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Pacific Crest Trail] 26화. Hiker 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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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South California

[PCT, Pacific Crest Trail] 26화. Hiker Town

by 빵호빵호 2022.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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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키로를 걸어왔더니 이제 유일한 낙이라면은 마을을 들리는 것이었다.

하이커 헤븐 이후에는 굳이 히치를 해서 멀리 갈 필요없이 만날 수 있는 쉼터들이 꽤 있었다.

하이커 헤븐(730km 지점), 카사 데 루나(현재는 트레일 엔젤 아주머니의 사정으로 운영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하이커 타운(830km 지점), 하루에 30km 정도 걸으니 하루 걸러 하루 쉼터를 만날 수 있었다.

Guthook App인데 PCT길이 표시되어있고 주변에 마을들이 나온다.히치만 하면 얼마든지 방문가능하다 ​

 

 

하이커 타운을 향해서 열심히 내달렸다.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한 길들을 걸으며 뒤로 보내고 또 다시 마주하는 풍경을 마주한 뒤 또 뒤로 보내고 계속 계속 앞을 향해 걸었다.

 
 

그렇게 또 하루 종일 걸어 저녁에는 운이 좋게 오래 전에 만났었던 LA 부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신혼 여행 대신 PCT를 왔다고 했는데 그동안 잘지냈냐며 인사를 나누니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그들은 야간에 좀 더 걷겠다며 곧장 길을 나섰다.

오늘의 숙소는 공중 화장실도 있는 자그마한 캠핑장이었다.

벤치와 테이블도 있어 저녁을 해먹고 쉬고있는데 차 한대가 오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며칠 전 카사 데 루나에서 쉰 뒤 트레일로 복귀할 때 차를 태워 준 아저씨였다.

그는 친구와 아들을 지원해준다면서 두 사람과 연락하며 음식도 날라주고 필요한 걸 가져다 주기도 한다고했다. 아주 지원을 빵빵하게 받으며 PCT를 하는 사람을 보니 괜히 반칙을 한다는 생각이... ㅋㅋ

여하튼 아저씨는 잠시 기다려보라며 차에서 맥주와 먹을거리와 우유도 건내주었다.

저녁을 이미 먹었지만 PCT 하이커는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기에 또 실컷 먹고서 잠을 청했다.

다음 날, 500마일, 800km를 지나는 지점이었다.

어제 먹은 우유가 잘못된 것인지 갑자기 미친듯이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럴 땐 이런 저런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배낭을 그냥 땅바닥에 집어 던지고 수풀을 헤치고 나만의 장소를 찾았다. 바지를 내리고 한바탕 쏟아내고 나니 그제서야 마음이 푸근했지만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따라왔지만 여전히 또 난 계속 걸어야하는 하이커였다.

 
 
심심한 하이커들의 반가운 장난 ​

 

푸들독 부쉬도 지나

그렇게 길고 긴 길을 지나 드디어 하이커 타운에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사람은 힘든 현실도 희망으로 버틸 수 있는 모양이다.

 
하이커 타운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

이제는 빛을 발한 PCT 마크 ​

 

하이커 타운이 마을이라고 생각했는데 도착하고 보니 숙박업소였다.

하이커 타운에는 한국인 대학생이 2명이 있었다. 한국에서부터 친구였던 친구들 3명과 나머지 한명은 마음이 맞아 같이 다닌다고 했는데 2명은 뒤에 있다고 했다.

멀리까지 히치를 해서 다녀와야했지만 마트에 들러 수박도 사고 맥주도 사서 오랜만에 한국인들과 얘기하니 마음이 푸근했다. 항상 서양인들 사이에서 소외되어 있었는데 오늘이야 말로 우리들이 인싸였다.

하이커 타운 입구 ​

 

실제로 안으로 들어가서 돈을 내고 잘 수 있다 ​

 

가난한 자들은 공짜로 텐트를 펼 수 있다

다음날 늦게까지 뒤척이다 오후에 떠날 생각을 하니 몸이 귀찮아져 하루 더 쉬고 새벽에 출발을 하고싶었지만 은진이는 새벽에 우리는 절대 일어나서 갈 사람들이 아니라며 그냥 가자는 말에 몸을 움직여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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