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Pacific Crest Trail] 86화. 눈물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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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Washington

[PCT, Pacific Crest Trail] 86화. 눈물 공주

by 빵호빵호 2023.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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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워싱턴은 정말 아름다웠다.

정신적으로 지쳐갔지만 하루하루가 다음 날의 풍경이 기대될만큼 아름다웠다. 한편으로는 이제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에 오래도록 마음에도 담아보고 아쉬움에 사진기에도 수십장의 사진을 남겨놓았다.

 
 
가을의 워싱턴은 정말 아름다웠다 ​

 

J Section이라고 불리는 이 길은 스노퀄미 패스 ~ 스티븐 패스까지의 길이었다. 거리상 4~5일 정도면 완주할 수 있었고 이틀차였기에 2~3일만 더 걸으면 스티븐 패스에 닿을 수 있었다.

사진 찍느라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는데 어느새 은진이는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산 하나를 넘고나니 날씨도 어두어지고 풍경마저도 특별함이 없어 쉬지 않고 계속 내달렸다.

 
 
산 하나를 넘어가면 또 금새 경치가 바뀐다 ​

 

몇 시간을 쉬지 않고 걸어온 것 같은데 은진이는 눈에 보일 생각조차 없었다.

일단 흐르는 계곡물 옆에 앉아 물을 받아 음료 분말 가루를 넣었다. 원래도 음료수를 좋아하는데 물만 마시기 힘들어 자그마한 스틱에 든 분말가루를 물에타서 마시면 꿀맛이었다.(미국 대형 마트에 가면 종류별로 다양하게 판다.)

오후도 시간이 꽤 많이 지났기에 은진이가 어디있을지 몰라 금세 일어나 다시 출발했다.

여름에 시원했던 계곡물이 이제는 입이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계곡물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니 산불 지역을 지났고 거기서 더 내려가니 좁은 강을 하나 건너 또 다른 지역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잠시 휴대폰을 꺼내 Guthook App에서 지도를 보니 이제부터는 죽어라 오르막이었다.

오르막이 한번 시작되면 10km 이상씩도 계속 오르막인 구간이 있었는데 그 구간이었다.... 휴

해가 산으로 넘어가기 시작하자 잠시도 기다려줄 생각 없이 사라져버렸다.

'아.. 도대체 어디에 있는거지? 혹시 무슨 일 생긴건 아닌가...'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하자 불안감이 온몸을 감쌌다. 더군다나 우리에게 랜턴은 하나뿐인데 나한데 있어 어둠속을 은진이 혼자서 떨며 있어야 했다.

"진아! 진아!"

소리쳐 부르며 걸어보았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다시 휴대폰을 꺼내 지도를 보니 1km 정도만 더 가면 정상이었고 그곳에 은진이

가 있을 것만 같았다.

"오빠..."

저 앞에서 휴대폰 불빛을 켜고 은진이가 걸어오고 있었다. 얼굴을 보니 눈물 범벅이었다.(지금 생각하니 왜 이렇게 웃긴지 ㅋㅋ)

빠른 걸음으로 은진이에게 달려가 얼른 안아서 달래주었다. 무서움에 계속 떨었는지 10분을 안고 있었는데도 잘 달래지지 않아 그냥 그대로 계속 있었다.

"진아. 얼른 가서 저녁먹고 빨리 쉬자."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는 은진이의 눈물을 닦고 다시 길을 나섰다. 얼마지 않아 정상에 도착해 배낭을 내리고 부리나케 텐트도 치고 캠프 파이어도 만들고 저녁을 준비했다.

그래도 둘이라서 참 다행이었다.

눈물 바다였던 그날의 우리 숙소, 저 멀리 눈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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