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Pacific Crest Trail] 87화. J Section(스노퀄미 패스~스티븐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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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Washington

[PCT, Pacific Crest Trail] 87화. J Section(스노퀄미 패스~스티븐 패스)

by 빵호빵호 2023.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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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T 하이커들에게 PCT 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Sierra를 말할 것이다.

 

나 또한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나에게는 아름다워 가장 기억이 남는 곳은 단연코 J-Section이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이제 인디언 써머도 끝이난 모양이었다.

계속 화창하던 날씨가 끝이나고 어느새 산 중은 먹구름이 끼는 횟수가 잦아져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드는 때가 많아졌다.

 
 
 
 

이제는 슬슬 눈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했다.

예전 KBS 다큐 '순례' 4부작에서 PCT에 대한 이야기도 다뤘었는데 당시 어떤 할아버지 하이커가 200km를 놔두고 눈 때문에 마지막 구간을 포기하는 장면이 두고두고 가슴에 남아 있었었다. 우리도 그런 상황을 맞이할까봐 늘 걱정했었는데 걱정이 곧 현실이 될 차례였다.

'그래도 꼭 국경까지간다.'

다시 올 수 없을지 모르는 이 길을 단 며칠을 두고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하루가 또 지나고 이제 J-Section의 마지막 날이었다.

"오빠 필승법을 찾았다."

'휴... 또 시작이구만.'

아침 출발 후, 첫 휴식쉬간 은진이는 지도를 살펴보다가 얘기를 꺼냈따.

"여기서 좀만 가면 갈림길 나오는데 난 히치해서 딘스모어 할아버지 집 가서 먼저 기다릴게."

오늘만 걸으면 J-Section은 끝이나는데 이 길이 아름답지만 또 혼자서 20km를 넘게 걸으려고 하니 자꾸 마음에 요동이 쳤다.

"진아? 나도 그냥 히치할까?"

"오빠 마음대로해!"

"아... 그냥 걸을래. 혹시라도 늦으면 기다리지말고 먼저자. 내일 안에는 꼭 들어갈게."

"응."

은진이는 히치 하이킹을 한다는 생각에 기뻤는지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사진으로는 표현되지 않지만 광활함과 웅장함에 한참을 머물렀던 장소 ​

 

날씨는 변화무쌍했다.

구름이 걷히길래 와 해가 뜨나보다 했는데 어느새 운무가 가득 끼기도 했다.

10분만에 급변하는 날씨 

여름산은 구름이 해를 가려주는 것이 좋지만 늦가을산은 해가 나는 것이 좋았다. 걷느라 잔뜩 흐른 땀이 식어버리면 온몸이 오싹해 견딜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래 쉬지 못하고 잠깐 잠깐 피로만 풀어주고 다시 발걸음을 옮겨야했다.

산을 걸을 때 1km를 걸을 때 고도 100m를 높이면 보통 수준이었다. 그보다 고도를 많이 높이면 가팔랐고 그보다 고도를 적게 높이면 걷기 수월했는데 어느 순간 허벅지가 너무 아파 지도를 보니 1km에 고도를 170m나 높이는 가파른 산을 2km나 걸어야했다.

'은진이 따라갈걸....'

뒤늦은 후회였지만 은근히 허벅지에 강해지는 고통이 한편으로 좋기도했다.

그렇게 정산을 오르자 세외도원이 펼쳐졌다.

'와....'

운무와 호수와 단풍과 침엽수림이 햇빛하나 들지 않는 공간에서 뒤섞여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 곳이 PCT에서 느낀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되었다.

 
 
PCT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 곳​

그렇게 운무 속의 비를 맞으며 몇 시간을 더 걸어 스티븐 패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다진 깜깜한 밤이었다. 스티븐 패스에는 스키장이 있는데 리조트도 직원들이 다 퇴근했는지 불이 다 꺼져있었다.

'히치를 해볼까?'

생각보다 차는 많이 지났지만 비 내리는 야밤에 큰 배낭을 메고 불빛도 없어 시커먼 길 속의 남자를 위해 차를 세워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30분이 지나자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답없다.'

스티븐 패스 정상에 집들이 몇 채 있었는데 그 쪽을 향해 걸었다.

"똑!똑!"

첫번째 집에서 소리는 들렸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똑!똑!"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PCT 하이컨데요. 여기서 히치 하이킹을 30분 넘게 했는데 아무도 세워주지 않을거 같아서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음.. 어떻게 도와주면되나요?"

"저는 여자친구랑 같이 PCT 하고 있는데 여자친구는 오늘 히치하이킹을 해서 먼저 딘스모어라는 곳에 갔거든요. 혼자라면 그냥 텐트치고 자도 되는데 기다리고 있을거 같아서 또 혹시나 도착 안했을까봐 걱정되서 꼭 갔으면 해서요."

"그래요? 잠시만요. 차 키 가지고 올게요."

딘스모어는 스카이코미시(Skykomish)라는 마을의 트레일 엔젤로 스티븐 패스에서 편도 50km나 떨어진 곳이었다. 야밤에 부탁하기도 참 미안했지만 그 상황에선 어쩔수가 없었다.

"내가 태워준 이유는 나도 15년 전에 PCT를 했기때문이에요."

"네?"

"그 때는 지도랑 책을 찢어서 다녔거든요. 휴대폰이 없었으니까."

"와... 사막은 물 포인트 모르면 정말 많이 힘들었을거같은데 대단하네요. 완주도 한거에요?"

"물론이죠."

예상밖의 PCT 대선배의 차를 얻어탄 것이었다.

"꼭 완주해요."

그와 30분을 넘게 대화를 나누며 즐겁게 오다보니 금새 도착했다. 그와 아쉬운 작별을 나누고 하이커들의 공간으로 들어가니 다행히 은진이는 일찍이 도착해 쉬고 있었다고 했다.

언제나 사람은 사람으로 사는 것 같다.

나의 은인이었던 이름을 까먹었다 ^^;; PCT 대선배와 함께

딘스모어 하이커 해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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