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Pacific Crest Trail] 94화. 국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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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Washington

[PCT, Pacific Crest Trail] 94화. 국경에서

by 빵호빵호 2023.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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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세상은 또 밝아있었다.

이제 2시간, 10km만 걸으면 드디어 캐나다 국경이었다. 늘 해오던대로 능숙하게 짐을 싸고 출발 전 6개월간 함께 고생해준 배낭 사진도 찍고서 출발했다.

마지막 잠자리

호수를 바라볼 수 있었던 명당자리

튼튼했던 고마운 녀석

배가 아파왔다.

PCT를 하면서 제일 만족스러운 점 중에 하나가 사실은 응가를 미친듯이 잘 싸는 것이었다. 아침마다 싸고 일어나면 무슨 소똥처럼 한가득 있었는데 그 쾌감이 엄청났다.(미안합니다 ^^;;)

한바탕 싸고 한바탕 걸었더니 배가 고팠다.

멕시코 국경에서 시작해 100km, 200km, 500mile, 1,000km, 2,000mile 이런 표식들이 쌓였었는데 이제 1 mile to go, 마지막으로 1마일만 더가면 끝이라는 표식에 가슴이 설레였다.

국경까지 1마일(1.6km) 남았다

'마지막은 쭉 내리막 길이에요. 그렇게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캐나다 국경이죠. 별건 없어요. 그렇게 우리의 대서사시는 끝이에요.'

딘스모어의 집에서 만났던 하이커가 해준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는 9월에 PCT를 마쳤다고 했으니 우리보다 한달이나 앞서 끝을 본 친구였다. 그는 일상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오빠!"

먼저 도착한 은진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진아, 수고 많았다."

은진이은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배낭을 내려놓고 호흡을 가다듬은 뒤 크게 소리쳤다.

"PCT, 야이 시발놈아!!!!!!!"

진짜 욕을 하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다. 그래도 참고 또 참고 국경에 닿으면 꼭 욕을 한바가지 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기분은 후련하지 않았다. 고마운 PCT에게 왜 내가 욕을 했을까? ㅋㅋ

사진을 한바탕 찍고서도 떠나기가 아쉬워 20분을 더 앉아있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우리의 아주 길고 길고 또 길었던 여행이 끝이났다.

 
 
Northern Terminus

드디어 PCT가 끝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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