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Pacific Crest Trail] 75화. 리틀 크레이터 레이크(Little Crater L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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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Oregon

[PCT, Pacific Crest Trail] 75화. 리틀 크레이터 레이크(Little Crater Lake)

by 빵호빵호 2023.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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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마지막에 좀 무리다 싶었는데 60km의 기록을 세워보고 싶은 마음에 한 시간 이상 더 걸었다.

새벽에 아파서 몇번이나 깼다. 깨면서도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괜찮으려나 걱정이 들었는데 역시나 눈을 뜨자마자 온몸이 바르르 떨리면서 힘이 하나도 없었다.

'가야하는데...'

몸이 도무지 움직이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무릎이 아프기도 정강이가 아프기도 했지만 감기 몸살 한번 나지 않았으니 얼마나 운이 좋았는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숲 속에 자서 해는 많이 들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상당히 지났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10시'

억지로 몸을 일으켜 배낭을 싸고 신발에 발을 집어 넣으니 들어가지 않았다. 발이 평소보다 훨씬 많이 부어있었다. 배낭을 메려고 들어보지만 차마 힘이 들어가지 않아 몇 번을 낑낑거리다 겨우 메고서 출발했다.

너무나 힘들었던 아침, 그와중에 사진도 찍었네 ㅋㅋ

30분쯤 걸었을까? 3km는 족히 걸어야 하지만 2km를 채 걷지 못했다. 힘이 없어 걸음에도 속력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저 멀리 남자 3명이 보였다.

"괜찮아요?"

그들을 지나려 할 때 한 친구가 물어왔다.

"어제 좀 무리를 해서 걸었더니 누군가가 계속 때리는 것처럼 아파요."

"잠시만요!"

"야, 우리 아스피린 있지 않아?"

"응. 잠깐만."

먼저 말을 건 친구는 친구에게 아스피린을 받아 건내주었다.

"일단 2알 먹고 밥 먹고 또 2알 먹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비상약 하나 제대로 챙겨오지 않았다. 정말 무식했다 ㅋㅋ

그들에게서 약을 받아 먹고 느린 걸음을 계속 이어갔다. 1시간 쯤 지나자 도로가 나타났다.

'히치를 할까?'

약을 먹고 나니 몸이 회복되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컨디션은 좋지 않아 고민이 되었지만 Guthook App에서 미리 보았는데 1시간만 더 걸으면 리틀 크레이터 레이크를 볼 수 있었다.

'언제 또 여기 온다고....'

일단 걷기로 했다. 그리고 1시간을 걷자 깊은 산중이 나왔고 표지판에는

'Little Crater Lake'

가 적혀 있었다.

'와.....'

 

호수를 보자마자 입이 벌어졌다. 사실 크레이터 레이크에 너무 큰 감동을 받아 '리틀'이라는 말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호수를 보자마자 눈을 의심했다. 사파이어 보다 더 푸른 빛을 내는 호수 색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Little Crater Lake ​

 

한참을 호수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있으니 관광객들이 많이들 왔다갔다 했다. 몸 컨디션은 여전히 좋지 않아 그들 중 한명을 붙잡아 마운틴 후드까지 좀 태워달라고 하니 기꺼이 태워준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후드산까지 가려면 한참을 오르막을 올라야하는데 도무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긴 오르막을 오르고 오르니 산 중턱에는 산장이 있었고 생각지 못한 관광지라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을 피해 한쪽에 숨어 텐트를 치고 몸을 뉘이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시간 지나 잠이 들었다 깼다를 반복하다 갑자기 미친듯이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시작됐구나.....'

9월이 되면 오레곤에 먼저 우기가 시작되고 점점 북에서부터 겨울이 내려오기 시작한다. 하루 종일 흠뻑 젖어야 하는 우기 뒤에 꽁꽁 숨은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비가 엄청시리 내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우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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