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Pacific Crest Trail] 27화. 바람의 언덕, 테하차피(Tehach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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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South California

[PCT, Pacific Crest Trail] 27화. 바람의 언덕, 테하차피(Tehachapi)

by 빵호빵호 2022.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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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자고 다음날 오후가 되어 출발했다.

하이커 타운에서부터는 드넓은 길에 나무 한그루 없어 해를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벽에 출발하거나 해가질 때 쯤 많이들 걸었다. 우리는 오후에 느즈막히 시작해 해가 점점 지고 있어 큰 어려움은 없었다.

나무 한그루 없는 길이라 낮에 갔다가는 타죽기 쉽상이다 ​

 

 
 
잘찍지 않는 사진이지만 오랜만에 한컷 ​

 

해가 지고 길가에 앉아 미리 싸놓은 간식으로 야식도 먹었다. 바람이 너무 강해서 걷기가 힘들어 생각보다 일찍 자리를 잡았다.

지는 해가 반갑다 ​

 

이녀석도 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달이 밝아 밤에 걷는 것이 그리 무섭지 않았다. 대신 은진이와 속도를 맞춰서 떨어지지 않도록 발맞춰 걸었다.

 

어느새 뒤에서 랜턴 빛이 우리쪽을 향하고 있었다. 뒤돌아 보았더니 어제 같이 놀았던 대학생 친구들

우리보다 훨씬 늦게 출발했음에도 벌써 우리를 따라 잡았다.

PCT 자체를 우리보다 한달 가까이 늦게 시작했는데도 800km만에 우리를 따라 잡은거니 앞으로 그들을 보내고 나면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이 좋구나...

 

카사 데 루나에서 야간 하이킹을 할 때는 얼마걷지 못하고 텐트를 쳤었는데 이번에는 꽤나 많이 걸었다.

바람이 강한 지역이라 몸이 다 흔들려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 자리를 잡았다. 그래도 만족스러울만큼 걸었기에 좋았다.

 

바람이 많은 지역이라 텐트 치느라 애를 먹었었다

이번에 들어갈 수 있는 마을은 테하차피와 영화 와일드의 여주인공이 시작한 모하비, 마을은 두곳이었는데 테하차피가 이름이 더 이쁘다는 생각과 마을 규모가 더 커보여 테하차피로 들어가기로 했다.

테하차피는 바람으로 유명했다. 참고로 테하차피는 인디언 말로 '바람의 언덕'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풍력 발전소도 있고 풍력발전을 해서 LA에 전력을 공급해준다고 했다.

이제 사막이 끝나기 전 케네디 메도우를 제외하고 마지막 마을이었다. 드디어 길고 긴 1100km 사막의 끝이 보였다.

사막을 걸어가는 여인

커다란 풍력발전가 많다 ​

 

 
 

앞에 난 길을 보니 길고 가파른 오르막이었다.

오르막을 오르기 전 물을 실컷 마시고 산과의 전쟁에서 싸울 준비를 했다.

다만 하이커 타운에서 테하차피까지 무리는 없을 것 같아 음식을 재보충하지 않았는데 음식이 거의 바닥이 났다.

 

오르막을 마치니 작은 쉼터가 있었다. 여러 하이커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우리도 옆에서 휴식을 취했다.

쉼터에서 조금이라도 먹을게 있을까 싶어 길거리 개마냥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먹을 건 없었다.

오르막에 있던 작은 쉼터

마을로 일찍 들어가고 싶었지만 음식이 다 떨어져 점심을 못 먹었더니 배가 고파서 더 이상 걸을 힘이 없었다.

결국 그냥 포기하고 자리를 잡고 밥을 해먹으니 그제서야 살 것 같았다.

우리는 먹고 걷는 기계였다. 먹는 양도 늘었고 먹어도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았다.

마을로 들어가려했지만 배가 고파 걸을 힘이 없어 하루 늦게 들어갔다 ​

 

긴 내리막을 내려 드디어 테하차피로 들어가는 도로를 만날 수 있었다​

 

마을에 들어와서 하이커 카페격인 Wit's End로 가서 오랜만에 제시도 만났다. 거의 한달만에 그를 만난 것 같았다. 엄마한데서 소포가 왔다는데 팩 참치만 50개는 되는듯 ㅋㅋ

트레일 엔젤 리스트가 있었는데 연락을 쭉 돌려보니 다들 휴가철이 시작되어서 그런지 집에 없다는 대답들이 많았다. 근처에 있는 공항에서 텐트를 치고 잘 수 있다고해서 마음을 먹었는데 Rae라는 사람에게서 지내도 좋다고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새로산 듯한 깨끗한 빨간차 문을 열고 나왔는데 그 주인공은 키가 큰 할머니였는데 인상이 좋았다.

할머니 집에서 샤워도 하고 장봐서 할머니와 밥도 먹고 청소도 하고 할머니는 자신은 자기 밥 먹여 주는 사람이 젤 좋다며 껄껄 웃었다. 할머니의 웃음 소리가 기막히게 좋았다 ㅋㅋ

처음으로 텐트랑 배낭을 빨아서 말리니 기분까지 상쾌

장을 보고 할머니와 식사

이틀을 쉬고 떠나는 날 아침

 

은진이는 몸이 안좋아서 걷기가 힘들것 같다고 했다. Rae 할머니에게 은진이가 몸이 아파서 일주일 쉬고 나와는 케네디 메도우에서 만날거라고 일주일 있을 수 있냐고 하니 할머니는 잠시 생각하더니 좋다고 하셨다. 거기다가 할머니가 은진이를 케네디 메도우까지 태워주겠다고 했다.

정말 천만다행이었다.

그렇게 사막의 마지막 구간을 혼자서 걸어야했다.

참 따스했던 Rae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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