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Pacific Crest Trail] 76화. 우기(雨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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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Oregon

[PCT, Pacific Crest Trail] 76화. 우기(雨期)

by 빵호빵호 2023.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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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가 시작된 이후로 하루에 한번씩은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졌다.

 

비가 오면서 아무래도 제일 힘든 부분은 젖은 텐트에서 잠을 청하는 일과 아침에 젖은 텐트를 접는 일이었다. 게다가 날씨가 추워져 아침에 젖은 옷을 다시 입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밤에 걸음을 마치고 다시 젖지 않은 옷을 입으려면 젖은 옷은 걸을 때 입고 젖지 않은 한 벌은 꼭 아껴두어야 했다.

후드산에 있는 산장​

 

후드산에서는 무서운 소식이 들렸다.

여성 하이커 한명이 혼자서 하이킹을 하다가 며칠 전에 물려죽었다는 것이다. 산 속에서 거대한 고양이를 만난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운이 좋아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 사실 죽었을지도 모를 몸이다.

마운틴 후드 국유림

​​

날씨는 오락가락했다. 푸른 하늘을 보여주기도 하였다가 시커먼 구름이 순식간에 산을 감싸기도 하고 비가 왁 내렸다가 그치고 푸른 하늘이 나오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먹구름 가득한 하늘이 우중충했다.

 
 
 
 

산 위를 걸으면 먹구름 가득한 하늘이라도 크게 무섭지 않았지만 산 속을 걸으면 금방이라도 눈 앞에 마운틴 라이언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래서 항상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걸어야했다.

 
 
혹시나 마운틴 라이언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되어 두리번 두리번 거리게된다

강을 하나 건너니 텐트 3동이 쳐져 있었다. 오랜만에 북을 향해 걷는 PCT 하이커들을 만나니 마음이 푸근했다. 친구들인지 하하호호 웃으며 저녁을 먹는 모습을 보니 괜시리 부러워 인사만 잠깐하고 다시 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독특한 물길을 만드는 폭포 ​ 
 

 

또 하루가 갔다.

언제까지 이 지겨운 비가 내릴지

차라리 눈이 내렸으면 싶기도 하지만 눈이 오면 또 얼마나 추울까 걱정도 되고

그래서 하이커들이 그렇게 9월 이전에 캐나다 국경에 닿고 싶어한 것 같다. 좀 더 부지런히 걸었어야 하는데... 아니다 이런 경험은 그들은 해보지 못했을 테니까...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쳤다.

비가오면 참 지랄맞다 ㅋㅋ

해가 나면 또 이렇게 아름다운 산 속이다

비오는 중에 밥 해먹기도 참 고롭다

안개가 자욱하면 스산한 분위기가 산을 감싼다

밤 늦게까지 비를 맞고서 걸음을 마치고 나면 우중에 텐트를 치는 일이 고로웠다. 나뭇잎이 무성한 나무 아래 배낭을 내려놓고 젖은 옷을 입고 텐트를 치고 나면 텐트 바닥이 다 젖었다. 수건으로 바닥을 한번 닦고 매트를 깔고 다시 한번 젖은 매트를 닦고 밖으로 나가 옷을 갈아입고 빠르게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습기를 품은 젖은 침낭으로 들어가 하루의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제 혼자서 3주가 넘는 긴 시간의 혼자만의 하이킹을 마치고 은진이를 만나러 가기 하루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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