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 카테고리의 글 목록 (2 Page)
본문 바로가기
728x90
728x90

2018년 미국 PCT(Pacific Crest Trail)96

[PCT, Pacific Crest Trail] 76화. 우기(雨期) 우기가 시작된 이후로 하루에 한번씩은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졌다. 비가 오면서 아무래도 제일 힘든 부분은 젖은 텐트에서 잠을 청하는 일과 아침에 젖은 텐트를 접는 일이었다. 게다가 날씨가 추워져 아침에 젖은 옷을 다시 입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밤에 걸음을 마치고 다시 젖지 않은 옷을 입으려면 젖은 옷은 걸을 때 입고 젖지 않은 한 벌은 꼭 아껴두어야 했다. ​ 후드산에서는 무서운 소식이 들렸다. 여성 하이커 한명이 혼자서 하이킹을 하다가 며칠 전에 물려죽었다는 것이다. 산 속에서 거대한 고양이를 만난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운이 좋아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 사실 죽었을지도 모를 몸이다. ​ ​​ 날씨는 오락가락했다. 푸른 하늘을 보여주기도 하였다가 시커먼 구름이 순식간에 산을 감싸기도 하고 비.. 2023. 4. 20.
[PCT, Pacific Crest Trail] 75화. 리틀 크레이터 레이크(Little Crater Lake) 어제 마지막에 좀 무리다 싶었는데 60km의 기록을 세워보고 싶은 마음에 한 시간 이상 더 걸었다. ​ 새벽에 아파서 몇번이나 깼다. 깨면서도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괜찮으려나 걱정이 들었는데 역시나 눈을 뜨자마자 온몸이 바르르 떨리면서 힘이 하나도 없었다. ​ '가야하는데...' ​ 몸이 도무지 움직이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무릎이 아프기도 정강이가 아프기도 했지만 감기 몸살 한번 나지 않았으니 얼마나 운이 좋았는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 숲 속에 자서 해는 많이 들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상당히 지났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 '10시' ​ 억지로 몸을 일으켜 배낭을 싸고 신발에 발을 집어 넣으니 들어가지 않았다. 발이 평소보다 훨씬 많이 부어있었다. 배낭을 메려고 들어보지만 차마 힘이 들어가지.. 2023. 4. 20.
[PCT, Pacific Crest Trail] 74화. 오랜만의 트레일 엔젤 날씨는 화창했다. 꼭 가을 날씨 같았다. ​ 푸른 하늘에 넓게 펼쳐진 구름이 세상에 살아 있음을 고맙게 만들어 주었지만 4개월이 넘게 매일같이 산중을 걷고 있다보니 그 속에서도 불만은 생기고 무기력함도 생겼다. ​ ​ ​ 오사무 아저씨와의 잠깐의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혼자였다. ​ North California의 래딩이라는 곳에서 큰 산불이 나 많은 하이커들이 점프를 한 탓에 점프를 하지 않고 계속 걸어온 나는 많이 뒤쳐져 있었고 또 대다수의 하이커들이 점프를 해서 가는 바람에 이제 사람을 보는 일이 거의 없었다. ​ ​ 머리도 많이 길었다. 긴 머리를 가져보고 싶었는데 머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길어서 묶고 다닐만큼 길어버렸다. ​ ​ 4개월이 넘도록 1kg가 넘는 무거운 사진기를 목에 메고 다니고.. 2023. 4. 20.
[PCT, Pacific Crest Trail] 73화. 오사무 아저씨 빅 유스 레이크를 떠난지 얼마지 않아 2,000 mile 지점을 지났다. 대략 3,200km를 걸어온 셈이었다. 걸어서 3,200km라니 ㅋㅋ 차를 타고 다니는 삶에 다시 익숙해져있어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전혀 믿기지가 않는다. ​ ​ 얼마지 않아 새로운 영역으로 들어섰다. '제퍼슨 황야(Jefferson Wilderness)' 시작과 동시에 긴 산불 구간이 이어졌다. ​ ​ ​ 이제 산에도 가을 냄새가 물씬 짙어지기 시작했다. 점점 북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점점 가을 속을 향해 걸어가는 꼴이었다. ​ ​ ​ 종교는 없지만 불교의 인연이란 개념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PCT에 관해 포스팅을 할 때도, '워킹' 책에서도 인연이라는 말을 참 많이 쓴 것 같다. ​ '왜 하필 그 때 그 곳에서 그 사람을' 이.. 2023. 4. 20.
[PCT, Pacific Crest Trail] 72화. 빅 레이크 유스 캠프(Big Lake Youth Camp) 즐거웠던 옛 추억을 떠올렸을 때 서글퍼지는 건 그 시간, 그런 상황이 다시는 오지 않을 거란걸 알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 PCT를 할때는 그만하고 싶고 도대체 언제 끝나나했던 그 시절이 이제는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이제는 한편으로 조금은 슬퍼지는 건 이제 다시 PCT를 할 일이 없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PCT 글을 자주 올리면서 사진들을 보면 서글퍼지는 느낌이 든다. 아마도 그 시간이 사실을 즐거웠고 시간이 지나면 또 미화가 되기 때문이 아닐까? ​ 샤스타 마을에서 은진이와 헤어지면서 23일 뒤 오레곤과 워싱턴의 국경 마을인 캐스캐이드 락스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래서 부지런히 걸어야했고 부지런히 걸었다. 오레곤에 들어온 이후에는 하루에 기본 50km는 넘게 걸었다. ​ 말이.. 2023. 4. 20.
[PCT, Pacific Crest Trail] 71화. 위로 인간이 태생이 외로운 존재가 아닐까? 그건 타인이 나의 외로움을 몰라주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타인을 몰라줌을 포함해서 말한다. ​ 나부터 남을 잘 몰라주는데 어찌 남이 나를 잘 알아주겠으랴. 외롭지 않고 싶다면 타인부터 챙겨주라. ​ 그럼에도 나의 외로운 감정이 먼저였다. 자잘한 인연들 속에서 채워지지 않는 감정의 독이 점점 깊어져가고 있는 시점이었다. ​ ​ 오레곤은 마을이 잘 없었다. 하지만 중간 중간에 리조트들이 있어 재보급을 할 수 있었고, 하루에 30km를 걷던 다른 지역과는 달리 60km 가까이 걷다보니 300km의 거리도 5일이면 갈 수 있으니 재보급에 대한 마음의 부담도 많이 내려놓을 수 있었다. ​ 오늘을 지나고 내일이면 셸터 코브 리조트에 들어갈 수 있었다. 햄버거가 아주.. 2023. 4. 20.
[PCT, Pacific Crest Trail] 70화. 미겔(Miguel)과 크레이터 레이크(Crater Lake) 크레이터 레이크를 얼마두지 않고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크레이터 레이크를 향했다. ​ ​ 크레이터 레이크에 도착했을 때는 사람들이 많았다. 워낙 유명한 관광지이다보니 관광객도 많았고 하이커들도 많이 있었다. ​ 게중에 반가운 얼굴들도 있었다. 나의 한계일지는 모르겠지만 언어적 문제가 있다보니 서양인들과 깊이 친해지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비교적 자주 마주치는 친구들과는 나름의 정이 들어서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도 나누었다. ​ 트러키에서 샀던 Altra 신발이 사지 얼마되지 않아 옆구리가 다 터져서 Seaid Valley의 하이커 박스에서 좀 큰 신발을 주어서 신었었는데 굉장히 불편했다. 그래서 크레이터 레이크의 편의점에 Salomon 신발 하나를 주문해놓았는데 받아보니 아주 맘에 들.. 2023. 4. 19.
[PCT, Pacific Crest Trail] 69화. 크레이터 레이크(Crater Lake)를 향하여 시에라는 전 구간이 워낙 절경이었기에 말할 필요 없었다. 그런 시에라를 600km를 넘게 걷다 노스 캘리포니아에서는 특별히 풍경이 아름답다고는 느끼지 못했다. 아마도 커져버린 역치에 아름다움도 아름다운으로 인식하지 못했으리라 ​ 여하튼 오레곤에 와서는 2가지가 보고 싶었다. 크레이터 레이크, 터널 폭포 ​ 4,300km의 긴 거리인 PCT의 전 구간을 미리 공부해가면 좋겠지만 사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내가 발을 디디고 있지 않은 곳은 크게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여행을 직접감으로써 몸으로 배우고 느끼는 것들이 많다. ​ Guthook App으로 지도를 참 자주 봤다. 앞으로 어떤 트레일 매직이 있을지, 물 공급원은 어디에 있을지, 어떤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지 등등 그래서 오레곤을 공부하면서 2.. 2023. 4. 19.
[PCT, Pacific Crest Trail] 68화. 지지리 궁상 오레곤으로 넘어갔을 때 이미 해는 지고 있었다. 캘리포니아에서 오레곤으로 주 경계가 바뀌었다고 해서 드라마틱하게 무언가 변하는 건 없었다. 그냥 산길이 계속 이어지는 것 뿐 ​ 오레곤의 첫번째 마을 애슐랜드(Ashland)는 주 경계를 넘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래서 새벽까지 부지런히 걸어 마을에 들어가는 도로 앞에서 잠을 청하면 60km를 넘게 걷는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 ​ ​ 새벽 1시 ​ 갑자기 발목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신발 옆에 찢어지면서 점점 벌어져 걸을 때마다 흙이 너무 들어와서 발바닥이 아파 세이아드 밸리(Seiad Valley)의 캠핑장에 있는 하이커 박스에서 신발을 주워 바꿔 신었었다. 신발이 내 발사이즈보다 3치수는 더 크다보니 걸을 때마다 발목에 모래 주머니를 찬 .. 2023. 4. 19.
[PCT, Pacific Crest Trail] 67화. 오레곤(Oregon) 입성! 캘리포니아는 정말 길었다. 2,700km나 되니 PCT의 반 이상을 캘리포니아를 벗어나려는데 써야했다. 4월 말 봄에 시작한 PCT였는데 어느새 8월 중순 가을을 향해가고 있었다. 길가에는 누르스름한 풀들과 꽃들이 PCT에서의 시간도 흘러감을 알려주었다. ​ ​ PCT를 마친 뒤 나만의 책을 내고 나서 인생에서 조금 재밌어진 점은 책을 본 친구들과 PCT에 대한 이야기,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 "형, 책이 후반분에 갈수록 좀 우울해지는 것 같든데요." "형수님 진짜 고생 많았을 거 같은데 진짜 잘하세요." ​ 같은 이야기들이다. 사실 책을 쓰면서 내가 힘든걸 좀 어필하고 싶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은진이가 고생이 진짜 많았을 거라며 혹자는 "야이 개새끼야! 은진이에게 잘해!" 라며 이야기를.. 2023. 4. 19.
[PCT, Pacific Crest Trail] 66화. 적응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 예전 정말 좋아하던 여자애랑 헤어지고 앞으로 나는 남은 삶을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찼던 때가 있었는데 모두 다 잊어내고 이제는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 은진이가 포틀랜드로 떠난 이후 매일같이 붙어 다니던 은진이가 없는 혼자만의 하이킹에도 금새 적응이 되어버렸다. ​ 하루에 50km에 가까운 거리를 걷다보니 먹는량이 엄청나게 늘었다. 분명 은진이와 헤어진 샤스타 마을에서 일주일치의 음식을 사왔는데 5일만에 거의 다 먹고 음식이 바닥을 드러냈다. 에트나(Etna) 마을에는 들릴 생각이 없었는데 하는 수 없이 들리기로 했다. ​ '뭐지? 저 조합은?' 앞에는 서양인 남자와 그 바로 뒤에 자그마한 동양인 여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 "누나!".. 2023. 4. 19.
[PCT, Pacific Crest Trail] 65화. 나홀로 은진이가 떠나가고 밤 늦게까지 걸었다. ​ 밤 깊은 산 중에 사람도 없는 곳에 홀로 걷는 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어릴적 전설의 고향에서 아프신 부모님을 위해 밤에 산에가서 약을 구하는 걸 보고서는 난 절대 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일을 해내고 있었다. 근데 왜 하필 밤에 산에 갔을까? ​ 그래도 하루에 45km 이상씩을 걸을 수 있었다. 나름 운동에 자신이 있었는데 못 걷는거 같아 속상했는데 ㅋㅋ 안심되었다. ​ ​ 은진이가 떠난 후 또 달라진 점이 하나 더 있었다. 배가 고프면 그자리에 그냥 멈춰서서 밥을 먹었다. 밤 늦게까지 걷다보니 6시쯤에 저녁을 먹으면 새벽 1시, 2시까지 걷고 배가 고프면 걸음을 멈춰 세우고 잠을 청했다. ​ ​ ​ 하루에 몇 걸음이나 걷는지 궁금해서 자기 전.. 2023. 4. 19.
[PCT, Pacific Crest Trail] 64화. 미국의 거대 산불 그리고 긴 이별 연기 가득한 날들이 계속 되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건 직감했지만 대형 산불이 났다는 건 버니(Burney) 마을에 들어가서야 알게되었다. 버니에는 하이커들이 머무를 수 있는 교회가 있는데 굉장히 강당에서 하이커들이 지낼 수 있었다. ​ 교회 강당에 들어가니 노스 캘리포니아를 시작하는 지점인 사우스레이크타호에서 만났던 마크 할아버지가 있었다. ​ "지금 산불때문에 점프를 하고 오레곤부터 시작하는 하이커들이 많아." "할아버지는 어떻게 할거에요?" "난 일단 그냥 걸어보려고." ​ 결정을 내리지 못했지만 계속 숨쉬기 힘이들어 수건을 물에 적셔 입을 막고 걸었었다. 그렇다고 500km 가까이 되는 거리를 스킵하려니 무언가 마음에 걸려 쉬면서 하루만 더 생각해보기로 했다. ​ 결국 스킵은 할 수 없어 일단 .. 2023. 4. 10.
[PCT, Pacific Crest Trail] 63화. 프랭크의 기적 시에라 구간 중 케네디 메도우 사우스 ~ 케네디 메도우 노스 사이는 곰통을 들고 다녀야 한다. 그 말은 곰이 있다는 말이다. 다른 하이커들은 곰을 좀 봤다고 하던데 우리는 곰을 한번도 보지 못해 조금 아쉬웠었다. ​ 그런데 곰은 시에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PCT 전 구간에 다 있었다. 드디어 우리도 곰을 봤다. ​ 여느때처럼 은진이가 앞서 걷고 있었다. 그런데 은진이가 갑자기 뒤돌아 걸어오고 왔다. ​ "오빠, 곰!" "장난치지마라." "진짜라니까!" ​ 그제서야 장난이 아니란게 느껴져 앞으로 가보니 곰 세마리가 나무에 매달려 놀고 있었다. 곰은 사람을 산채로 뜯어먹는다고 했다. 그래서 심기를 잘못 건드리면 내가 죽는 모습을 보면서 죽어야 한다. ​ "진아 일단 돌아가자." ​ 멀리서 지켜봤지만 곰은 .. 2023. 4. 10.
[PCT, Pacific Crest Trail] 62화. 하프 웨이(Half Way) 노스 캘리포니아는 숲 속을 걷는 일이 잦다. ​ PCT를 오기 전 영화에서 보던 북미의 울창한 숲을 기대했었는데 그 상상만하던 숲을 걷는 것은 참으로 기분이 좋았다. 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은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어주었다. ​ 숲 속을 자주 걷지만 숲에 난 오르막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또 정상에 올라 아름답게 펼쳐진 전경을 볼 수도 있었다. ​ 최근 며칠동안 계속 하늘이 흐렸다. 연기가 가득하고 숨쉬기도 힘들어서 큰 불이 났나 생각이 들었는데 미국에서 유심을 사지 않은터라 소식을 알 수 없었는데 다행히 오랜만에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 ​ 정상에서 이제 내리막을 내려가면 벨던(Beldon)이라는 작은 마을을 지나는데 햄버거를 하나 사먹을 참이었다. 구불구불 길이 난 스위치 백은 가파른 .. 2023. 4. 10.
[PCT, Pacific Crest Trail] 61화. 퀸시(Quincy)의 윌리엄과 케이트 PCT에서 매일 다른 길을 걷지만 사실 큰 맥락은 '산을 걷는 일' 이었다. 4월 28일에 시작했으니 이제 3개월을 꽉 채웠다. ​ 가만히 생각해보면 산을 3개월이나 걷는다면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면서 걷겠는가 ㅋㅋ 그래서 PCT는 걷는 것보다는 사실 생각하는 것에 가까웠다. ​ ​ 걷다보면 초등학교 시절부터 중,고등학교, 대학교, 군대 생활, 일하던 시절 모든 시절들을 생각했고 옛 여자친구들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삶을 통째로 뒤돌아보고 생각해보는게 살면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인가? 한국에서 일상을 살면서는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갖는게 참 어렵기 때문에 이건 PCT의 큰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PCT를 마친 사람들이 책을 내곤하는데 자신을 뒤돌아 본다. 나를 찾아간다... 2023. 3. 25.
[PCT, Pacific Crest Trail] 60화. 시에라 시티(Sierra City) 트러키를 다녀왔지만 조금만 무리하면 또 하루 건넌 시에라 시티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마을을 자주가려다보니 하루에 걷는 양이 좀 더 많아 지다보니 또 그것 나름대로 장점이 있었다. ​ 시에라를 마치고나서 체력이 상당히 올라 예전 같으면 3일 걸을 거리를 이틀만에 걸을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 ​ PCT에서는 트레일 네임을 사용했다. 나는 호, 은진이는 진 길 가다가 서양인을 한명 만났는데 어디서 왔냐 묻길래 한국에서 왔다고하니 "Do You Know Bee?" 라길래 모른다고 했다. 한국인 중에 Bee라는 트레일 네임을 가진 사람이 있는 모양이었다. ​ 그런데 점심 시간에 은진이를 만났더니 은진이는 한국 가수 비가 유명한가보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나이가 많아보이는 외국인이 비를 물을 정도라는 것이었다... 2023. 3. 4.
[PCT, Pacific Crest Trail] 59화. 새 신을 신고 노스 캘리포니아는 마을들이 많았다. 사막 같았으면 그냥 넘기고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들어갔겠지만 우리는 많이 지쳐있었다. 사막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마을에 다녀오면 그 힘으로 일주일을 버틸 수 있었는데 이제는 마을에 다녀온 그 날 바로 정신적 에너지가 다 고갈되었다. ​ ​ 삼촌이 여름방학을 맞아 미국에 들어온다고 하셔서 신발을 하나 부탁했었다. PCT를 하면서 하이커들이 많이 신는 Altra는 편한데 내구성이 좋지 않아서 튼튼한 한국의 K2 등산화를 부탁했는데 신발을 바꿔신고 첫날부터 20km만 넘게 걸으면 그 때부터 발이 여간 아픈게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신발을 다시 사기로... ​ ​ 트러키라는 마을에 들리기로 했는데 트러키로 들어가는 도로 바로 앞에 Donner Ski Ranch에서는 하이커들을.. 2023. 3. 4.
[PCT, Pacific Crest Trail] 58화. 짧은 만남, 긴 인연 다음 날 아침, 커다란 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이내 무언가 알 수 없는 우울함이 시작되자 기분이 계속 쳐졌다. 오히려 좋은 날씨가 기분을 더 다운되게 만드는 역설이 되어 버렸다. ​ ​ 숲속을 지나서 능선을 만났다. 능선의 정상에 오르기 전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앞질러와 능선에서 쉬고 있었다. "PCT 하는거에요?" 제일 먼저 도착한 할머니가 물었다. "네." "와 대단하네요. 멕시코에서 여기까지 걸어온거죠?" "네. 근데 저보다 더 잘 걸어서 벌써 훨씬 앞쪽에 있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저는 한명인걸요. 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누군가가 중요한게 아니라 중요한건 당신이 여기까지 온거니까요." ​ 갑자기 굳어.. 2023. 3. 4.
[PCT, Pacific Crest Trail] 57화. 숲속을 걷는다 삼촌은 한국에 숙모는 미국에 사신다. 그래서 삼촌은 방학 때가 되면 항상 미국에 오시는데 그 틈을 타 삼촌에게 신발을 부탁했다. 미국의 Altra 라는 브랜드의 신발을 하이커들이 많이 신는데 편하고 좋지만 내구성이 굉장히 약했다. 그래서 이번에 미국에 들어오는 삼촌을 통해 K2 등산화 사이즈도 2 치수 큰걸로 부탁해서 사우스 레이크 타호 우체국에서 받을 수 있었다. ​ ​ 신어보니 조금 딱딱하긴 했지만 처음에는 괜찮다가 걸은지 20km가 넘어가자 발이 미친듯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첫날에도 그러더니 둘째날에도 똑같았다. ​ PCT 처음 시작할 때도 K2 등산화로 고생했는데 한국 등산화는 이쁜데 실용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 이렇게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가장 가까운 마을에 들어가서 신발을 다시 사기로 .. 2023. 2. 22.
728x90
728x90