진도 못찍고 걍 걷기만 하니 별로였고, 그래도 낮에 넘 덥다보니 밤에만 걷는 하이커들도 꽤 있긴했다. 그렇게 우리의 첫 야간 하이킹이자 마지막 야간 하이킹이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끝이났다 ㅋㅋ

암흑 속의 PCT 마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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