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의 집에서 하루 쉬고 다음 날 우리는 Mazama에 있는 레이븐 송의 집으로 향했다. 아저씨의 집에서 레이븐 송의 집까지는 80km, 3번의 히치 하이킹을 하고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가 전날 마을이 있는 동쪽이 아니라 북쪽으로 계속 걸었다면 Stehekin 이라는 호수가 있는 마을을 갔겠지만 30km 정도 스킵했기에 레이븐 송의 집을 향할 수 있었다.
PCT를 하기 전에는 4,286km의 거리를 전부다 걷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스킵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레이븐 송의 집에서 하루 더 쉬면서 마지막 구간을 걷기 위한 에너지를 잔뜩 채웠다.
캐나다 국경은 4,268km 그리고 트레일 헤드는 4,170km 이제 98km만 더 걸으면 이 지긋지긋한 PCT도 끝이었다. 복귀날은 30km를 걷기 힘드니 길어도 4일이면 됐다.
마지막 4일 폭설만 내리지 않으면 되는데...
폭설이 내리더라도 어떻게든 가고 싶지만 혼자가 아닌 은진이와 함께였다. 은진이까지 위험에 빠드릴 순 없었다. 아직은 일어나지 않은 현실이기에 걱정할 필요는 없었지만 늘 눈 걱정이 됐다.
어김없이 고도가 높아지자 눈의 길이 시작되었다.
미국 PCT의 길은 정말 아름다웠다. 사막에서는 사막의 나름대로, 시에라는 설명이 필요 없었고, 북부 캘리포니아의 울창한 숲과 오레곤의 수 많은 호수들, 그리고 지금 내가 서 있는 겨울의 워싱턴 어느 하나 빠짐없이 빼곡히 아름다웠다.
하늘이 맑았다 흐려졌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날씨였다.
언제나 맑은 하늘은 있지만 구름이 잠시 가렸다 보여줬다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삶도 늘 행복이 있지만 불행이 잠시 행복을 가렸다 사라졌다 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추웠지만 노란 침엽수와 설산이 만드는 장관에 멈추지 않고 사진을 찍어댔다.
이제 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을 매일같이 보는 날은 많지 않겠지? 끝나감이 느껴지니 지긋했던 이 자연도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2,600마일... 이제 100마일이 남지 않았다.
0에서부터 시작해 쌓아올린 숫자들 이제 그 끝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고도가 다시 낮아지니 눈은 사라지고 다시 흙길이 시작되었다. 감사한 일이었다.
이제 남은 3일
이제 눈에 보이기 시작한 완주에 대한 열망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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