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Pacific Crest Trail] 84화. 스노퀄미 패스(Snoqualmie Pass) 그리고 필승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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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Washington

[PCT, Pacific Crest Trail] 84화. 스노퀄미 패스(Snoqualmie Pass) 그리고 필승법

by 빵호빵호 2023.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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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1인치 아이패드를 가지고 다녔다.

보통 짐을 하나라도 더 줄이기 위해 다들 애쓰는데도 불구하고 500g 이상이나 되는 아이패를 들고 다닌 이유는 256g나 담긴 많은 드라마와 영화 때문이었다.

우리에게는 하루를 마치고 보는 드라마 한, 두편이 엄청난 낙이었다.

어제도 역시나 드라마 한편을 보고 잠이 들었다.

아침이 밝아오고 일어나기 싫은 몸을 억지로 일으켜 짐을 싸고 길을 나섰다.

가을이 깊어감에 따라 허클베리 나뭇잎은 더욱 붉어졌다.

마치 산 중에 불이라도 난듯 온통 붉었다.

길을 멈춰서서 20분 동안 허클베리 열매를 따 한잎에 100개도 넘는 열매를 털어 넣으면 온 몸에 비타민이 퍼지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검은 열매가 허클베리 열매로 잎이 온통 붉어 산 중은 붉게 화가 나있다 ​

 

중간 중간에 PCT를 하는 같은 입장의 하이커들의 응원들도 많이 적혀 있었다.

여기까지 오며 이제는 몸은 충분히 적응되어 걷는 것이 힘들지 않았지만 매일같이 걸어야 한다는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는 일이 더 문제였다.

 
인내하고 인내하라! 목표가 코앞이다

 

하루가 참 빨리 빨리 지난다

새신발은 금새 또 헌 신발이 된다

당시 우리가 보던 드라마는 이상윤, 신성록이 나오는 '라이어 게임'이라는 드라마로 일본 애니 원작을 드라마로 만든 것으로 상금 100억원을 놓고 펼치는 심리전 드라마였다. 거기에서 이상윤은 항상 '필승법'을 찾았다며 한회, 한 회 문제를 풀어 나갔다.

다음날 아침, 은진이는 우리가 보는 라이어 게임에서 착안을 했는지

"오빠 필승법 찾았다!"

라며 자신은 조금만 더 가면 히치 하이킹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어 그곳으로 빠져 스노퀄미 패스까지 가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은진이는 매일 저녁 열심히 지도를 분석했다 ㅋㅋ)

어느새 PCT의 90%를 걸었다

혼자서 30km를 걸어야했다.

기다리는 입장은 항상 불안하고 초조한 면이 있어 은진이가 있는 스노퀄미 패스를 향해 최대한 빨리 걸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또 해는 산을 넘어가고 있었다.

'하루 참 겁나 빠르게 가네.'

긴 것 같지만 하루 하루는 참 빨리 지났다. 문득 지난 5개월을 생각해보니 몸이 너무 힘들어 하루하루가 언제가냐 했는데 어느새 멕시코에서 시작했는데 캐나다 국경이 다되어갔다.

은진이가 있는 스노퀄미 패스를 향해서 열심히 달린다

산을 하나 넘으니 드디어 저 멀리 스노퀄미 패스가 보였다. 해는 이미 넘어가 온통 어두워지고 있었는데 다행이었다. 내리막을 내달려 스노퀄미 휴게소에 도착하니 은진이가 추운지 오돌오돌 똘며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진아 가게 안에서 기다리지 왜 여기서 기다렸노?"

"그냥. 금방 올것 같아서."

점심 쯤에 도착했다고 하니 6시간은 족히 기다렸을텐데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냥 나도 같이 히치하고 와도 됐을텐데 고집을 부렸으니 말이다.

그땐 그랬다. 모든 구간을 걸어서 완주하고 싶었다.

스노퀄미 패스의 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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